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모로코 음식 따진
얼마전에 모로코 음식 얻어먹으러 가서 만드는거 찍어왔거든요.
저한테는 매우 이국적인 음식이어서 혹시나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해서 퍼옵니다.
- 블로그의 글이라 반말이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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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함께 연구실에서 같이 생활하면 재밌는 일이 굉장히 많다. 우리 랩에도 모로코에서 오신 박사과정 학생 한분이 계신다.
Driss Azougagh - 보통 드리스 아저씨라고 부르는데, 영어의 특성상 그냥 드리스라고 부른다. 나보다 1년 인가, 1년 반 앞서서 랩에 오셨고,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계신다.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모르듯이, 나 역시 드리스씨를 만나기 전에는 모로코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감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모로코가 유럽에 있나 아프리카에 있나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모로코는 아프리카 서북쪽에 위치한 나라다. 아래로는 사하라 산맥이 있고, 위로는 지중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마주하고 있다. '카사블랑카'라는 도시가 제일 큰 도시인데, 지도에는 모로코 말로 'Dar-el-Beida' (<small>dar beïda</small>) 라고 되어 있다.
이 모로코 출신 아저씨와 종종 식사도 같이 하고 근처에 놀러도 가곤 했었는데, 이 분께서 나와 동기 한명을 식사에 초대하셨다. 모로코 음식을 해 주시겠다고...
모로코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번 들었다. <span style="color: rgb(0, 0, 255);">쿠스쿠스, 타진</span> 등. 프랑스에 가면 쿠스쿠스를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음식이라고 하셨다. 쿠스쿠스는 열량이 높아서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둥... 거기에 쿠스쿠스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실 상상 속의 음식이란게 다 그렇듯이 들어도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런 모로코 음식을 해 주시겠다고 하니, 만사를 제쳐두고 기꺼이 초대를 감사히 받았다.
메인 코스는 타진, 그 외에 사이드 코스라고 말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만치 양이 많았던 물고기구이, 케밥이었다.
<물고기구이>
이름을 들었으나, 기억이 안 난다. 모로코 말로도 그냥 물고기구이 정도라고 했다.
모로코에서는 모로코에서 많이 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요리를 한다지만, 한국에서 이역만리 먼바다의 물고기를 찾을 수는 없는 법. 고등어를 사셨다 한다. 고등어를 양파, 당근, 등등을 다져서 하루 정도 재워뒀다고 하셨다. 그것을 밀가루 옷을 입힌다. (밀가루 옷을 입히는건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
노릇노릇 구워진 고등어. 양파 덕분에 비린내가 거의 안 나는 듯(?)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사실 이 물고기구이의 핵심은 이 사진에 나와 있다. 이 물고기는 빵이랑 먹는다. 고기 한점을 뜯어서 바게뜨 빵과 같이 먹는다.
물고기와 빵이라...
사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조합인데, 생각보다 훨신 맛있다. 비릴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빵과 같이 먹는 고등어는 전혀 비리지 않았다.
<타진 (Tajine)>
타진 또는 따진(내가 듣는 발음으로는 따진이 더 정확한 우리말 소리인듯)은 모로코 사람들의 주식이라고 한다. 첫 느낌은 간단한데 무지하게 시간은 오래 걸리는 음식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맛은 그 간단함에 비해서 무지 좋았다.
따진의 주재료는 고기+야채 인데. ^^;;; 요즘같이 고기가 흔해진 세상에서는 고기가 주재료이지만, 모로코에서도 예전에는 고기 대신 콩을 주재료로 이 요리를 했다고 하셨다.
일단 기름을 아주 약간 두르고 고기 넣고, 야채 (양파, 토마토, 등등)을 썰어 넣는다. 토마토는 껍질을 살짝 벗겨내고 넣는데, 껍질 벗기는 방법도 배웠다. 칼날을 반대방향으로 해서 토마토를 슥슥 긁어주면, 토마토가 껍질이 몰랑몰랑 (대구말로는 골아서)해져서, 껍질을 벗기면 쉽게 벗겨진다. 그리고 토마토의 씨는 신맛을 내기 때문에 빼고 넣는다고 한다. 그리고 섞어두고 한참(얼마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을 기다린다. 마치 찜요리를 하듯이 그냥 뚜껑 닫고 죽치고 방치(?)한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드리스씨가 만들어 준 물고기구이를 먹었다. 딱 물고기 구이를 다 먹을 시간이 되니, 따진의 다음 단계 요리를 할 타임이 되었다.
