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서 음식 재료를 다듬고 있는데,
딸이 다가와 말합니다.
" 맘, 82의 다른 아줌마들은 근사한 요리 많이 올리던데,
맘도 뻔한 요리 말고, 근사한 요리 올려 보세요!"
헉......!
뻔한 요리!! 라니........
" 뻔한 음식이...... 건강에 좋은거다!! "
<멸치볶음>
아마도 대한민국의 뻔한 밑반찬 중 하나일 겁니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멸치를 볶아서 수분, 비린네 날려주고....
올리브오일 두르고 약한 불에서 볶다가,
바삭바삭한 느낌이 나면 청주 휘리릭, 올리고당 넣어 주고...(멸치의 염분 때문에, 간장은 넣지 않았습니다.)
편으로 썬 마늘 뜸뿍 넣어주고...(계속 약한 불에서 볶아 줍니다.)
취향에 따라 호두, 아몬드, 잣등 견과류를 넣어줘도 좋습니다.(저는 요즘 마늘에 반해서...)
씨 뺀 청양고추도 듬뿍 넣어서....
통깨 넣고 마무리...
쫀득쫀득한 마늘이 딱 제 마음에 듭니다~
멸치 볶을 때 설탕을 넣으면 나중에 돌덩어리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멸치가 반찬통 모양 그대로 딱딱하게 굳었던 경험이 있다면,
설탕대신 꿀이나 올리고당이 좋습니다.
꽈리고추와 함께 볶을 경우엔, 고추 따로 양념해서 볶아 식혀서 수분 날려주고,
멸치 볶아서(이 때는 설탕이 좋습니다. 고추의 수분 때문에) 식힌 후에 같이 섞어 주면 질척하지 않은
멸치볶음이 됩니다~
<오징어실채 볶음>
만만하지만 만만하게 봤다가는 금방 타버리는 오징어실채...
오징어칼채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빨갛게 무친 진미채도 맛있지만,
어렸을 때 엄마가 싸 주신 도시락에 이 반찬이 들어 있으면 얼마나 신이 났던지....
팬에 올리브오일 두르고 마늘 뜸뿍, 마른고추 몇 개 던져서 지글지글......
마늘향이 듬뿍 올라올 때, 올리고당 넣어서 지글지글.....
불을 끄고 오징어실채를 넣어 마늘향과 오일이 잘 스며들도록 섞어 줍니다.
다시 불을 켜고 약한 불에서 볶으면서 청주 휘리릭...
계속 볶아 주다가....(절대 불에서 떠나지 마세요~ 방심하면 초컬릿색 오징어 됩니다)
노릇노릇 색이 바뀌면,
통깨 넣고 휘리릭.....
불을 끈 뒤 참기름 넣고 휘리릭....
딸이 제일 좋아하는 오징어실채도 볶아 놓고....
<마른취나물>
취나물 홀릭인 저는 1년 내내 취나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국내생산....100%? 로고도 맘에 듭니다~
먹을만큼 꺼내서....(아...생긴 것도 향토적인 게 이뻐 보입니다.)
뜨거운 물에 담궈 놓습니다.
(저는 하루 전 날 담궈 놓았다가, 다음 날 삶아서 조리하는 게 좋더군요.)
물에 팔팔 삶아서, 어느 정도 삶아지면 불을 끄고, 뚜껑 덮어 잠시 뜸을 들였다가......
찬 물에 몇 번 헹구고....
꼭 짜서 파, 마늘, 간장, 소금 조금 넣고....
들기름에 조물거리다 볶아서.....
마른 취나물도 만들고....
컴퓨터를 하고 있던 딸이 말합니다.
" 맘, 82에 아무개아줌마가 올린 요리 사진은 너무 멋있어요!~ "
" 그건.................
그 아줌마 사진기는 최신형 DSLR이고......
맘 사진기는 이조시대 똑딱이라 그런거다! "
아.....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최고라고 칭찬하던 딸이,
꺽어진 50이라고 놀리기 시작합니다.....
<부지깽이나물>
오래전에 산채정식 파는 식당에서 처음 먹어 본 부지깽이 나물...
그 맛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건나물은 만드는 법은 거의 비슷합니다.
하루 전날 불리고, 삶고, 담구고, 헹구고, 짜고, 무치고, 볶아주면 되는데....
잘 삶고, 아린 맛을 잘 빼주면 맛있는 나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삶아서 담궜다 헹구고, 무치고 잘 볶아서....
들깨가루 듬뿍 넣은 부지깽이 나물도 만들고.....
<건호박>
하는김에 잘 말린 호박 꺼내서.....
불에 불렸다가...
끓는 물에 한 번 데쳐서...(한 번 데쳐서 하면 호박 풋내가 없어 집니다.)
꼭 짜서 국간장 아주 조금, 소금, 파, 마늘, 통깨, 들기름 넣어 볶아서....
건호박나물도 만들고....
그래도 봄이니까....
시금치도 조금 사서...
(알뜰한 주부는 금반지나 금목걸이 보다, 싱싱한 식재료를 보면 이쁘다고 하던데......
