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랫만에 불어 모임에 나온 마리포사님, 그동안 독일에 다녀오고 심하게 아픈 모양이라 얼굴은 아직도 회복이 안 된 느낌이었지만
선물 보따리를 가득 들고 왔네요. 아직은 읽을 엄두도 나지 않는 소설 한 권(독일어 소설)과 베를린 필하모니의 2011-12년 정기 연주회를
알리는 팜플렛, (이것은 영어와 독일어가 함께라서 반가운 선물이었습니다.) 영화제 소식을 알리는 소책자들, 그리고 베를린
필하모니 연주회에 갔을 때 구한 어린이 용 책 한 권 (이것은 자신도 필요한 책이라서 먼저 읽어보고 돌려달라는 주문이었는데요
어린이들에게 오케스트라와 음악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려는 말하자면 음악동화였습니다. 물론 독일어로 된 것이고요)
이 책들이 기쁜 선물이긴 한데 언제 내용을 파악하면서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무거운 선물이기도 하네요.
불어수업을 하는 중에 밖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듣자니 동생이 서현이 어머니세요? 오랫만입니다. 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서현이 어머니, 오랫만에? 그렇다면 강남으로 오래 전 이사간 그녀일까 궁금했는데 전화로 도서관 약도를 묻더니 찾아왔더군요.
일산에서 약속이 있어서 온 김에 들렀다고요. 10년만에 만나는 그녀, 일단 수업후에 만나기로 하고, 머리에 쥐가 나는 불어 책을
여럿이서 읽었습니다.
일산에 살 때 함께 스캇 펙의 책을 읽은 것을 기억하고 있던 그녀가 최근에 악의 사람들, 혹은 거짓의 사람들을 읽었노라고
이야기하네요. 사실 저는 그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거짓의 사람들은 서문만 읽고는 어쩐지 감당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그냥 책을 덮은 책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서두로 해서 잠깐 만나려던 계획은 멀리 가버리고 오후 다섯시,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는데요, 그녀, 그녀의 일행, (그녀 역시 오래 전 학부형으로 알던 분이어서요 ) 이렇게 셋이서
거의 십년의 공백을 뛰어넘으면서 이야기가 통해서 놀랐습니다.
그녀의 딸은 지금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고 아들은 건축공학과에 입학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건축공학과라고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참 건축에 관한 책을 읽느라고 독서삼매경이라고 했더니 반가워하네요. 어렸을 때 만화책에 코박고 있던
있던 녀석이 벌써 커서 대학생이 되었고, 승태랑 동갑인 딸은 의젓하게 커서 자신의 앞길을 제대로 닦아 나가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기쁘기도 마음 한 편이 서늘하기도 해서 제 자신도 놀란 날이기도 했지요.
심리학과 불어로 읽는 철학책 읽기 모임에서 합류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지면서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동네에 살았다는 인연만으로는 이런 대화가 가능했을까? 관심사가 같은 부분이 많아서 이렇게 순식간에 흐르는 듯한 감정의
교류가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앞으로 어떤 인연으로 발전한 것일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