무슨 갈비탕을 보는 듯한 모양이다. 야채 - 주로 양파에서 나온 오리지날 국물이 고기에 푹 스며든 모양이다. 올리브유를 거의 쓰지 않았는데도, 고기가 불 위에서 타지 않고 익어있었다.
<span style="font-weight: bold;">이 졸려진 재료들에 다시 물을 붓는다! </span>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신기했는데, 실컷 졸여놓은 것에 다시 물을 붓고 끓인다. 어찌보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음식같다. 음식 한 끼에 이만큼 많은 불을 써서 졸여야 하다니. ^^;;;
(남의 나라 음식을 욕하자는게 아니고, 그만큼 신기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골국물 우려내는걸 생각하면 이런 음식 방법이 그리 비효율적이진 않은 듯...)
이렇게 물을 붓고 다시 양파, 피망 등등의 야채를 넣는다. 그리고 감자도 왕창 썰어 넣는다.
그리고 <span style="font-weight: bold;">이 음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큐민(cumin)'을 넣는다.</span> 사진의 중앙에 노란 가루 약간이 보이는데, 이것이 큐민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카레 같은거라고할까, 카레의 주 재료 중의 하나가 바로 저 큐민이라는 향신료다. 카레 향이 강한 것이 바로 저 큐민의 힘이라고 한다. 모든 비릿내 노릿내 등을 싹 다 정리해주는 강력한 향신료라고 한다. (드리스씨의 이야기 일부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약간의 정보)
그리고 다시 한참을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동안 드리스씨는 지난 모로코 여행 (본인에게는 고향방문)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다. 카사블랑카도 있었고, 드리스씨의 고향 마을 사진도 보았다. '본 얼터메이텀'에서 보았던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 사이로 주인공들이 붕붕 날아서 도망가고 쫓고 하던 그런 곳이었다. 지극히 이국적인 풍경을 한참이나 보고 나서야 타진이 완성되었다.
아까 부었던 물이 반정도로 줄고 나면, 드디어 모로코 사람들의 주식인 따진이 완성된다.
쇠고기 따진 완성.
<span style="font-weight: bold;">저 국물에 바게뜨 빵을 찍어 먹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카레 향 (실제로는 큐민 향)이 은은히 풍기면서 감자와 소괴기의 맛이 어울려서 엄청 맛있었다. </span>
이렇게 잘 먹긴 했는데, 앞으로 소고기를 못 먹을 테니 이 소고기 따진은 언제 먹어 볼 수 있으려나....
대신 양고기로도 따진을 만들 수 있다고 하시긴 했다. ^^
이국적인 따진 요리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물고기고기+바게뜨 에피타이져. 저 날 엄청나게 먹었다. 배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문제는 저 날 저렇게 잘 먹고, 보답을 하고 싶어서, 다음에는 우리가 드리스씨한테 요리를 해 주겠다고 했는데... 딱히 대구 음식에는 저런 럭셔리한 느낌의 음식이 없다는것이 문제다. 좀 빈해보이더라도, 드리스씨가 한번도 맛보지 못한 음식을 해 드리기로 했다. - 정구지 찌짐과 배추 찌짐 정도? ^^
(생각보다 대구 사람이 아닌 이상, 배추 찌짐을 못 먹어봤다는 사람이 많아서 신기했다. 배추 찌짐은 경상도에서만 먹는 음식인 듯 싶다.)
- [키친토크] 총각들의 찌짐파티 30 2008-07-04
- [키친토크] 모로코 음식 따진 49 2008-06-24
- [뭘사다먹지?] 외국인 분 (모로코)에.. 6 2008-06-16
1. 장작가
'08.6.24 3:09 PM참. 지난번에 질문에 답해주셨던 푸른두이파리님 감사합니다. 그 질문에서 나왔던 모로코 분과의 저녁식사가 바로 이 내용이걸랑요.
