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카타고리를 도저히 '요리일반'으로 적기 부끄러워 이야기로 남깁니다. ^^;;)
지난번에 모로코에서 오신 연구실 동료분으로부터 모로코 음식을 얻어 먹은 이후, 한국음식으로 다시 대접하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친 걸 은근히 후회했답니다. '드리스'씨는 이미 한국에서 공부를 한지가 10년이 다 되어 가시니, 한국에서 못 드셔본 음식이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뭐를 한들 '독특한' 것이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맞다.
"대구 음식은 같은 한국 땅에 살아도 못 먹어본 사람이 많다. 대구 음식을 대접해 보자"는 것이 이번 요리의 키포인트였습니다. 드리스씨는 매운거 잘 못드시고 돼지고기는 안 드시는데... 하지만 대구 음식이 어디 안 매운 것이 있었으며, 푸짐한 것이 있었던가여 ^^;;
그렇게 고민 끝에 나온 음식이 바로 '배추찌짐', '탕국' 이었습니다. 푸른두이파리님, 상구맘님, 그리고 나~중에 댓글을 달아주신 당쇠마누라님 고맙습니다. 이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감히 겁없이 이 메뉴를 골랐습니다. ^^
그러나 배추찌짐은 지금이 배추가 맛있는 철이 아니라는 동료 어머님의 말씀을 듣고 포기하고, 그냥 '깻잎 찌짐'과 '탕국' 그리고 '구절판'을 하기로 했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던 배추찌짐은 아무래도 배추가 나오는 제철에 다시 한번 시도를 해 봐야 겠습니다.
재료 준비는 철저히. ㅎㅎㅎ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었던 '탕국' 입니다. 탕국이란게 지방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집안마다 끓이는 방법이 다르더라고요. 이번에는 연구실 동료 집안 버젼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고기 넣고 볶다가 (참기름이 없어서 그냥 고기만 볶았습니다), 물 붓고 무우 넣고 그냥 한참 끓입니다. 그러다가 소금간을 하고, 대강 간이 맞다 싶어서 그냥 계속 끓였습니다.
그리고 대강 무우가 좀 익었다 싶을때 다시마 넣고 좀 더 끓이다가 무우가 대강 속이 보일랑 말랑 할 정도로 투명해져서 불 끄고. 이로써 끝!
가장 쉬웠지만, 가장 본래 집에서 먹던 맛을 그대로 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ㅎㅎ 아마 '드리스'씨도 대구식 탕국은 못 드셔 보셨겠죠? (까 먹고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구절판은 만들기 쉽고 요리가 복잡하지 않아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시도했습니다. 좀 있어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양을 전혀 가늠하지 못한 요리 생초보가 파프리카를 너무 많이 썰어서 반도 먹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밀전병은 밀가루를 따로 반죽을 만들지 않은 관계로 그냥 부침개 반죽을 그대로 이용했습니다. 생각보다 얇게 부치기가 힘들었으나, 한 열 개 정도 만들고 나니 요령이 생겨서 점점 얇게 부칠 수 있었습니다. ^^b
그리고 고기 볶고, 당근 볶고, 버섯 볶으니, 이로써 구절판 완성! - 실제로는 재료가 다섯개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찌짐은 사실 너무 배가 고파서 사진 찍는걸 잊는 바람에 .. ^^;; 많이 못 찍었답니다. (역시 배고프면 만사 귀찮고 배를 채워야...) 하여튼 깻잎 찌짐이랑 정구지 찌짐은 그런데로 맛이 있었습니다. ㅎㅎ - 이게 프리믹스의 힘인지도..
아.. 그리고 이게 누구야~~
하여튼 찌짐 던지고 쑈를 했습니다. ㅎㅎㅎ
공중부양 정구지찌짐.
이번 요리 파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