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왔던 각설이...아니 광년이 입니다. ^^
새해가 되고도 한 달 반이 지났는데 다들 결심한 바는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히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헤헤
저는 1월에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어요. 원래 그랬는데 이제야 자각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겁니다. ㅠㅠ
저는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허허허...ㅠㅠ
혹시 저같이 알레르기가 있는데 모르고 고생하며 사는 분들을 위해 좀 써보겠습니다.
저는 비염과 천식이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비염 때문에 너무너무 고생했어요. 얘기를 시작하려고 과거를 떠올리니 눈물이 앞을 가리....쿨럭... 교복 주머니에 화장지 떨어질 날이 없었고 고3 때는 매일 저녁시간 마다 이비인후과에 갔어요. 비염이 심한데 맨날 숙이고 공부하니까(자느라 그런 거 아닙니다. ㅡ.ㅡ) 더 심해져서 머리가 늘 멍했거든요. 병원 가서 흡입기로 코를 빨아내고 나면 3분 정도? 시원한 기분이 드는데 그 짧은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었어요. 비염만 아니었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그랬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졌을까 싶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죠.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의사가 면역치료를 하면 나아질 수 있다길래 매주 매달 면역 주사를 맞으며 몇 년을 병원에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나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냥 업으로 알고 살아야 하나보다 체념하고 찬바람이 불면 이비인후과를 우리집 드나들듯 하며 매해 겨울을 보냈어요. 엄마가 내려주는 기관지에 좋다는 각종 즙을 꾸역꾸역 마셔가며.
재작년부터는 천식이 심해졌어요. 비염도 숨쉬기 힘들지만 천식은 댈 게 아니더라구요. 기침이 한 번 시작되면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도 멈추지 않고, 분명 숨을 쉬고 있는데 들어오는 공기는 없는 것 같고, 숨 쉴 때마다 쌕쌕 나는 소리는 이러다 나 숨막혀 죽는 거 아닌가 싶고...
면역 치료 시작할 때 알레르기 검사를 했는데 집먼지 진드기와 꽃가루, 동물털에 반응을 해서 그것만 문제인 줄알고 조심하며 살았는데....얼마 전 책을 읽었는데 음식 알레르기로 제가 앓고 있는 여러 증상을 설명할 수 있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해보았어요. 결과는 계란과 육고기, 과일 몇 종류에 알레르기가 있는 걸로 나왔어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니 너무 슬프다. 계란을 피하기는 태양을 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냐 더 슬프다. 했지만 그런 것들을 피하고 나니 증상이 많이 사라지더라구요. 비염과 천식도 그렇지만 기본적인 상태도 훨씬 좋아졌어요.
급성 알레르기는 호흡기나 피부발진 등으로 바로 나타나서 주의하기 쉽지만 음식 알레르기는 반응 속도도 늦고 (72시간 이후 나타나기도 한대요.) 소화기를 비롯 몸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스스로 알아내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돼지고기를 먹으면 늘 설사를 했는데 그냥 차가운 성질 때문인가 기름져서 그런가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그것도 알레르기 반응의 하나였어요. 잠이 오거나 몸이 무거워지거나 힘이 없어지는 것도 알레르기 증상의 하나일 수 있다고 하니까 스스로를 잘 살펴보고 검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이것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해서(비염은 삶의 질을 떨어뜨려요. 불편하고 더럽고 답답하고...ㅠㅠ) 한 분이라도 저처럼 오래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여기에 써봤습니다. 자신도 그렇지만 아이가 그렇다면 더 빨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좋을테니까요.
각설하고!
그래서 저는 고기와 계란을 못 먹게 되었답니다. 저의 점심밥을 책임지는 사장님이 이 소식에 퍽 난감해하셨지만 직원식의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소고기구이, 호박깻잎전, 멸치견과볶음, 오징어무국
한우라는 말에 알레르기고 뭐고 먹었습니다. 소고기 알레르기니까 한우는 괜찮다며... ㅠㅠ
좋다는 것은 다 들어간 것 같은 샐러드.
토마토, 군고구마, 블루베리, 볶은 율무, 볶은 콩, 카카오닢스, 각종 잎채소
오리엔탈 드레싱 살짝~
오징어 손질한 날은 오징어 파티.
오징어 볶음, 오징어 튀김, 오징어볶은 팬에 볶은 우동
바지락홍합술찜에 면사리 투하
매생이굴전
동네 새로 생긴 도나스 집에서 나온 고로케와 도나스.
연어 손질해서 나온 살, 두툼 돈까스, 파프리카 샐러드
며칠 전 밤에 배추전이 너무 땡겨서 몇 장 부쳐 먹었어요. 소주도 한 잔.
배추전은 밀가루 얇게 입혀서 잘 지진 후 식혀서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이날은 꽃도 등장했네요. ㅎㅎ
카레라멘과 샐러드
김치볶음밥, 숙주무침, 갓김치, 샐러드
제가 싸간 반찬 3종. 망초나물, 쑥갓볶음, 코다리조림
새우토마토 샐러드와 매생이 굴 떡국
닭다리미소구이, 연어광어회, 새우샐러드
두부 명란탕.
이건 제가 한 굴무침이네요. 사장님 음식에 비해 비쥬얼은 떨어지지만, 맛은 괜찮았어요. ㅋㅋ
오징어볶음과 소면
순대볶음과 굴무침
이건 퇴근 후의 술상이었던 것 같네요. 연어회, 생굴, 홍합짬뽕, 카레밥
가끔 손님들이 미리 요청하시면 큰 대구를 사와서 맑은 탕을 끓여요. 그런 날은 저도 좀 맛을 보죠. 맨날 요청이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
자주 오는 손님이 도루묵을 왕창 갖다 주셨어요. 도루묵은 알맛이라지만 저는 알은 싫고...살이 보들보들 엄청 맛있었어요.
뼈에서 떼낸 연어살로 만든 김밥과 고등어 초밥. 불질도 한 번 해주셨네요. ㅎㅎㅎ
좋다는 것 다 들어간 샐러드.
출근 안 하는 토요일에 가게 가서 손님놀이 했어요. 겨울에는 복어지느러미 들어간 따뜻한 사케가 참 좋죠.
오늘은 햇빛이 참 따뜻하던데...이러다 봄이 오겠다 싶었어요. 아직 겨울도 남았고 꽃샘추위도 남았는데 섣부르다 싶지만 알아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가버리고 와락 다가오는 것이 계절변화다 싶어요.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아쉽지 않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참 후에 또 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