2. Goosle
'08.6.24 4:11 PM장작가님께서 배추찌짐 해주시면 드리스 아저씨가 그것 갖고 블로깅 하시는건 아닐까요? ㅋ
"배추 한장 지졌을 뿐인데 놀라운 맛이었다, 지쟈쓰!"
따진, 왠지 한 번 시도해보고 싶기도 해요.3. carolina
'08.6.24 6:33 PM제 독일인 친구부부는 훈제 고등어를 빵에다 발라먹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밥에다가 먹는 것을 보고 부부가 단체로 충격에 입을 다물더라는. 그래서 말해줬죠 주메뉴가 틀려서 그런거 아니겠냐고.ㅋㅋ
4. 장작가
'08.6.24 6:55 PMGoosle님 드리스 아저씨가 혹시 블로깅 하시게 되면, 그걸 가지고 와 봐야겠네요. 재밌겠어요. ㅎㅎ
carolina님, 반대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주식이 다르니까.. 저도 빵과 고등어는 정말 안 어울릴거라 생각했거든요.5. 푸른두이파리
'08.6.24 7:12 PM배추찌짐은 왜 안올리셨어요? 돔베기스테이크 아쉽네요..^^
모로코하면 그레이스 켈리 왕비와 영화 카사블랑카가 생각나잖아요...
모로코 사람들 성격들이 느긋한 듯...우린 빨리해서 빨리 먹고 싶은데...
드리스아저씨 얼굴도 궁금하고...배추찌짐도 올려 주세요~^^6. 자연맘
'08.6.24 8:49 PM꾸스꾸스 먹었더랬는데 제 입맛에는 좀 그랬어요.
향신료의 향이 익숙하지 않아서 먹기가 거북했었죠.
닭고기와 조밥과 여러가지 야채가 어우러진 음식인데
식성 좋으신 분들은 아마 좋아하실거에요.
그리고, 장작가님!
따진이 음식이기도 하면서 꾸스꾸스를 담는 모로코 전통 그릇의 이름이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드리스 아저씨께 여쭤봐주세요. ^^
둥근 모양의 도자기 접시에 고깔 모양의 높은 뚜껑이 있는 그릇을
아마도 따진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아서 여쭙는 겁니다.
부탁해요~ ^^;;7. 피글렛
'08.6.24 9:05 PM오호...따진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도전해 볼만한 요리네요.
소개해 주신 대로 만들어 보겠어요.
맛있어보여요.
고등어 요리도 간을 어떻게 했는지만 알면 만들어 보고 싶어요.
양파와 당근에 재워둘 때 소금간을 했겠지요?8. hesed
'08.6.24 9:56 PMcarolina님, 훈제 고등어를 빵에 발라 먹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 하겠는걸요.ㅋ
영국 사람들도 훈제 고등어를 주식으로 삼고 싸이드로 샐러드나 야채 삶은거랑
곁들여서 먹던걸요. 언젠가 영국분 집에 차 마시러 갔었는데
혹시 배고프면 냉장고에 맛있는 피쉬 있다고 먹고 가라는 거에요.
무슨 피쉬? 했더니 훈제 고등어라고 하는 거에요.
그래서 라이스 없으면 절대 못 먹는다고 했어요.ㅋ
따뜻한 라이스랑 먹으면 꿀맛이라고 알려줬는데 carolina님 친구분 얘기 들으니
좀 충격적으로 들렸을지 모르겠네요.ㅋ9. 둥이맘
'08.6.24 11:36 PM따진........넘 맛나보이네요~
따라해보고싶은데 안먹어본 음식이라 용기가 안나네요.....잘 할수있을런지........10. 장작가
'08.6.25 1:54 AM푸른두이파리님, 7월 2일에 드리스씨랑 약속을 잡았습니다. 배추찌짐 하러 가려고요 ^^ 배추찌짐부쳐서 꼭 성공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사진도 꼭 찍어와야겠네요.
자연맘님, 말씀하신대로 따진이라는 음식을 담는 그릇 또한 따진이라고 한답니다. 저 요리를 하면서 그렇게 가르쳐주시더라고요. 말씀하신 그대로 그릇이 생겼답니다. 저도 작은 따진 미니어쳐를 선물로 받았는데, 딱 그 말씀하신 모양대로 생겼답니다.
