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들어서 날씨가 더워지기전에
매주 한번씩이라도 올레길을 걷기로 다짐을 하고
첫 실행으로 택한 것이 제주올레 마지막 구간이 19코스입니다.
마침 사진동호회 회원 두사람이 나의 올레길 계획에 동참을 해 주어서
어찌나 든든하던지요?
매주 첫째 목요일을 택해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무조건 고고하기로 했는데...
정말 올레 걷기로 한 첫째 목요일인 1월5일
그 전날부터 제주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기온도 떨어져
차암~ 난감하기 그지 없더라구요^^
그래도 계획대로 실행을 해야한다 하고는.... 아침 일찍 일어는 났는데
약속을 했던 제주시외버스터미날까지 516버스가 다닐 지 걱정이 되어
서귀포터미날에 전화를 넣었더만, 정상 운행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마누라가 혼자 눈길을 떠나는 것이 걱정스러웠는 지
남편도 동행을 하러 나섰습니다.
간단히 귤차 따근하게 보온병에 담고
호박고구마 쪄서 호일에 싸고....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제주시외버스터미날을 가는 516도로는 아직 눈이 녹지를 않아
스릴 만점의 버스운행을 맨 앞자리에 앉아 즐기며(?) 갔답니다.ㅎㅎㅎ
낭중에 남편에게 위험한 곳에 앉았다며 쿠사리도 먹었지만서두요^^ㅋ
제주시외버스터미날에서 함께 걷기로한 일행들의
정확한 시간엄수로 모여 주어서 동일주버스를 타고 조천 만세동산앞에 하차하니
9시30분~ 날씨는 가는 비가 간혹 내리도 하였고 짙은 먹구름이 낀
아주 분위기있는 날~ 바로 전형적인 제주 겨울날씨였지요^^
만세동산에서 제주항일기념관을 둘러보고
마침 단체학생들 관람이 있어 차분한 관람은 다음을 기약한채,
매표소의 아주 친절한 여직원분께서 주신 커피 한잔씩을 맛나게 먹고는
출발을 하였지요~ 이곳 제주항일기념관은 도내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을 하고 있으니, 꼭 신분증을 지참하시길!
공짜로 얻어 먹은 달큰한 커피향을 입안에 머문 채...본격적으로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해안도로를 낀 들판 사잇길을 지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대면하고 해안 아스팔트길을 걸었어요~
춥다싶을 만큼 부는 바람처럼 바닷가의 파도도 거칠게 철썩이더군요~
관곶이라는 표지판이 서있는 곳에 도착하니~
조천관 시대에 조천포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곶이어서 관곶이라는
이름이 붙여 졌다네요~
관곶 해안도로 들판을 혼자 걷기도 하고
둘이 또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도 하니~ 추위도 잊어 버리겠더라구요^^
드뎌~ 3.1km 지점의 신흥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바다위에 세워진 두개의 방사탑이 눈에 들어 옵니다.
바다 안쪽에 세워진 방사탑이 머리를 갸웃하게 하지만,
곧 바다가 깊어지는 경계선으로 세워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리들만의 논쟁끝에 우리 맘대로의 결론을 내기도 했지요~ㅎㅎㅎ
해안도로변에서 동네길로 이어지는 올레 리본을 따라 들어가니
동네어귀에 팽나무는 으시시한 겨울을 상징한 듯 서 있고...
동네 검둥개가 꼭 지 사는 동네를 안내하듯 우리 앞을 걷기도 하고 한참 뒤따라 오기도 하더군요~ㅋ
올레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확실한 이정표가 되어지는
시골 초등학교가 나타나면 정말 반갑기 그지가 없습니다.
신흥초등학교 분교인 듯 한데...분교라고 보기엔 꽤 화려해 보였습니다.
신흥초교분교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제주에 있는 해수욕장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중의 하나인
함덕해수욕장입니다.
이곳을 지나면 점심 먹을 곳이 없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였기에
조금 이르지만, 해수욕장 안쪽으로 들어가 점심을 먹었지요~
오늘 동행한 다향님이 첫 올레길 시작 기념으로 쏜다하여...
