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너무 길어져서 노다메 칸타빌레 마지막 회를
볼 시간이 없을까봐 중간에 자르고 클럽박스로 들어가보니
아직도 다운로드가 끝나지 않았네요.
마침 오사카의 타워 레코드에서 구한 노다메 칸타빌레 100
collection에서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있는 중이라
조금 기다려서 마저 보고 자야지 싶어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두번째 코스는 춘일대사 (일본어로 부르는 이름을 여러 번
물어보아서 기억을 했지만 벌써 머릿속에서 사라진 이름이
되었습니다.)로 석등이 유명한 곳이란 간단한 사전 지식만으로 길을 나선 곳입니다.
비가 오고 신발속으로 물이 스며들어서 기분이 상쾌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행 첫 날에 비가 오는 바람에
어라,신발이 하나뿐인데 어찌 하나 잠깐 고민했지요.


비가 와서 어둑어둑한 길,사실은 다섯시도 못 된 시간인데
어둠이 오는 길목이 더 운치를 더해주는 길이었습니다.


바로 이 표시가 있으면 일본에서는 이곳이 신사라는
표지란 것을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신사,혹은 진자라고도 하는 이 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가 전범을 추모하는 곳이란 이유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지만 그들에겐 고유 신앙.
그것도 일상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온 신앙이란 점에서
새롭게 보는 눈이 필요한 장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일종의 금기를 설정하고 여기서부터는
신성한 장소라고 서로 합의하면 그 곳이 신성한 영역이 되는 것
그것은 우리역사속의 소도도 그렇고
불교나 기독교에서의 신성한 장소에 관한 개념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렇게 합의하고 지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힘,
그것이 물리적인 힘보다 훨씬 큰 의미를 발휘하는 공간이
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기도 했지요.



조금 더 여유있는 시간이라면 찬찬히 둘러보면서
석등에 써 있는 이름도 읽어보고 오래 전 살았던 사람들이
무슨 소원을 빌면서 석등을 만들었을까 상상도 해보는
시간이 되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는 모양입니다.
주어진 짬을 이용해서 아직은 얼굴만 아는 일행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첫 날에는 그저 일행에 불과했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살피는 사진속의 사람들은
이제 이름도 어느 정도의 히스토리도 알게 된 구체적인
개인이 되어서 새롭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여행동안 짬이 나면 무엇을 읽을까 고심하다가 고른 두 권의
책중에 한 권이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이었는데
그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60년대 후반의 미국 이야기,
유럽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바로 지금의 우리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변화를 설명하는 큰 틀을 주는
책이더군요.
그 중에서 영원성이 소멸되고 일시성이,
그리고 새로움이 특성으로 자리잡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인데 사람관계의 일시성중에 여행을 예로 들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여행을 해도 그 중에서 일시적인
관계에 불과한 사람들이 있고 그 안에서도 깊은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대목인데요

이 가족도 처음에는 고등학생인가 대학생인가
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한 가족을 사진에 담은 것인데
보람이가 둘째날부터 마치 한 가족처럼 그들틈에 끼어서
어울려 다니고 공항에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함께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여행중의 경험으로 그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발전적인 관계가 될 것인가는 혼자서 정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여행중에 읽은 토플러의 책은 제게 여행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신기했습니다.


신사안으로 들어가서 본 광경입니다.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중인 외국인이 많더군요.
그들은 이 곳에서 무엇을 보고 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흥복사의 오층탑을 둘러보았지만
너무 어두워서 사진은 제대로 나온 것이 없네요.
첫 날의 여행이 끝나고 나니 보람이가 제대로
호텔에 찾아왔을까,아직은 어딘가에서 돌아다니고 있는가
슬며시 걱정이 됩니다.

차를 타고 강선생님이 추천한 라면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한 컷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나라 라면과는 사뭇 다른 라면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보람이가 이미 와서 방에 있네요.
긴장이 확 풀리면서 여행 첫 날의 밤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