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마지막 날
몸이 찌뿌둥한 느낌이라 낮시간에 기계로라도
연습을 해보자 마음먹고 탁구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딱 한 사람이 나와서 먼저 기계로 연습을
하고 있더군요.
되돌아갈까? 아니면 기다릴까?
마침 승태가 엠피쓰리도 빌려간터라 중국어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책한권 가방에 넣고 간 것도 아니고
참 난감하더군요.
그래서 혹시 거절당하더라도 일단 말이나 해보자 싶어서
탁구를 함께 칠 수 있는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상대방이 흔쾌히 좋다고 하네요.
오늘 덕분에 약 한 시간정도를 함께 쳤는데
너무나 자세히 제 폼의 잘못된 점을 교정해주면서
끈기있게 여러가지 (커트,그중에서도 제가 어려워하는
화커트와 자세를 제대로 잡는 법등) 를 지도해주더군요.
같은 탁구장에서 탁구를 배운다는 것 하나로
이렇게까지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새로 등장한 사람 한 명도
바로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렇게하면 공이 떠서 곤란하다
이렇게 저렇게,바로 코치가 되어서 지도를 해주네요.
레슨만 받아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그러니 다른 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써서 연구하고
많은 시간들여서 연습을 해야하며 가능하면 시합을 많이
해보아야 기본기가 아닌 실전에서의 대응능력이 생긴다
이론으로 알 수 없는 공에 대한 감각,즉 구력이 생기는
것은 연습이외에는 없다,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한 분야에서 오래 그것에 정진하면 무엇이든
그것이 도에 통하는 것이로구나 하는 신선한 깨달음을
얻었지요.
한시간,제겐 정말 놀랄 정도로 긴 시간이어서
왼쪽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가르치는 학생인데요 아버지에게서 탁구기초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요.
인사를 하고 나서 집으로 가려고 계단쪽으로 가던중
그 학생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선생님,탁구를 정말 잘 치시네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쑥 내미는 환타 한 병,알고 보니
음료수를 사러갔다가 제 것까지 사들고 오신 모양입니다.
고맙게 받고,저도 제게 시간을 내 준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하고 나서,
학생의 어머니랑 한 이십분정도 같이 탁구를 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녀에게 이야기를 했지요.
정말로 이 운동을 즐기고 싶다면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다고
그랬더니 언제부터 배우게 된 것인가,연습은 어떻게
하는가 궁금한 것이 많은 그녀가 이런 저런 것을 묻더군요.
운동과 식습관의 변화만이 제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노력이라고 한의원에서 강력하게 듣고 왔어도
탁구장에서 잘 치는 사람들에게 함께 쳐달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미루고 미루다 지난 금요일부터
말문을 트기 시작했는데
글쎄요.제 성격을 잘 아는 동생은 걱정을 하더군요.
언니,그러다가 혹시 수업시간도 잊고 탁구에 매진하는
것아니야?
설마,설마가 사람잡을 일이 과연 있을까요?
그래도 건강을 위한 운동에서 그 운동자체를 즐기는
그런 순간으로의 변화를 목도한 며칠간이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