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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응모]보석같은 깐밤과 단무지 없는 김밥

| 조회수 : 6,862 | 추천수 : 74
작성일 : 2006-10-30 03:28:35
저희부모님은 저 고3때 이혼을 하셨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고  정말 정신적으로 충격이 컷습니다,,
그와중에 밀려오는 입시스트레스와 따로살게된 엄마대신 제손길이 필요했던 초등학교4학년 짜리 어린남동생... 늘 바쁘셨던 아빠.. 어린가슴에 슬픔과놀람을 담아놓을 새도없이 그땐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바빳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아마  탐스런 밤이 ,나올 10월의 어느날...
저는 그날도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아직은 서투른 솜씨로 저녁을 해 동생을 먹인다음 동생 준비물이며 숙제 급식수저통..이것저것 챙긴뒤 공부를 하러 7시쯤 독서실에 갔습니다,,3시간쯤 공부를 하다 창밖을 보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더 많이 오기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가방을챙겨나오다가 독서실 입구에서 중학교 동창이었던 영희를 만났습니다,, 그리친했던건 아니었지만 같은학원을 나온터라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가려는데 영희네 어머니가 우산을 들고 오신겁니다,,
독서실에서 영희네집은 오분거리이고 저희집은 십분거리였는데 방향이 같아서 영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영희어머니가 가져오신 파라솔같이 큰우산을 쓰고셋이 걸어가게됬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고있는데 영희어머니가 주머니에서 호일로싼 주먹만한 뭉치를 꺼내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아참~ 너희들 이거 나눠먹어라~”
“이게 뭔데요??”
“밤이야~ 깐밤~ 아까 삶았는데 너무 달아서 우리딸 먹으라고 엄마가 까왔지~~”
건네주신 호일 뭉치안에는 깐밤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밤이요,,,칼로 쓱쓱 깍은밤이 아닌 밤 형태가 그대로 들어나있는 보송보송 예쁜 밤 이었습니다,,,,살을 깍아 낼까봐 겉껍질 먼저 벗기고 속껍질을 살살 벗겨내신 거 같은...


영희랑 그 밤을 나누어 먹는데 어찌나 목이 메이던지요,,, 영희랑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길
하늘이랑 같이 참많이 울었습니다,, 빨게진 얼굴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부슬부슬 내리를 비를 맞으며 집 근처를 뱅뱅 몇 바퀴를 돌았던지...


다음날.. 단짝인 은진이를 만나서 떡볶기를 먹으며 재미있게 수다를 떨었더니 속상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기분도 좋아졌습니다,,,그다음날도 학교에 다녀와서 동생을 챙긴후 과외를 받고 독서실로 향했습니다 컴컴한 독서실에 들어가 제자리에 불을 켰는데 책상위에 은박지로 싼 동그란 물건이 있더군요,,
이게 뭔가 싶어서 펴봤더니 깐 밤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울퉁불퉁 예쁘진 않고 조깨진 것도 많았지만 보석처럼 예뻣던 은진이의 깐밤...
조용한 독서실 휴게실에서 서로 입에 목이 메이도록 밤을 넣어주며 은진이와 전 웃으면서 울었습니다,,참 맛있다고 연신 이야기하면서요,,,시간을 쪼개가며 공부해도 모자라는 그 시간에 어제속상한맘에 지나가며 한 이야기가 마음이 아파 밤을 깟던거지요,,


은진이는 저한테 늘 그런 친구였습니다,, 집에서 맛있는 반찬을 하거나 김치를 담그면 늘 제 몫을 챙겨서 싸들고 오고 예쁘고 좋은 것을 보면 늘 제 생각을 해주는 친구,,,
제동생의 졸업식이나 운동회, 하다못해 태권도 심사 때도 만사를 제치고 달려와 주는 친구,,,
요리를 공부하는 저에게 늘 니가 한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겨 들어주는 친구,,,,
제생일이면 늘 들통으로 미역국을 끓여서 가져오는 친구,,,,


평범한 밤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행복한 추억이 깃든 특별한 음식으로 선물해준 내친구 은진이...


은진이를 위해 지난여름 제가 준비했던 특별한 음식은 단무지를 너무 싫어해서 사먹지 않았던 김밥도시락이었답니다,, 물론 단무지를 빼고 은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채운 김밥이요,,


마음도 이쁘고 공부도 잘하는 내 친구 은진이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 은진이가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이 되리라 믿습니다,,임용고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만하는 은진이를 위해 다시 한번 단무지 없는 김밥을 싸들고 도서관에 가야겠습니다 은진이가 좋아하는 달디단 초코케익도 한판 구워가지고요,,,


은진아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해,,넌 좋은 선생님이 될 거야~
또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친구야~ 알지?


82cook 식구들도 은진이가 꼭 임용고시에 합격하도록 기원해 주실래요?
또 모든 수험생을 가진 주부님들도 파이팅하시고요~모두 좋은 결과 나오길 빌께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꼬꼬
    '06.10.30 3:40 AM

    그런친구분이있다는거 너무부럽네요.
    친구분임용고시합격하시길!^^

  • 2. 쥬링
    '06.10.30 5:14 AM

    헉, 속이 정말 튼실하네요~ 맛있겠어요 ;ㅅ;

  • 3. 은하수
    '06.10.30 6:05 AM

    네.. 우리 같이 꼭 합격할수 있도록 기원해요. 좋은 결과 있을거에요.
    너무 맘이 예쁜 분이시네요. 님과 친구분이요...

