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
오늘 오후 친정엄마가 전화 왔네요, 직장으로...
추석 때 빈대떡 해주려고 했는데 못해줬다고, 오늘 부쳤으니 내가 가져다줄까?....
퇴근 후 큰 아이 데리고 병원 가려했는데....
그럼 너희 집에 갔다놓을께, 저녁에 먹어라....
집에 돌아와 보니 냉장고에 오후에 부친듯한 빈대떡이 들어있네요.
녹두 갈아 만든거니까 맛은 있지만, 솜씨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ㅠ.ㅠ
![](http://kr.img.blog.yahoo.com/ybi/1/50/fd/sohn0805/folder/16/img_16_157_1?1161144079.jpg)
저희 엄마 요리 잘하셨습니다.
요리 배우는 것도 좋아해서 그 옛날에 집에서 신선로와 구절판, 중국요리까지 맛보곤 했답니다.
손님 치루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셔서, 일년에 두 세번, 30~40명되는 명절친척손님들(외아들이지만, 고모가 일곱 분 이셔서
사촌들 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은 물론이고 아버지 회사의 외국손님 대접도 집에서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엄마가 나이가 드시니 음식하는 걸 제일 먼저 귀찮아하시더군요.
나이 드신 분들의 특허음식. 남은 국물 아까와서 계속 재료를 첨가해서 끓여대는 찌개.
재료가 빠지면 귀찮아서 대충 아무거나 넣어 만드는 국적불명 음식.
제 동생과 아버지, 이젠 엄마가 한 음식에 불평이 많습니다.
제가 만들지 않는 또 하나의 음식은 약식입니다.
이또한 울 엄마가 요즘 열심히 만들고 있는 거죠.
특히 당신 외손자가 잘 먹는다고 우리 식구가 가면 으례히 한통씩 만들어 놓으십니다.
이 약식. 맛있기는 한데 역시 그 귀차니즘으로 염색 부족일때도 종종 있고,
당분부족으로 설탕을 나중에 솔솔 뿌리시기도 하고, 가끔 잊어버리고 바닥을 태우기도 합니다.
입 짧은 우리 식구들. 한번 맛있게 잘~ 먹으면 그다음에 언제 먹을지 잊어버리고 사니,
한통씩 가져온 약식을 다 못 먹고 버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 못하고 언제나 기쁘게 받아옵니다. 잘 먹겠다고...
울 엄마, 참 좋아하십니다.
![](http://kr.img.blog.yahoo.com/ybi/1/50/fd/sohn0805/folder/16/img_16_157_0?1161144079.jpg)
사실 저 여기 글 올리시는 다른 분들처럼 그렇게 친정엄마랑 다정하고 애틋한 사이는 아닙니다. 그냥 덤덤하죠.
서로 성격과 취향이 달라 전 좀 불편했습니다. 어릴적부터.
오히려 아버지가 더 좋았죠. 결혼 후, 금전적인 복잡한 문제로 엄마에게 감정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드시니 애잔하고 불쌍하더이다.
저도 키톡에 올라오는 맛있게 보이는 님들의 빈대떡, 그 유명한 꽃게님의 약식,
맛있게 만들어 울 식구들 먹이고픈 생각이 불끈불끈 들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나마 울 엄마가 만든 빈대떡과 약식은 아무도 안 먹을까봐.....
나중에 엄마가 못 만드시는 날이 오면 그때나 되서 해봐야지... 한답니다.
ㅋㅋ 이래서 음식 못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