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바로 이맘때 로마에 갔었습니다.
코스를 어떻게 잡을까 정말 고심하다가 욕심부리지 말고
로마와 폼페이만 보고 한 번 더 와서 피렌체와 베니스
그리고 가능하면 아시시까지 보도록 하자고 마음을 먹고
다녀온 여행,마침 오늘처럼 생일 그것도 우리나이로
오십살이 되는 생일을 끼고 간 여행이었지요.
열심히 살아온 세월,어떤 때는 숨가쁘게 느껴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감사한 세월이었다,그런데 앞으로는
진정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가 고민을 많이 했지요.
휴식이 너무 없는 빡빡한 시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2006년에는 금요일 하루를 휴일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보낸 일년 정말 다양한 금요일의 나들이가 있었고
그것이 제게 얼마나 풍요로운 시간이었던지
2006년은 진정으로 르네상스였다고 (제 개인에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작년에 시작한 간단한 이탈리아어 공부를 한창 진행중이던
어느 날 고은옥님이랑 춘천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기차역에 나오신
강선생님과의 만남,그리고 하루를 함께 보낸 날
제겐 그 날 강력한 스파크가 일었고
그래서 피렌체에서 갑자기 일본여행으로 코스를 조정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여행에 나서기까지
일본사에 관한 책을 부지런히 찾아 읽거나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뒤적이면서 여행을 시작하기 전의
즐거움을 충분히 누렸지만
그 사이 사이에 아이들의 큰 시험이 끼어있어서
마음 조리는 날들도 있었지요.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이번 여행은
보람이의 대학합격을 축하하는 의미의 여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일행보다 이틀 먼저 출발한 아이가
일본어는 가능하다고 해도 처음 혼자 하는 여행에서
제대로 민박집은 찾아갔나 걱정이 되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 가벼운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일단 안심을 하고 저도 26일 새벽 공항으로 나갔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많은 여행,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기록만으로는 미지수인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년사이의 가장 큰 변화라면 지난 번 여행에서는
막 새로 산 카메라가 부담이 되었다면 이번 여행은
그래도 일년정도 카메라를 꾸준히 만진 덕분에
공항 면세점안으로 들어가서부터 카메라에 손을 댈 수 있었고
그만큼 새로운 눈으로 기록하는 여행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4박 5일 일정으로 여행을 하는 관계로 24일,25일 연달아
수업을 했지요.그래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공항에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된 셈이네요.

여행객들에게 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해놓은 곳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길래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아이디어가 좋구나 싶어서요.

사실 이번 여행은 거의 같은 코스로 5년전에 도서관의
역사기행으로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그 때는 인솔 책임자의
부담이 있어서 진정으로 가뿐하게 즐기는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어린 두 아이와 동행한 여행, 조금이라도 무엇을
더 보게 하고 싶어서 마음 쓰는 것도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라면 아마 그렇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만이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마음을 먹고 그냥 다녔으련만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도 어려웠기 때문에 지치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지요.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한 컷 찍었습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노리바란 말을 일본에 있는 동안 수없이 보았는데
타는 곳,갈아타는 곳,표사는 곳
이런 기본적인 표현들을 익히면서 조금씩 낯선 곳에
적응하다가 이제는 익숙해진다 싶으니
돌아오는 날이 되는 것,매번 여행지에서마다 느끼는
되풀이되는 경험이네요.
공항에서 오사카 시내까지 가서 그곳에서 도다이지로
가기 위해 갈아타는 곳에서 만난 빵집,
그곳에 들어가서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는가 물어보니
환한 표정으로 응하더군요.



차안에서 다정하게 앉아 있는 당진의 선곤님 부부를
찍었습니다. 그런데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의 사진은
역시 어렵네요.그래도 다정한 느낌은 살릴 수 있어서
올려놓습니다.

여행 첫 날의 첫 행선지는 나라의 도다이지 (동대사)입니다.
그런데 추적 추적 비가 오네요.
나라에서 내려 코인락에 짐을 맡기고 나서 잠시 짬이 있는
동안 지하철역안의 깔끔한 상점을 한 컷 찍었지요.
우산 들고 사슴공원을 지나 도다이지로 갔습니다.
여름에 왔던 이 길을 겨울에 다시 오니 느낌이 사뭇 다르네요.


한국사책에서 우리가 일본에 전해준 무엇,무엇에 대해서
읽고 출발했던 오년전 막상 일본에 가서 받았던 충격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올해 부여에 가서 정림사 박물관을 보기도 하고
일본의 형성에 관한 소설들을 읽고 나서 (백제 화원,신라화원)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문화의 전파에 대한 것이 전수자만이
아니라 수용자의 역량이 어떤가,그들이 무엇을 위해서
이런 건축물을 지었는가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았나
이런 식으로 일본속의 백제를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일본사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으로 바꾸어서 돌아다본
도다이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관점의 변화가 공간에 대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습니다.

워낙 큰 절이라서 실력부족으로 제대로 담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외관은요.
안으로 들어가니 촛불이 많이 켜져있네요,
일본에 있는 내내 꼭 촛불이 아니더라도
무엇인가 간절한 마음으로 비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 번 일년동안 절을 둘러보러 가는 여행이면
이상하게 돌맹이 하나라도 올려놓고 싶은 마음에
꼭 두 개를 집어서 올려놓고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삐딱한 시선이 아니라 이해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도를
바라보는 제 마음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도다이지 대불앞에 있는 plaque를 자세히 들여다보다
혹시나 해서 찍어보았는데 그래도 볼 만한 상태이네요.
내부를 한바퀴 돌아나오다 만난 상점앞입니다.


내부를 둘러보고 나서 상점앞에서 만난 엽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오히려 더 잘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더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난간에 매달려 있는 종이가 인상적이어서 한 컷 찍었지요.


출구로 나와서 일행을 기다리면서 밖에서 바라본
절의 안쪽을 찍어보았습니다.
절을 찾아오는 길에 있는 사슴공원,그 곳의 사슴들이
이곳으로 나들이를 온 것인지 여기 저기 사슴들이 있더군요.
사람들이 먹이를 주어서 그런지 무엇인가 먹을 것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슴을 보면서
마음이 참 이상했습니다.
자연에 가하는 사람의 폭력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여행에는 전곡리에서 온 여러 팀이 있었는데
제겐 전곡리하면 그저 구석기 시대 유적지인데 아직도
못 가 본 곳이란 생각이 먼저였던 전곡리가 이제는
얼굴,혹은 이름까지도 알게 된 몇 가족이 사는 곳이 되었네요.
그 중 가장 얼굴을 먼저 익히고 여행내내 주목해서 바라보게
된 남매가 앉아 있네요.
직업은 숨길 수가 없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제겐 아이들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그 아이들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그래서 그 아이들이
몸짓으로 말로 표현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혼자서 귀기울여서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야기가 한없이 길어지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먼저 써야 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