생각지도 않은 점심을 맛있게 얻어 먹었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함덕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걸어 서우봉으로 향하는 데...
겨울바람에 소실된 모래를 보호하기위해 저리 천막으로 덮어 놓았더라구요~
작년 여름 제주로 휴가온 손주녀석델꼬 물놀이를 재밌게 하던 기억에
그 어여쁜 손주녀석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울컥 손주녀석이 그리워지기도 했답니다.~ㅠㅠ
맑고 깨끗하기가 그지없었던 작년에 놀던 그 자리를
말없이 걸어서 멀리로 바라보기만 하던 서우봉을 올랐습니다.
보기보다는 꽤 가팔랐고 오르면서 뒤돌아 본 함덕해수욕장의 전경이
너무도 아름답게 펼쳐져 보였습니다.
서우봉을 넘어 걸어 내려가니...
펼처진 바다위로 무인도와도 같은 섬위로 팔각정이 하나
눈길을 잡아 끄네요~ 나그네를 위한 쉼터로 보입니다.
북촌의 앞바다인 듯 합니다.
철썩이는 파도 가까이에 지어진 집이 멋있어 보이지만은 않네요~ㅎ
요즘 너울파도가 위험하다는 뉴스를 접한 때문인 듯 해요~!
북촌포구를 지나 걷다보니 너븐숭이 4.3기념관이 보여져 있고
아픈 역사에 희생된 영령들에 잠시 서서 묵념을 올렸습니다.
이곳의 주민들 희생으로 남자가 거의 학살을 당해
농삿일등 힘든 일을 여자가 거의 해 내었던 탓에
요즘도 남자는 소몰고 한가로이 걷고, 그 옆에서 여자는 힘든 등짐을 진다는 이야기도 들었네요^^
북촌포구의 나무육교를 건너....
다시 동네안으로 걷는 올레길입니다.
동네안쪽에 신기하게도 넓게 물이 고여 있더라구요~ㅎ
옛집과 새로 지어진 집들의 공존의 모습도 눈여겨 봅니다.
이젠...해안마을 돌아나와 아스팔트길을 건너 숲길로 들어 섭니다.
소나무가 운집된 산길에 솔잎낙엽이 떨어져
폭신한 느낌이 그래도 가깝지 않은 길을 걸어 아픈 다리의 피곤을
잠시 떨구어 주어 참 좋더라구요~!
어느 말농장의 두마리 말이 인기척이 느껴지니
부지런히 뭔가 얻어 먹으려고 달려 오는 데 준비한 당근이 없어
조금 미안해 졌습니다.ㅋㅋ
혼자 걸었다면 조금 지루할 만한 김녕 농로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걷기도 하고
대나무 숲길섶에서 앉아 따끈한 커피도 마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마지막 올레길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마늘이 심겨진 농로길을 지나 마을 어귀로 들어서니~
진정 이것이 제주의 올렛길이구나 싶은 돌담 동네골목길이
정다워 보여 한참을 바라 보기도 하였답니다.
겨울 제주의 동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팽나무가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인 지...퍽 쓸쓸해 보이네요^^
이제 김녕 바닷가 올레 종점을 향해 일주동로를 건너 백년사를 끼고
해안가로 걸어 들어 갔습니다. 일주동로 정류장이 흔치않은 모습이네요~!
올레 종점 표시판으로 가는 마지막 다리입니다.
드뎌~~걷기 시작한 지 5시간 40여분만에 19코스 종점에 다달았습니다.
18.8km의 녹녹치 않은 길이었지만, 이야기도 나누면 두어번의 차를 마시며
쉬기도 한 서로 의지함이 그리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게 완주를 하게 한 것 같아
함께 한 인연이 고맙고 감사하기만 합니다.
이제 곧 이곳에서 또 다른 코스를 시작하게 되겠지요?
많은 이에게 걷는 기쁨을 주기위해 새 길을 준비하고 만들고 계실
올레길 관계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곧(?) 펼쳐질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봅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