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에서 토요일마다 연재하던 고전 오디세이, 관심이 있어서 토요일이면 신문이 오길 기다렸다가
읽는 몇 코너중의 하나였습니다. 트로이아 목마의 유혹은 영원하다라는 제목으로 오늘이 연재의 마지막이네요.
아쉬운 마음으로 글을 읽고 나니 이 글을 혼자서 읽기 아깝다는 생각에 일부러 오려 놓았습니다.
화요일에 3학년 아이들,그리고 몇 명의 어른들과 함께 읽는 그리스에 관한 글 읽기 수업에서 함께 하는 멤버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라오콘의 예언, 그리고 카산드라의 예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하는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라오콘의 예언을 믿지 않았던 트로이아 사람들이 당한 패배, 그리고 예언의 능력을 받았지만 아폴론을 거슬르게 했다는 이유로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되어서 결국 아가멤논과 더불어 죽게 되는 카산드라
신화가 지배하는 세계가 아닌 곳에서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야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할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왜 그렇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아침부터 하게 되네요.
오늘 아침에 경비실에 물건을 택배를 받으러 갈 일이 있었습니다. 나가려던 순간 앞 집에서 택배요 하고 소리를 내고 있는
택배 배달 사원이 있더라고요.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여러 번 이야기를 하다가 화가 난 택배원이 다시 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탑니다. 저는 그 집 안주인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아마 사람이 없나보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그랬더니 분명히 확인하고 온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네요. 아이들만 있어서 문을 열기 무서웠던 것일까 ?
아침부터 저렇게 기분이 확 구겨지는 저 남자는 하루 종일 일하면서 어떤 생각으로 일을 하겠는가 싶어서 제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그 사람의 얼굴에 아들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
요즘 멀리 압구정동까지 가서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 아이도 저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요.
노동과 일의 거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네요.어디까지를 노동으로 어디서부터를 일로 어느 영역에서부터 일과 놀이의 혼합으로
볼 수 있는가?
고전, 시대의 테스트를 거친 작품이지만 사실은 좋다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지 않는 책, 읽다가 밀쳐둔 책이 바로
고전이라는 자조섞인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전이 정말 자신에게 와 닿는 글이 되려면 지금 현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거는 작품, 아니면 말을 거는 것인지 귀기울여서 지금의 내 문제를 비추는 거울로 읽어낼 수 있는 노력이 가능한 작품이 지금의 나에게
고전이 아닐까요?
어젯 밤 오랫만에 만난 은유씨가 말을 하더군요.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글 읽기를 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목소리를 만들어가거나 목소리를 찾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그리고 그런 일을 책으로 내거나 해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하는 것으로 충분한 그런 일을 해보고
싶노라고.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목소리를 내게 된 그 사람들의 육성으로 이야기를 들어봅고 싶다고요.
나이로는 훨씬 후배이지만 만나면 늘 선배를 만난 것처럼 제게 자극을 주는 사람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녀는 니체를 읽고 싶어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철학과 시에 관심이 있는 그녀는 역시 불어 책도 한 권
사게 되었다고 수줍게 말을 꺼냅니다. 물론 두 권의 책을 사놓고 진도를 많이 나가지는 못한 상태라고 그러면서 상담을 해와서
일단 니체라는 강력한 동기가 있는 독일어부터 시작해보라고, 그리고는 사놓은 책 한 권을 다 끝내고 나면 만나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 번역본을 나란히 놓고 니체의 책을 읽어가자고 권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2년은 뜻하지 않게 제게도 니체를 독일어로
더듬거리면서 머리 쥐어박으면서 니체를 읽는 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밤 늦도록 이야기를 하면서 왜 사는가는 대답하기 어렵지만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는 대답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으려면 주변에 함께 그런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 있거나 찾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떻게 서로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 이런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지요.
여럿이서 만나면 그것 나름으로 좋지만 역시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엔 단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깊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올해 어떤 분야의 책에 집중해야지 하고 생각해도 늘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중간에 끼어 들어서 나를 유혹하는 글들이 생기면
어느덧 다른 길로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니까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 바로 독서의 매력인 것이지 하고 그냥 물흐르는대로
두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도쿄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일본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찾아서 읽게 될 것 같네요.
이 책이라면 하고 권할만한 책이 있다면 리플로 언제라도 권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