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별고들 없으셨죠?
요즘 새로 준비하는 일들이 있어서 바빴답니다.
이번 달 말에 한국에서 어린 학생들이 단기 언어 연수하러 저희 집에 오거든요.
몇달씩 있을 것이라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도 있고 해서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데, 그 와중에도 저는 이곳을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날락하며 지냈지요. 오늘은 이것 해먹을까, 아니면 요것? 해가면서 말이죠.
덕분에 지난 여름에 왕창 빼두었던 체중이 부쩍 늘었습니다. 마구마구 몰려오는 내 살들아~~~!
지난 일요일에는 오랜만에 하이티 음식 중의 하나인 "마이물뢰"를 아침식사로 준비했습니다.
말은 좀 이리저리 꼬여서 이상하게 들리지만 그냥 옥수수죽이라고 보시면 되요.
사진을 올리고 보니, 찍는 솜씨도 꽝이고, 여러분들의 어여쁜 그릇들이며, 프로를 능가하는 디스플레이의 탁월함에 비해 에구궁 입니다. 저희 결혼할 때 달리 결혼살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늦은 나이에 이곳에 와서 공부 좀 해볼까나? 하면서 궁상스럽게 살던 살림과, 40이 가깝도록 노총각으로 살았던 우리 신랑의 허접한 살림을 그냥 섞어놓고 사는지라 짝맞는 것도, 신혼냄새 폴폴나는 이쁜 것들은 눈씻고 찾아 볼라야 없지요. 그래도 이곳에 자주 들락날락 거리니 웬지 저도 슬슬 이것저것 부러워지는 것이 참 많아집니다.
어쨌든,
"마이물뢰"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마이"가 옥수수이고, "물뢰"(꼭 물레라는 말처럼 들려요)가 옥수수를 빻는 기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집 신랑말에 의하면.
하이티는 카리브 해안 지방에 올망 졸망 모여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구요, 얼마전에 그곳 독재자 문제로, 정치적인 문제로 시끌벅적했던 나라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프랑스 통치령이었기 때문에 불어와 크리올(꼭 브로큰 프랜치같이 들려요)의 2가지 언어를 씁니다. 대부분이 흑인들이구요, 저희 남편도 물론 흑인입니다.
빈부의 차이가 심하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불안정 하다지요. 특산물이라고 한다면 하이티 망고가 정말 맛있습니다. 그리고 하이티의 그림들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지요.
사람들은 대부분이 카톨릭이고,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피부색깔도 틀리고 언어도 틀리고 하지만 어쩜 이리 똑같을까 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동양사람들 처럼 어른들을 존중하는 것들, 밥을 많이 먹는 것, 작고 동글동글한 고추(꼭 멕시코 고추인 하바네료와 많이 흡사합니다)를 어디에든 넣어서 뭐든지 약간 매콤하게 잘 먹는 것...
옛날에 저희 할아버지가 고모들을 부르실 때 "이실아~!" "고실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씨 집안에 시집 갔다고 해서 이실이, 고씨 집안에 시집 갔다고 해서 고실이.
우스운 것은 하이티 사람들도 그 비슷하게 부르데요.
제 신랑 이름이 피에르 입니다. 저는 친척들이 "마담 피에르"라고 부르더군요. (웬 마담...)
잔소리가 길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여지는 "마이물뢰" 만드는 방법을 대강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뭘 재서 음식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냥 만드는 방법만 말씀드릴께요.
한국사람의 기호에 맞게 만들어 드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재료)
옥수수 빻은 것(분말은 맛이 없으니 입자가 조금 굻은 것을 사용하세요)
치킨 파우더(파우더가 없으면 큐브로 된 것. 그것도 없으면 그냥 물 대신 치킨 스톡,
그것도 없으시다구요? 그럼 대강 다시다 넣어 쓰세요)
훈제 햄 조금 (또는 짭짤하게 해서 말려놓은 흰살 생선)
아보카도, 그리고 물
크리올 시즈닝(이것은 넣어도 되고 안넣어도 무방합니다)
(방법)
1. 물을 넙적한 그릇에 끓입니다.
(치킨 스톡을 쓰시는 분은 치킨 스톡을 끓여주시구요)
2. 끓는 물에 옥수수 가루를 넣고 중간 불에서 잘 저어 주면서 죽의 농도처럼 끓입니다.
(옥수수가 끓을 때 이리저리 잘 튀니까 조심해야 합니다)
3. 듬성듬성하게 썰어 놓은 훈제 햄을 넣고 함께 잠깐 끓여 줍니다.
(원래는 짜게 해서 말려 놓은 매기를 물에 담가 소금끼를 잠깐 우려 내고 이 죽에 넣어 먹습니다.
