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데뷔전에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말로요!
어려서부터 식빵에 된장국 건더기 얹어먹던 된장녀라 여기 와서도 어떻게든 한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네요. 6개월동안 해먹었던 김치, 장아찌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빠른 적응을 위해 남편이 한달 먼저 와서 있었는데, 정말 불쌍하게 살았더라고요... 오자마자 김치 해주려고 마트에 갔는데 배추가 너무 비싼데다 상태도 별로여서 일단 양배추로 시도. 아삭하니 괜찮은데 오래되니 군내가 작렬. 원래 그런건지 제가 뭘 잘못한건지... 2주 내로 소비할 분량만 하기로 결정했어요,
음식 사진에 자기가 빠지면 안된다는 또또군.
김치 하는날 수육은 필수겠죠? 알갱이 커피가 없어서 원두가루를 넣었더니 폼이 안사네요.
동네 미국 마트에서 발견한 알배추로 담근 배추겉절이. 맛있어서 너무 빨리 소비해버린게 단점.
토종 입맛의 소유자 답게 어려서부터 좋아했던게 팍 삭은 고들빼기 김치였어요. 어느날 민들레잎사귀를 발견하고 이거다 싶어 담가본 민들레 김치. 소금물에 만 하루 정도 담갔었는데 쓴맛이 완벽히 빠지진 않아서 다음엔 삭히듯이 며칠 담갔다가 해보려고 해요.
배추가 너무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로메인 상추로 담근 겉절이와 미니 오이로 담근 오이소박이.
먹을만은 한데 팍 절여질 수 없다보니 짠듯한 느낌이 많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소를 좀 묽게 담아봤는데 먹을만 했어요.
그래도 김치 한번 할 때마다 너무 많이 줄어드는, 캐리어에 이고지고 온 고추가루가 아까워서 다른 방법을 마련하기로 했죠.
각종 장아찌 만들기! 누름 돌이 없어 유리컵으로 대신합니다.
양파와 무로도 담가보고
할라피뇨로도 담가보고, 마트에서 세일해서 산 버섯도 괜히 한번 넣어보고.
엊그제는 아스파라거스가 세일하길래 담아봤는데 아삭한 맛이 좀 부족하더라고요....
아삭하게 담는 비법 전수 받을 수 있을까요?
간장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무침을 끼니마다 내게 되었어요.
아무거나 그때그때 있는 야채에다가 장아찌 간장 조금에 액젓 넣고, 고국의 고춧가루 살짝 넣고, 여기 파프리카 가루 살짝 넣고, 마늘 많이 넣고, 참기름 살짝! 넣으면 김치 없이도 살만합니다.
나물로만 먹던 시금치도 무쳐보고, 두 남정네가 카레를 너무 사랑해서 한번 하면 삼시세끼를 카레로 먹네요. 제 친구들은 남편과 아들을 편리한 남자들이라고 부릅니다.
카레를 자주 해줘도 몇 주 뜸하면 카레를 찾는 두 남자. 백종원식 카레목살 스테이크 정식이네요.
어느날은 미니 파프리카 무침, 옆에있는건 로스트치킨 이예요. 닭 껍질은 음식물쓰레기인줄 알던 남편이 로스트 치킨을 해주니 열심히 찾아먹네요. 저건 너무 탄 듯해서 안 탄 버전 올려봅니다.
올리브쇼에서 나왔다는 귤품닭(?) 해봤어요. 오븐이랑 팬 닦는게 힘들어 그렇지 무지 맛있더라고요~
아들 머리만한 닭 다리? ^^
맨날 로스트치킨만 해먹는건 아니고요, 백숙도 해먹었었답니다.
볼에 입수하라 하니 못내 미련이 남아 한다리를 걸치고 있는 소심한 닭.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영화 "집으로" 가 생각나더라는.... 다행히 또또는 닭을 왜 물에 빠뜨렸냐고 울지는 않더군요. 정말 편리한 남자입니다.
쌀국에 살아 좋은 점은 고기가 싸다는거. 등갈비 사다가 반은 굽고 반은 졸였는데 앞으로는 구워달라고 누군가 정중히 부탁하네요. 정중한 부탁은 또 들어드려야 제맛이죠.
그 뒤로는 쭉 구워드리고 있습니다.
어디서 봤더라, 출처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불고기 재울때 양념 넣기 전 양파만 먼저 갈아서 15분 정도 재워뒀다가 양념을 넣으면 더 맛있다해서 그대로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이렇게 두고 야채 썰어놓고, 당면까지 불려놓으면 볼일 보고 좀 늦게 들어와도 밥 하는 동안 15분이면 저녁 완성!
사실 통닭보다 선호하는 재료는 윙입니다. 누가 더 좋은 부위 먹었네 하고 싸울 이유도 없고 금방 익어서... 옆에는 갑자기 가래떡이 생겨서 만들어본 떡볶음인데 짜장처럼 나왔네요.
준비 시간 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하지만 단가도 높은) 소고기 구이. 두 남자는 살코기부위를 좋아하고 저는 힘줄이나 떡심을 좋아해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며 선호하는 부위를 챙겨줍니다.
두 남자의 취향을 반영하지 못한 잘못된 고기선택으로, 저만 포식한 상차림이네요. 굳이 홀푸드까지 가서 쇼케이스에도 없는 삼겹살을 사왔더니만.... 그래도 제 입이 즐거웠으니 그걸로 만족하렵니다.
주말들 잘 보내고 계신지.... 내일은 이곳도 비가 온다 하네요~. 비가 오는걸 좋아해 본적이 없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깻잎을 길러먹어보려고 싹을 틔워놔서 그런지, 내일의 비는 반가울 것 같아요. 촉촉한 봄비를 기다리며....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