  • 4. 소머즈
    '06.10.30 7:20 AM

    아~ 저도 모르게 울고있어요 ㅠ.ㅠ

    두분의 우정이 너무 아름답네요.
    꼭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 5. 기쁨이맘
    '06.10.30 9:37 AM

    가슴이 찡하네요. 두분의 우정이 너무 아름다워요.

  • 6. 우물가
    '06.10.30 11:00 AM

    아!...안습입니다...

    좋은 친구를 두신 두분 부럽네요...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 합니다.

  • 7. 언제나처음처럼
    '06.10.30 11:35 AM

    눈물 뚝....
    너무 사랑스러운 두분이에요..
    친구분의 좋은 소식있으면 꼭 전해주세요

  • 8. enjoycook
    '06.10.30 11:44 AM

    두분...앞으로도~ 쭉...이런 사이 계속되길 바래요..
    아... 부럽네요
    글구...김밥...넘 잘싸셨어여...좋아하시겠네여
    칭구분두...좋은소식 기다릴꼐여 왠지 좋은선생님 되실거 같아요~

  • 9. 김현숙
    '06.10.30 12:15 PM

    두분 우정 앞으로도 계속되길 .....나도 모르게 눈물이 ...

  • 10. 토요
    '06.10.30 12:38 PM

    나만 우는줄 알았더니 ...
    친구 분 시험 꼭 붙으시기를...
    그 친구에 그 친구에요.
    이뻐요.이렇게 이쁜 마음으로 잘 사세요.

  • 11. 짱구유시
    '06.10.30 1:03 PM

    두분.... 화이팅

  • 12. 젤이뿌다
    '06.10.30 1:28 PM

    두분오래오래 우정나누길 바래요.
    흰머리날때까지요..아니, 영원히..
    전 절친한 친구가 일찍 하늘나라로 가버려서...보고싶네요..
    그리고 너무 부러워요...
    친구분 꼭 합격하시고, 훌륭한 요리사되시길 빌께요.

  • 13. 돼지용
    '06.10.30 1:48 PM

    스트레스엔 달콤쌉싸름한 초코케잌이 최고지요.
    두 분의 우정
    이 가을이 따뜻한 이유네요.

  • 14. 냉장고를헐렁하게
    '06.10.30 2:10 PM

    글 읽으면서 빵 먹고 있었는데 목에 메이네요...
    두 분의 우정, 너무 부럽고 아름다워요.
    내내 행복 하세요~!

  • 15. 정유진
    '06.10.30 2:50 PM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복입니다.
    잠시....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좋은 선생님이 되실거예요..

  • 16. deep blue
    '06.10.30 2:55 PM

    두분 다 행복하세요. 친구분 임용고시 합격하시길 바래요.

  • 17. 딸맘
    '06.10.30 2:56 PM

    오늘 좋은 친구하나를 미국으로 떠나 보내고 왔습니다.
    맘이 얼마나 싱숭생숭한지...
    두분 우정 영원하길 빌어봅니다.

  • 18. 심경희
    '06.10.30 3:31 PM

    너무 슬프고도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네요. 나이들면서 추억을 먹고 사는데 귀한 추억을 저축해 두었네요. 그 깊은 우정이 영원토록 잔잔하길 ... 눈물한방울이 뚝 떨어지네요.

  • 19. 열쩡
    '06.10.30 4:19 PM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준대도 안아까울 친구네요.
    단무지 없는 김밥만으론 너무 약한거 아니에요?ㅎㅎ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 20. 쭈니맘
    '06.10.30 5:21 PM

    친구분과의 우정도 감동이었지만 어린 동생을 챙길 줄 아는 맘이 더 예쁘네요...
    앞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

  • 21. 카민
    '06.10.30 5:40 PM

    그런 친구가 있다니 부럽습니다.
    눈물나요..... 두 분의 우정이 너무 예뻐서요,

  • 22. 기리기리
    '06.10.30 11:22 PM

    친구분 꼭 합격하시길 바래요^^

  • 23. 아카시아
    '06.10.31 4:35 AM

    두 분다 너무 예쁘네요.
    아름다운 소중한 추억 잘 간직하고
    더욱더 예쁘게 지내시기를..

  • 24. 엘마
    '06.11.1 7:39 AM

    님의 고3 시절이 생각나 또 울컥해지는군요.
    제가 요즘 광양밤을 생으로도 까고 삶아서도 모양그대로 까구 있답니다.
    울 딸과 아들 먹이려고
    그런데 이것들이 잘 안먹어주네요.
    이유식 두세시간 걸려 해놨더니 안먹어 주던 아기적 생각도 나고
    쬐매 섭섭하더라구요.

    친구분 꼭 합격하시길 빌겠어요.

  • 25. 소박한 밥상
    '06.11.2 1:29 AM

    추천 숫자 60을 보고......모두들 아름다운 우정을 목말라 하고
    진정한 벗을 그리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 26. 달팽이각시
    '06.11.4 10:06 AM

    아음..친구생각에 눈물이 핑~
    두분 우정 너무 아름다와요.. 평생 소중하게 가꿔나가세요..

  • 27. 금발이 너무해
    '06.11.4 11:16 PM

    바빠서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따뜻한 리플이 주렁주렁 달려서 너무 너무 감동했어요ㅜㅠ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제친구가 너무 좋아할꺼 같아요 꼭 보여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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