하지만 이 소금에 절인 매기가 제 주변에서는 구하기 힘든 관계로 그냥 햄을 썼습니다)
4. 아보카드를 잘라서 함께 맛있게 먹는다.
아주 쉽지요?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하이티의 흔한 아침식사랍니다. 옥수수죽을 약간 짭짤하게 만들어서
고소한 아보카도와 먹으니 괜찮네요. 저는 조금 풍미를 더하기 위해 크리올 시즈닝을 햄을 넣을 때 함께 넣어서 잠깐 끓여줍니다.
어제는 하이티 음식 중의 하나인 "그리오"라는 돼지고기 양념 튀김과 하이티식 콩밥을 했는데 깜박 사진 찍는 것을 잊었네요. 다음에 다시 할 때 올려볼께요.
지난주에는 한국 마트에서 사온 천사채 샐러드와 도루묵 찌개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천사채, 천사채 하시길래 한번 먹어볼려구요. 도루묵은 예전에 친정 엄마가 해주시던 것이 너무 먹고 싶어서 냉동된 것 밖에 없는데도 낼름 사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도루묵 정말 맛없었어요. 정말 정성을 다해서 했는데 말짱 도루묵이었습니다. 다시는 사지 말아야지 다짐 다짐을 했습니다.
천사채 샐러드는 있는 야채만 가지고, 먹고 남은 런천미트 햄을 모양새 없이 잘라놓았습니다.
우리 보배가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엄마 도와 준다고 수저랑, 나무 젓가락을 가져다 놓았네요.
은근히 스타 의식에 사로잡힌 보배가 음식 찍는데 자기 찍는 줄 알고 고개를 삐끔이 들여밀어 놓았습니다. ^^
보배는 우리집 식구중에 아무도 쇠젓가락, 은젓가락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기억했나봐요.
저도 쇠젓가락 사용안한지 오래되서 인지 웬지 아주 손가락에 힘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갑니다.
당근, 남편은 나무젓가락 선호, 우리집에 홈스테이 하는 홍콩 학생들도 나무젓가락입니다.
사진에 웬지 시커멓게 나온 것은 매운 홍합을 했는데 모두들 좋아하네요.
맨 위의 오른쪽에 있는 한국 마트에서 사온 옛날식 소세지를 달걀물 입혀서 만들어 놓았더니
우리 신랑이 뭔데 이렇게 맛있냐고 하데요. 참, 식성도 가지가지라니까요.
그래서 대강 한끼 떼웠습니다.
이번주부터 매주말에 손님초대가 있습니다. 한달 내내요.
벌써 지지난 주에 가라오케 파티를 해서 김밥이랑, 과일 샐러드, 카레 피클, 닭튀김 등으로 겨우 떼웠구요,
지난주에는 저의 친구 생일이라 우리집에서 모였습니다. 뭐해줄까 했더니 잡채와 주먹밥이 나오데요.
미국사람들은 잡채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전 아주 질렸습니다, 너무 자주 해서.
주먹밥은 우엉조린 것 다져 넣고, 카레 가루도 좀 섞고, 후리가케도 좀 넣고 하는데 남녀노소 다 좋아하네요. 다 아이들있는 집이라 격식차리지 않고, 한국식으로 퍼질러 앉아서 아이들 한쪽에서는 괙괙 소리지르는 가운데 수다떨고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다음주, 다다음주.
그러면 서울에서 아이들 5명이 단체로 오고...
힘듭니다. 이 와중에 살이라도 좀 빠지면 좋을텐데...
아이고, 우리 보배 수영갈 시간이 되어서 이만.
전 매번 이곳에만 들어오면 수다가 길어집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하이티 음식 1) 마이물뢰와 하이티 이야기 그리고...
보배엄마 |
조회수 : 2,187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5-11-03 11:3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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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벨메일
'05.11.3 12:18 PM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글자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었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2. appletree
'05.11.3 1:03 PM아드님 너무 귀여워요~ 곱슬머리도요~
그런데 질문! 하이티와 타히티가 다른나라인가요? 아님 하이티가 타히티의 정확한 발음인가요? 궁금해져셔요 ^^ 글 너무 잘쓰시내요~3. young0102
'05.11.3 3:10 PM사~알짝 웃는 보배 너무 귀여운데요....
4. 보배엄마
'05.11.3 4:24 PMappletree님! 타히티는 남태평양에 있는 나라이구요, 하이티 (또는 아이티 라고도 발음해요)는 카리브해안 지방에 있습니다. 학교 미술시간에 우리가 배운 타히티의 여인은 남태평양의 섬여인을 그린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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