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방앞에서면 작아지는 빈곤한 학생입니다~
오래간만에 키톡 수준 하향평준화에 기여하러 왔습니다^^;;;
사실 자주 여기 와서 구경하긴 하지만 글 쓰기는 용기가 안나서 기웃기웃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냥 아침에 커피를 두잔 마셨더니 제정신이 아니에요 ㅎㅎㅎ
맨정신으로 나중에 오면 글 지울지도.....
저같은 사람들도 가끔 글 올려줘야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얻을꺼라고 위로해봅니다;;;
매일 도시락을 싸긴 하는데... 귀찮아 죽겠어요;;;;
제가 해보니 얼마나 도시락 싸는게 손이 많이 가고 신경쓰이는 일인지 알겠더라구요...
고딩시절에 자취하는 짝꿍이랑 나눠먹으라고 넉넉하게 매일 메뉴 바꿔가며 점심 저녁 싸주셨던 엄마 생각도 많이 나고 이 곳에 도시락 사진 올리시는 분들 보면서 엄마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몇 가지 그냥 올려봅니다아~ 폰으로 찍은것들이라 화질이;;;;;
만만한건 계란말이...
계란 후라이 뒤집으려다가 매번 찢어먹고 그냥 마는게 더 쉽구나 터득한 이후 도시락의 주 메뉴 됐어요;;;
성격 급해서 약불에서 곱게 익히지 못하고 휘리릭 태워먹어야 직성이 풀려요;;;
짜장, 카레.. 한번 하면 일주일은 갑니다;;;
매번 지겹도록 똑같은 음식 먹을래 시간 투자해서 다른거 맛있게 먹을래 그냥 똑같은거 먹고 맙니다;;;
이래서 음식 실력이 안늘어나나봐요...
나물에도 도전해봤는데... 어렵더라구요...
상추나물, 호박볶음, 시금치 나물...
'적당히 간 맞춰라' 부분에서 매번 맨붕이 옵니다 ㅠ.ㅠ
어느 날은 소금덩어리, 어느날은 이건 그냥 물에 적신 야채인가 싶어요...
생각보다 빨리 상해서 많이 만들지도 못하겠는데... 가끔은 정말 먹고 싶을때가 있어서 계륵인 아이템들입니다;;;
엄마가 아무것도 안시키셨는데 명절하고 제사때 전 부치는거는 거들어주는걸 허락하셔서;;;
전은 많이 부쳐봤던것 같아요...
그거 밖에 할줄 아는게 없어서 매번 도시락 메뉴 없으면 아무거나 집히는대로 계란물에 퐁당해서 구워댔어요;;;
마트에서 크래미 세일하길래 사다가 맛살전... 흰살생선 세일하면 사다가 생선전...
호박이 눈에 띄면 호박전...
전부치면서 그냥 사다먹자고 툴툴대다 걷어차인 시간들이 의미가 있었나봐요 ㅎㅎㅎ
김밥 한번 말았다가 한동안 김밥 생각 나지 않을정도로 먹어댔습니다;;;
한번 처절하게 망한 이후 82의 고수님들께서 조언해주신대로 다시 도전해서... 이번에는 안터졌습니다~
터질까봐 미친듯이 꾹꾹 쥐어짰어요...
친절하게 답글달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ㅠ.ㅠ
상추나물 하고 남은 상추로 부침개도...
김밥의 하이라이트는 꽁다리지요 ㅎㅎㅎ
한동안 주구장창 도시락은 김밥만...
당분간 김밥 생각은 안날꺼같아요;;;
두부 동그랑땡 만들어보겠다고 부엌 한번 뒤집었다가...
그냥 구워먹자고 결론 내렸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ㅠ.ㅠ
옆에 거무튀튀한건 버섯양파 간장에 볶은건데 색깔이;;;;
도시락이 정말 싸기 싫었던 어느 날...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서 김밥재료 남은거에다가 참치캔 하나 뜯어서 가져갔습니다;;;
김에다가 참치, 밥, 단무지 얹어서 돌돌 말아먹고 있는데 친구들이 신세계를 발견한듯한 얼굴로 바라보더라구요...
맛있어보인다고 얘기해주는데 차마 귀찮아서 이랬다고 말은 못하고 챙피해서 쥐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시험이 있던 어느 날...
컵라면 가져갔는데... 먹으려고 비닐 뜯다가;;;;;;;;;;;
안그래도 머리에 영어가 안들어가서 우울했는데 울뻔 했어요 ㅠ.ㅠ
제 룸메들이 음식을 정말 잘해요^^
제가 주방에서 꼼지락대면 불안한듯한 시선과 귀엽다는 시선을 반씩 깔고 바라봅니다;;;
갈수록 부실해지는 도시락을 보더니 본인들 음식 할때 조금씩 더 해서 도시락 싸가라고 제 용기에 덜어놓습니다...
위는 일본 아가씨가 만들어준 beef curry
아래는 주인 여사님께서 만들어준 아채+생선+굴소스 볶음
시험기간에 공부하고 있는데 밤 10시에 둘이 이걸 만들더니 맥주 따서 잔치를 벌이더라구요...
술마시면서 만들었는데도 맛은 정말 좋았어요.
중간고사 공부하면서 머리 쥐어뜯다가도 도시락 열때마다 행복했던...
까탈스러운 사람들을 만나면 고생하기도 한다는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감사해요~
친구가 집들이 한다길래 가져갈려고 만쥬도 한번 만들었는데...
두번 다시 안하려고요... 힘들었어요...
앙금이 없어서 lima bean 1파운드를 불려서 깠는데...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그래도 밤 12시에 수업에 잘 못따라가는거 아닌가 싶어서 우울했는데 콩을 하나씩 하나씩 까면서 어느 순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룸메들이 쟤가 제정신이 아닌게야 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콩껍질까는건 은근히 좋았어요 ㅎㅎ
그래도 다시는 안해요 ㅎㅎ
이것은 친구가 만들어온 간식들...
집에서 만든 간식들은 밖에서 사먹는거하고 차원이 다르더라구요...
남자 아이인데 지 생일에 지가 컵케익 굽고 디저트 만들어댑니다...
이 아이가 공부 때려치고 제과점 내겠다고 하면 학비 환불해서 투자할 사람들이 줄서있어요 ㅎㅎ
아래의 peanut butter chocolate rice crispy는 레시피 내놓으라고 한달째 조르고 있는 메뉴입니다...
이넘이 레시피 가져오면 도전해보고 여기다가도 올려드릴께요.
가끔은 남의 나라에서 이게 뭔짓인가 싶을때도 있고...
외화낭비만 하는게 아닐까 싶을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려구요;;;
혼자 지내다보니 새삼 가족들의 마음이 많이 느껴집니다...
집을 나와서야 엄마 밥이 얼마나 맛있고 소중한건지 알게됐어요..
도시락 매일 정성들여 싸주시는 어머니들 언젠가는 아가들이 마음을 알아줄테니 홧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