피릇렛님, 고등어 요리 간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모로코에 간장이 있을리만무하니, 아마도 소금간이겠죠?
오.. 그리고 훈제 고등어도 있군요.. 저는 간고등어 아니면 그냥 고등어 구워 먹는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역시 세상은 넓고 음식은 다양하네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둥이맘님, 큐민이라는 향신료가 입맛에 맞으면, 따진 요리도 아마 맛있을거 같네요.11. 초보
'08.6.25 4:15 AM미트따진을 드셨군요 .... 잊지못할맛 따진
전통따진은 우리의 타원형뚝배기 그롯에 손잡이도 길게 솟아있는 뚝배기? 미스므리한
위에 자연맘님께서 한말씀과 같습니다 맞습니다 모로코 전통도자기&뚝배기 미스므리한것
따진의 종류만도 5섯가지 이상을 봤습니다
먹어본건 미트따진, 치킨따진 제생각에 유럽요리에 배교해 전혀손색이없는 요리 였습니다
따진의 진한맛을 음미하려면 시골로 가라는말을듣고 간 시골마을 다카라&다클라 (모로코의 남쪽끝) Ad_Dakhla 아가딜에서 16시간 걸림
그곳에서 최고의따진(Tajin) 맛을 맛보았더랬습니다
너무 맛있어 공항에서 Tajin 이라는 요리책을 팔길래 사왔는데 이게 영어인줄 알았지 프랑스어
일줄이야 ...해석하려니 어려워 부모님댁에서 쉬고있습니다
책에는 따진의 종류가 10가지 이상 나온걸로 알고있습니다
참고로 그분이 따진을 해주셨다니 님께서도 뭘해주시겠다 생각한다면 콩스프 를 해주십시요
모로코인들이 콩스프를 참 좋아하더군요.12. 생명수
'08.6.25 5:14 AM이렇게 외국 음식 잘 하시는 거 보면 너무 신기해요. 한번도 못 먹어봤지만 맛있어 보이네요.
13. 정이
'08.6.25 11:21 AM장작가님 참 맛나 보이네요... 고기 좋아하는 조카들을 위해서 한번 만들어 주고 싶네요... 그리고... 푸른두이파리님 그레이스켈리는 모로코가 아니라 모나코 왕비인데... 착각하신듯... 모나코는 작은 나라... 같은 지중해 연안이지만 모로코는 아프리카에 있고 모나코는 유럽에 있을건데요 ...
14. pinkstar
'08.6.25 1:25 PM - 삭제된댓글전에 티브이에서 보니까 터키에서 고등어를 바게트속에
넣어서 먹는 걸 보고 헉! 했죠.
아마도 훈제하거나 향신료로 비린내를 없앴나봅니다.
글구 따진 참 맛나 보이네요.
마치 비프스튜+카레 같기도하구요.
암튼 정구지찌짐과 배추찌짐 맛있게 대접하시길 바랍니다^^15. 아네스
'08.6.28 12:46 AM배추찌짐..ㅎㅎ..저도 할 말 있어요..
고향이 이북이신 우리 부모님하고 부산에서 내내 살다가 대구남자에게 시집갔어요..
처음 맞은 명절..녹두빈대떡과 동태전만 보다가 배추전을 생전 처음 본 순간..
정말 웃겼어요..명절에 웬??? 솔직히 좀 아니다 싶었고 배추전과 친해지는데에 몇년이 걸렸죠..
제가 알기로는..여러 사람에게 물어본 결과..
경상남도에도 배추전 모르는 사람들이 많구요
주로 대구와 경상북도에서 먹는 것 같아요..
이제는 제사를 제가 모시기 때문에
제가 배추전 부치는데도 아직 서툴러요..
다른 전은 급하면 대충 반찬가게에서 사도 되는데
이놈의 배추전은 파는 데가 없어서
죽으나 사나 제가 부쳐야 된답니다..ㅎㅎ..
여긴 서울이에요..
장작가님 배추전 솜씨 보고 싶네요...
꼬옥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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