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2년!!
어제는 여기 온 동네서 폭죽 터뜨리고 난리도 아니었네요.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기차타고 세 시간, 로텐부르크도 구경 다녀오구요,
엄청 춥고 눈발 날리고 말도 아니었지만은 즐겁게 다녀와서
심지어 그 정신에 독일에서 대만 친구들과 벌이는 옌옌판-까지 해 먹었으니 뭐,
굉장히 충실하고도 즐거운 새해 맞이었답니다.
폭죽 터뜨리는거 맞워서 소리지르고 수다떨고 웃고...
술을 그렇게 마셨는데도, 배가 하도 든든해서 취하지도 않던 밤이었어요. :)
그동안 이 친구들이랑 해 먹은 음식들이랍니다.
이 날은 한 친구 생일 상.
식사로 미트볼야채볶음에 소고기볶음, 소고기달걀볶음이네요.
어쩌다보니 고깃상. ㅋㅋ;;; 한국사람 둘이서 야채가 없다고 조용히 중얼거렸다죠;
이 이후에 디저트 상 만들면서 케익 잘랐는데, 그 사진은 없네요.
이렇게 한 상 먹고 디저트에 안주 내어 놓고 계속 마시는거죠 뭐.ㅎㅎ;;
만두도 빚어먹었습니다.
스튜 두 종류는 모두 대만식이었고요.
만두는 제가 빚으면 조개모양이고 이 친구들이 빚으면 시판만두 모양이고 그랬어요.
저래뵈도 피까지 다 손으로 밀어 빚었네요.
둘이서 피를 밀어주면 둘이서 빚는 식으로, 250개는 빚은것 같아요.
속은 대만식! 그렇지만 딤섬과 비슷해서 맛났었답니다.
이건 12월 30일 저녁이에요.
이 친구들이 다들 다른데 여행을 다녀와서요,
일주일동안 얼굴 못 봤다고 불러다가 먹여줬답니다.
달걀볶음이랑 배추토마토국, 청경채숙주볶음, 닭심장볶음(!!), 핑거피쉬랑 감자튀김에 닭구이...
엄청났어요. 이 날은 남자들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이 상 계속 둔 채로 술마셨..<-....ㅋㅋ;;
네, 이게 옌옌판!!
미역볶음(해산물), 파스타(식사류), 닭조림(새), 돼지고기김치찌개(육류)..
디저트 사진은 없어요. 디저트 나오면 다들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서..
늘 그렇듯이 술병은 따도 따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오늘 아침 떡국이에요.
친구들은 다시 크로아티아로 놀러갔고요.
그래서 느즈막히 혼자 먹은 아침이네요.
왠일인지 정성이 뻗쳐서 달걀 지단까지 올린 떡만둣국!
멸치육수 내서 깔끔하게 속 덮혔어요.
(근데 멸치육수 넘 많이 나와서...빈 병에 담아서 한통 쟁이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며칠은 국 걱정 없이 계속 달걀 풀고 호박 넣고 끓여먹겠어요. ㅋㅋ;;)
이 친구들이랑은 8일에 또 파티하기로 했어요.
그 날은 제가 삼계탕 끓이려고요. ㅎㅎ;;
쌀에 견과류를 넣은 애매한 버전이겠지만요.
사실 독일에서 매일 먹는건 아니지만서도
저정도로 만들어 먹는 한식+대만식이라면 정말 괜찮은 것 같아요.ㅎㅎ;
제가 올 해 스물다섯 살이 되었어요.
스무살이 훌쩍 넘었는데도요 제 시간은 느리고 평화롭게 흐르네요.
마음이 생각만큼 급박하지만도 않고..
막연한 이야기지만서도
이렇게 공부하고 잘 놀고 건강한 생각 하려고 하고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만나고 많이 그리고 많이 쓰면,
남들도 다 그러하듯이 저도 그냥 자연스럽게 살게되지 않을까-
그냥 사람 사는 것 처럼, 누구나 그 시간을 보내는 것 처럼,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에요.
당연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거나 공부를 더 할 수도 있고
당연히 연애도 할거고 그러면 결혼도 할거고 어느 날은 내 아이도 생기고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다 일어나고.
그냥 평생토록 영원토록,
제게 일어날 모든 일들이 지금처럼만 재밌고 신기했으면 좋겠어요.
늘 매일매일 궁금한 것이 생기고
어느 날처럼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길거리 풀 한포기가 예뻐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 처럼 하늘 보며 걷다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가슴이 벅차기도 하고.
엄마 아빠 언니 건이 할머니 할아버지..
우리 가족은 생각만해도 너무 좋아서 눈물이 핑 도는.
그래서 제가 나이를 먹고
또 새롭게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되풀이 되는 것이
멍청하고 부질없는게 아니고, 그냥 좋았으면- 해요.
생각 해 보면 어릴 때는, 어른이 되기 싫어하기도 했지만요. ㅎㅎ
(저 진지하게, 하루하루가 지나면 내가 죽을 날짜에 하루하루 다가가서,
이렇게 행복하고 좋은 순간들을 더이상 겪지 못할 것이 너무너무 무섭고 싫고 슬펐거든요;;;)
근데 오늘은 정말로, 나이 먹는게 좋아요.
더 어른이 되는게 좋고, 아쉬운 것도 없달까요.
그래서 그런지, 새 해가 온 것도 좋으네요. :)
새롭게 또 시작될 것들에 두근두근...
'가슴이 아리는 열 일곱'과
'매일매일 열 여덟'과
'후회없이 열 아홉'과
'스물'과
'21세기의 21'과
'22부'와
'스물 셋, 발음마저 예쁜 나이'와
'제 24 장'을 거쳐서.
(네, 블로그 이름이었어요, 그동안요. ㅋㅋ;;)
'오늘, 스물 다섯'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