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의 여행기와는 달리 이상하게 이번 여행기는 진행이 더디네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돌아와서 새롭게 시작한 아이들과의 수업 (그리스를 출발점으로 서양역사를 읽는 모임)이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라 어떻게
눈높이를 잡고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가 하는 고심에 이런 저런 그리스 관련 책을 새롭게 읽기 시작한 데다
그것에 이어 꼬리를 무는 다양한 일들로 인해 여행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가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오전 일본어로 읽는 역사책 수업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생긴 시간여유, 그래서 다시 모마 그림을 보러 들어왔지요.
지난 번 제이콥 로렌스에 이어서 찍은 사진인데요 후앙 미로가 제일 먼저 등장하네요. 사실 후앙 미로하면 바르셀로나에서 만난
그의 미술관이 으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여행을 여러 차례 다니다 보니 생긴 기회일 뿐이고 어디서든 그림을 만나면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집중하면서 보는 일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모마에서 새롭게 주목하게 된 몇 몇 화가들이 있습니다. 막스 에른스트, 그리고 이브 탕기도 그 중에 들어가는 화가들이지요
도판으로는 이미 너무나 눈에 익은 이 그림이 바로 모마에 걸려 있었습니다.
이 곳 아트 숍에서 마침 디에고 리베라의 딸이 쓴 나의 아빠와 나란 제목의 영어와 스페인어가 나란히 실린 동화책 한 권을
구했는데요 그 책을 스페인어 교실에서 한 장씩 읽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물어보더라고요. 이 그림속에 왜 관계가 없는
프리다 칼로가 들어있는가 하고요.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은 결혼한 사이였거든
그래요?
그런데 이 딸은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사이에서 낳은 딸은 아니야
이렇게 해서 이야기가 멕시코로 흘러가게 되었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반가운 이름,낯선 이름이 가득 적힌 이 표를 찍은 것은 사진과 비교해서 보려던 것인데요
막상 다시 보니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게 초현실주의 작품들은 왜 불편한가를 생각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불편하면서도 고개 돌릴 수 없는 묘한 작업들
아, 저 커피 잔이 저기 있었네 하고 놀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저도 도판에서만 보다가 직접 보게 되니 반가운 마음에 그 앞에 다가서긴 했으나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한참 생각하면서
서성거리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욕심껏 만나는대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한도 없을 것 같아서 우선 명판을 찍고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서 찍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름은 참고로 해서 다음에 그나 그녀의 작품을 새롭게 찾아보고 싶어서 기록용으로
남겨두려고 찍어 왔습니다.
바로 위의 그림에 대한 설명입니다. 막스 에른스트의 그림에 관한.
초현실주의 화가들에 대해 생각해볼 때 그들은 우리 일반인들에 비해 얼마나 예민한 감각기관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우리들에게는 도대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그런 장면을 그려내게 되는 것일까
이런 개인적인 차원의 것도 있지만 그들이 살아간 시대의 엄혹함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겠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더 안정적인 시대라고 할 수 있는가 묻다보면 과연 그런가 자신있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듯 하네요.
이번에 여러 미술관에서 만나면서 그의 그림에 끌리게 된 이브 탕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