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학교를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유엔 본부를 보러 가던 길, 멋진 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 때는 그 역이 건축사 책에 오르내리는 그런 곳인줄은 모르고 그저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한 독특한 역이라고만 생각을 했었지요.
이번여행에서 현대 건축에 대한 생각을 여러 모로 하고 와서 바로 새로 시작한 현대 건축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 모임을 다녀와서 현대 건축이란 책을 읽다보니 바로 이 건물에 대한 글이 한 꼭지 나오더라고요. 아차차 미리 알고 갔더라면
조금은 더 세심하게 보고 오는 것인데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네요.
이 역이 바로 grand central station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를 빠져나가서 유엔 본부로 간다고 하는데 쉬는 날이라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상점의 장식에 눈길을 뺐겨서 바로 나갈 수가 없었답니다.
아이들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구경하느라 한창입니다.
파피루스란 이름의 이 상점은 나중에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고 세일 기간인데도 비싸기 그지 없는 카드를 보람이는 여러 장
구해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그 곳을 떠나기 전에 항공우편으로 보내는 정성을 발휘하기도 하더라고요.
한 군데 문을 연 서적을 포함한 잡화를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미 영화화 되었거나 영화화가 정해진 작품들을
따로 진열해서 팔기도 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 컷 찍기도 했습니다. 한 작품은 길거리에서 영화광고가 한창인 중인데 도대체
저 제목을 한글로 번역하면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 우리들끼리 이야기하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어로 하면 의미가 들어오지만
한글로 했을 때 너무 장황해서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어려운 제목이다 싶어서요.
밖으로 나가기 직전 만난 트리 장식, 이 곳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가더군요.
밖으로 나오니 본격적인 높은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틈새로 보이는 하늘, 그래서 더욱 반가웠는지도 몰라요.
고층 건물들 사이의 이런 파격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요소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언젠가 뉴욕에서 일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보람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층빌딩 일색인 곳에서 일하고 살다보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그렇긴 한데 그래도 센트럴 파크와 문화가 있으니까. 내 돈 들여서 사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크니까
일하면서 젊은 나이에 2년 정도 살아보면 좋겠는데 우리 회사는 뉴욕에 지사가 없으니 정말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해보고 싶어졌어. 그래? 그러면 네가 일하러 오는 동안 엄마도 놀러와서 살 수 있게 한 번 애써보든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거리를 걷다보니 어쩌면 그런 날이 오면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공상도 하게 되었지요.
길을 걷다 만난 태극기, 저기가 어딘가 다가가보니 반가운 글씨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한참을 그 곳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면서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평소라면 과연 그랬을까 싶어서요.
드디어 유엔 본부앞, 그런데 역시 휴일이라서 안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다음 날 모마에 갔을 때 바로 이 건물 모형을 보고는
아하 싶어서 그 앞에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만약 이 건물을 본 적이 없었다면 그냥 쓱 지나치고 말았을 텐데 하루 전의 경험으로
그렇게 그 공간이 달라보이는 것이 신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엔 본부앞에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주로 들리는 말이 중국어라서 놀라기도 했고요.
과연 유엔이 모든 민족을 대변하는 기구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지만 그래도 그 기구가 갖는 대표성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기분좋은 날,
이왕이면 부르클린 다리에서 야경을 보면서 거꾸로 맨하탄쪽으로 걸어서 들어와보자는 일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브루클린가는 지하철을 타려면 유니언 스퀘어까지 가야 하는데 그 곳에 보람이의 후배가 뉴욕에 가면 꼭 들러서 인증 샷을 올리라고
주문했다는 초코렛 파는 곳이 있다고해서 들어가본 곳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앉아서 초코렛을 먹는 일은 엄두를 낼
수 없었지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느낀 것중의 하나가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따로 또 같이 다니는 것도 견문을 넓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요, 아마 뉴욕에 보람이랑 동반하지 않았으면 전혀 가보지 못했을 곳들을 여러 곳 가게 되면서
그렇구나 이런 방법으로 이 아이는 여행을 하네, 신기하게 여기면서 들어가본 곳이 여러 곳 있었답니다.
걷는 시간이 늘어나니 다들 피곤하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여기도 저기도 들어가보면 줄이 길어서 결국 스타 벅스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시켜서 쉬면서 마시고 나니 기운이 다시 솟네요.
브루클린에 도착하니 아직 여섯시가 안 된 시간인데도 벌써 야경이 휘황찬란합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우선 그 동네를 거닐다가 드디어 다리라고 새겨진 곳에 도착했습니다.
그 다리를 건너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까지, 평생에 본 가장 화려한 야경이었는데요
아침에 센트럴 파크에서 시작한 하루가 참 다양한 곳으로의 이동을 통해서 며칠을 산 느낌이 들 정도로 길고 다양한 경험을
한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