어제 오후의 일입니다.
첫 시간 역사수업하다가 중간에 도서관안으로 들어갈
일이 있었습니다.국채보상운동을 벌일 당시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 당시의 여기자 최은희의
전언에 의하면 조선총독부가 가져갔다는 말이 있는데
그 뒤로는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보조자료로 최은희를 다룬 책이 있으니
한 번 돌려읽어보자 싶어서요.
그런데 도서관을 맡고 있는 동생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언니,,승태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어,모의고사
잘 보았다고.수업끝나고 연락해봐라고요.
사실 이번 추석기간중에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추석날만 제외하고는 독서실에 간 승태,이것은
그 아이 인생에 일종의 혁명이나 마찬가지 사건이었습니다.
여름방학때부터 약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로 마음졸이면서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지요.
전화를 걸어보니 목소리가 하늘을 날듯이 붕붕 뜬 아이가
소리를 지릅니다.엄마 나 80점 올랐다.
80점,상상이 어려운 상승이네요.
수고했다고 정말 고맙다고,오늘 하루 충분히 쉬고
내일부터 다시 마음가다듬고 열심히하라고 말을 하는데
갑자기 목이 메이는 기분이네요.
정말 기쁘면 눈물이 나온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2학년 1학기때에는 학교에서의 태도로 인해 담임선생님에게
전화받고 면담에 갔던 적이 있었고,2학기때에도
자율학습시간에 불참한 것이 걸려서 아이와 더불어
저도 사죄의 글을 써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그 때 전적으로 아이편을 들어준 것이
승태에게는 든든한 빽이 되어주었다고 느낀 것일까요?
조금씩 변하면서 얼굴에서 보이던 반항기와 짜증스러운
표정이 사라지고 말투도 부드러워져서 이제는 한 고비는
넘긴 것일까 하고 내심 기대하고 있던 중이라
기쁨이 증폭되는 기분이네요.

모의고사에서 오를 점수가 80점이나 있다는 것은
(그리고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면)
그동안의 아들의 성적이 어느정도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래도 단 한번이라도 이렇게 상승의 경험을 하고 나면
다음에 여러가지 상황이 있다하더라도 나도 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 그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일조를 할 수 있겠지요?
이 이야기를 쓰다보니 갑자기 배병우님의 소나무사진이
생각이 났습니다.


주의할 것은 이것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아이를 몰아대지 않을 것,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을때까지 기다리면서 마음으로 응원할 것
가만히 있어도 생각이 흘러넘치는 이 마음을 끊고
차분해질 것,혼자서 꿈을 꾼 날이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니 갑자기 좋은 꿈에서 풀려난 기분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