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한지 별로 많이 지난 시간이 아닌데도 연말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더군요. 무엇을 먼저 볼까 둘러보니 6층에서
드 쿠닝 회고전이 열린다고요.
그렇다면 6층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순으로 보면 되겠다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드 쿠닝, 그의 이름에 얽힌 잊지 못 할 추억이 있습니다. 제겐
무슨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한 번은 그의 그림을 보았노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그 다음 날 무슨 일인가가 있어서
그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하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고 앞으로 이 이름을 잊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 날 역시 생각이 나지 않는 황당함이라니, 그래서 그 당시에 일종의 노화가 오고 있는 것인가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지요. 다른 화가의 경우는 별로 그런 일이 없었는데 왜 이 화가의 이름이 그렇게 여러차례 기억하고 잊고를 반복하게 되었는지
지금도 미스터리인데요 그래서인지 이 화가 이름을 대하면 묘하게 그 때 일이 생각나서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전시장 입구에 그의 전시가 시대순으로 전개된다는 것과 그가 작품을 그리고 있는 장면, 그리고 그의 대표작에 해당하는 이 여인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별전은 어디서나 사진을 금지하고 있어서 앞에서 잠깐 찍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안에 들어갔지요.
우리가 미술사 책에서 보는 몇 점의 그림이외에도 아니 이 화가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은 단아한 작품애서부터 나중에 거의
추상의 단계로 나가는 작품까지 정말 다양한 작품을 보았습니다.
다 보고 나와서 밖에서 안을 보면서 사진을 찍은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는데 위의 사진이 더 후기의 작품입니다.
드 쿠닝의 작품을 이미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라 그의 작품에 이런 시기도 있었단 말이야? 하고 관심을 기울이게 될 만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폴락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잭슨 폴락을 다룬 작품인데요 그 영화에서도 폴락이 함께 만나는 화가중에 드 쿠닝이 나오더군요.
그들의 그림을 보고 와서인지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요.
휘트니 미술관에서는 잭슨 폴락을 만나기 전까지는 더 알려진 화가였던 리 크레스너의 작품을 한 점 만났습니다.
1957년 작인데요, 폴락이 죽고 나서 자신의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난 뒤의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커다란 캔버스앞에서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까미유 클로델, 그리고 리 크레스너를 생각하면서요.
그건 그렇고 드 쿠닝에 관한 책을 소책자로 한 권 구해 왔으니 그 책을 읽고 (사고 나서 여행지에서 대강 읽긴 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마무리를 못하고 말았지요. 그 다음 날 구한 책이 또 있으니 그것도 나를 읽어보라고 유혹하는 바람에 ) 마무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