저는 파릇파릇한 시금치가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헹구고 꼭 짜서...
결대로 쪽쪽 찢어서 간장, 소금, 파, 참기름, 통깨 넣어 조물거리다...
(달큰한 시금치는 마늘을 넣지 않는 게 더 맛있더군요~)
시금치도 무쳐 놓고....
<무짠지>
가을에 담궈 두었던 짠지 두 개 꺼내서....
채 썰어서 생수에 잠깐 담궈 짠기 빼주고.......
꼭 짜서 파, 마늘, 고춧가루, 매실액, 통깨 넣어.......
조물조물 ........
짠지 무침도 해 놓고.....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데....
딸이 또 한 마디 합니다...
" 맘....그렇게 구린걸 올려요?? "
헉.......허걱.....구리다니...
자기가 안 먹는다고 구리다니....!!
"인생의 참맛을 알기 전에는 짠지의 깊은 맛을 모르는거다!! "
나머지 한 개는 나박 썰어서 생수 붓고, 매실액 조금 넣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입맛 없을 때 꺼내 먹고....
역시 된장찌게는 감자, 호박, 두부 삼총사가 들어가야 맛있는 것 같습니다.
신제품이라고 나온 동그란 두부...먹어봐야지요~
수분이 적어서 부침으로 하기에 딱~
소금 약간 뿌려서 계란옷 입혀........
간단하게 두부도 부치고.....
달궈진 후라이팬이 아까우니까, 뚱뚱한 계라말이도 하고......
인생의 참맛은 모르지만, 사진 볼 줄 안다는 딸이 옆에서 또 쫑알댑니다.
" 맘, 아무개 요리블로그 보니까.....와우! 테이블셋팅이 너무 근사해요~
테이블보도, 촛대도, 화병도, 럭셔리 그 자체에요! "
" 그건.................
촛대 들어내고, 화병 치우고, 냅킨 홀더 빼 버리고.......음.....또.... 꽃장식 치우면......
뱃속으로 들어가는 거 별로 없다!!! "
엄마 놀리는 게 재미있는지 옆에서 큭큭 대는 딸에게 저도 한마디 합니다.
"그럼 너......30cm 접시에 달랑 하나 담긴 개미 눈물만한 근사한 요리 먹을래,
나물 넣고 고추장 듬뿍 넣은 양푼비빔밥 먹을래??"
"..........양푼비빔밥이요...."
" 그럼 됐다!"
<간단 새우튀김>
새우 해동해서 청주에 재웠다가 살짝 헹궈 물기 빼주고...(저는 코가 민감해서 2시간 정도 청주에 재웠습니다~)
녹말가루, 양파가루, 마늘가루, 파슬리가루, 소금, 후추 넣어 조물조물......
새우에 녹말가루가 촉촉하게 흡수되면.......
따로 튀김가루를 아주 찬물에 개어서 살살 섞어주고........
조심조심......
바삭하게 튀겨 놓고.....
생크림에 양파가루, 마늘가루, 파슬리가루, 소금, 후추, 레몬즙, 식초, 꿀, 치즈가루 넣어 잘 섞어서
소스 만들어.........
듬뿍 찍어서 먹고........
<쌈장>
다진양파, 청양고추, 파, 마늘, 호두 준비하고......
호두는 팬에 살짝 볶아서 사용하면 더 고소합니다.
된장, 보리막장, 고추장 넣고....
매실액 넣고 잘 섞어주고....
다진 재료 넣고, 통깨, 들기름 넣어 잘 섞어서....
쌈장도 만들어 놓고....
야채 깨끗히 씻어서...(흐르는 물에 담궜다 버리고를 반복해서 씻으면 싱싱해져요~)
쌈도 싸먹고......
출출할 때는 냉동면 하나 꺼내서......
멸치육수에 참치액,소금 넣고 팔팔 끓으면, 면 넣고....
한 번 데처서 기름기 뺀 유부 넣고 팔팔 끓여서....
간단 유부우동도 해 먹고......
82를 기웃거리던 딸이 또......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 맘, 아무개 아줌마가 올린 음식은 어쩜 이렇게 앙증맞고,
귀엽고, 식탁매트도 잘 어울리고.....어쩌구 저쩌구...."
" 그건................
신혼 때는 다 그런거다!!"
<요구르트>
요구르트 파우더, 우유 준비해서....
(상온의 우유가 단단한 요쿠르트가 됩니다. 차가운 우유는 실온에 꺼내 두었다가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잘 섞어서~
조심조심 흘리지 말고 용기에 잘 담아서~
뚜껑 딱 덮어서~
전원 켜고 10시간 정도 지나면.....
맛있는 요구르트 완성....
냉장고에 넣어 차게 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고....
블루베리 듬뿍, 꿀 조금 넣어서 먹어도 맛있고.......
싱싱한 딸기 깨끗하게 씻어서......
듬뿍 뿌려서 먹어도 맛있고......
82를 기웃거리던 딸이....
오늘따라 또.... 저를 슬프게 합니다........
" 맘, 이 아줌마 사진도 비주얼이 좋은데요?~~"
" 그건...........아저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