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먼곳에서 너무 외로운 명절에...
한국엔 명절 증후군이라는 새로운말도 생길정도로 명절은 며느리들이 일하는날로 인식이 되어있는데...
전 이민생활중이라 그런지..정신을 뚝바로 차리지 않으면 오늘이 명절인지 내일이 명절인지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어요.
어제 저녁..
고양이 녀석들 밥 주러 나갔다가 훤하게 떠있는 보름달을 보면서.."명절이구나...추석맞구나..."생각하니 괜시리 눈시울이 시큰 하더라구요..
울 시어머님이 에콰도르에 오셔서 달을 바라보시면서..
"어쩜 여기달도 서울달과 그리 똑같이 생겼냐...그쟈..?"하시던 생각도 났었더랍니다.
마침..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제가 사는 "과야낄시" 전체가 수돗물이 안나온다고 해서 미리미리 물사용해야 하는일들을 해놓느라 얼마나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야 했는지...(후진국 사는 비애...-_-;;)
그 와중에 명절 기분내본다고 떡살담가놓고... 미리 분쇄기 이용해서 빻아놓고..일요일까지 먹을 쌀 미리 미리 씻어놓고...아이들이 마침 수학여행을 다녀오는날과 겹쳐서 세탁기 하루종일 돌리고..
정말 동동거렸지요.
물론 저희집엔 물탱크가 큰게 있어서 금.토.일. 조심하고 아껴쓰면 별 지장은 없을테지만 아무래도 세탁기를 돌리면 물 소비량이 클거같애서 미리미리 물 나올적에 하느라 허리가 휘도록 일했지요.
명절 차례는 한국에 계신 어머님이 지내셔서 전화만 드리는걸로 명절을 때우는 얄미운 며늘이지만 이곳에 시댁식구들이 살아서 명절이면 나름대로 한집(큰집..아니면 우리집)에 모여서 저녁이라도 먹는데 올해는 큰댁에서 여행에서 바로 돌아오셔서 힘드시다고 그냥 안하신다고 하시내요.
전같으면 저희집에서 하자고 했을텐데...제가 또 속좁은 짓을 했어요.
너무 귀찮아서 그냥 모른척 ..같이 넘어가 버렸거든요.
물도 안나오고..전날까지 너무 힘들게 일해서 온몸이 다 맞은듯이 아파서..모른척했어요.
토욜날 울 막내델고 송편조금 만들어 접시에 담아 그냥 한접시씩 보내드리는걸로 대신했내요.
울 아이들은 추석에 송편을 먹는건지..떡국을 먹는건지..그것조차 아직 헷갈린다고 하니...한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송편만들어 보여주면서 추석엔 이걸 먹는거다..했어요.
코코아가루..포도쥬스가루.쑥가루..나머지는 식용색소(정말 조금씩 넣어야 하나봐요..한방울 이상넣으니 색깔이 마치 불량식품처럼 진하게 나오내요..어머...놀래라...^^)넣어 반죽해서 아주 조금 빚어봤어요.
윗사진은 조명이 어두워 더 진하게 나와 더더욱 불량식품같구요.
아랫사진이 원색깔과 비슷해요.
내년에는 잘할수 있을거 같애요.
사실은 파스텔톤으로 고상한 송편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분쇄기로 갈았더니 곱게 안갈아져서 송편이 매끈하지 못한것도 맘에 안들고요.
송편모양이야..워낙 솜씨가 없으니 그럴수밖에 없는점 인정하구요..시인하구요...^^
주절주절 이야기가 긴데...죄송해요.
저희친정에선 명절이면 보통 3-4말의 송편을 집에서 만들었지요.
설날에도 3-4말의 가래떡을 뽑아다 밤새 소쿠리에 말려 다음날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썰어대야 했구요.
만두도 정말 원없이 만들었지요..
너무너무 지겨운명절이여서...명절이면 어디론가 도망가버리고 싶었던 종가집 손녀딸이였는데...
소원풀이 하느라 그런지 이리 먼곳에 시집와서 명절도 없이 살다보니 그때가 살짝 그립기도 하내요 ..
참 맘이 간사해요..그쵸..?
모두들 명절 때문에 힘드셨을텐데 오늘은 집안일 하시지 마시구..커피마시구 음악 들으면서 낮잠도 즐기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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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나돌리
'05.9.19 10:13 AM먼곳에서...명절 잊지 않고
송편까지 빚으새느라
너무 애쓰셨네요...
불량식품인 색깔이라고 하셨지만
진한 색끼리 어우어져 있으니..
그 또한 특이한 맛있는 떡으로 보여요...
암튼~~여러모로 대단하십니다~~~^^*2. 냐옹냐옹
'05.9.19 11:18 AM너무 이뻐요~~
3. 모란꽃
'05.9.19 11:37 AM바로 옆 상가 방앗간에 가기도 귀찮아서 떡 사다 먹는 우리도 있는데, 참 부지런한 주부셔요....^^
송편 빛깔 예쁘고, 맛도 물론 좋겠죠.^^4. 이규원
'05.9.19 11:39 AM역시 뼈대있는 종가집 손녀딸은 다르네요.
재료 준비하기도 힘들었을텐데
딸들에게 직접 선보이는 님을 보면서
저도 3명의 딸이 있는 엄마로서
내년에는 힘들더라도 색색가지의 송편 만들어볼래요.
시댁에서는 송편을 사서 차례드립니다.5. 메밀꽃
'05.9.19 1:09 PM서울사는 저보다 더 부지런하시네요.
떡도 직접하시고...저흰 사다 먹거든요^^
송편색이 예뻐요... 정성이 들어갔으니 맛도 좋겠지요..^^*6. june
'05.9.19 1:15 PM정말 송편 같지도 않은 송편을 대충 사다먹고는 나 송편 먹었소~ 라고 하고말았는데...
여름나라님 송편을 보니 위로가 되는 걸요.
눈으로 나마 잘 먹고 갑니다~(저희 동네에 떡집내시면 제가 일등고객할께요 ㅜ_ㅜ)7. Ellie
'05.9.19 1:25 PM준님~ 오래간만.. 저는 송편도 못먹었어요. (걍 성!공!한! 냄비밥에 시금치 넣고 고추장으로 비벼 먹었어요~ 명절 특별 식으로다가..)
여름나라님 오색찰란 휘영청한 송편... 자태도 빛나는게 아주 자녀분들 얼굴 안바도 비디옵니다.
에꽈도르~ 작년에 어떤 친구가 에꽈도르에서 유학 왔는데.. 한국어 라틴어 영어.. 3개국어를 맘것 해서 엄청 부러웠어요. 에꽈도르에는 한국 사람 많남요?
그나 저나 즐추~8. 비타민
'05.9.19 4:09 PM와우~ 강렬한 송편... 왠지 맛도 찌인~할것 같아요~~^^
9. candy
'05.9.19 6:02 PM예뻐요....
10. 여름나라
'05.9.19 9:31 PM역시 울 회원님들은 ...아무리 봐도 불량식품처럼 보이는 송편을 이쁘게 달리 표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맛도 별로 없더라구요..다여트중이라 실컷 먹지도 못했구요...ㅠㅠ
Ellie님 에콰도르에 교포는 별로 많지 않아요..이나라 수도인 낏또에 한 250세대정도 된다고 하구요.
제가 살고 있는 과야낄시에 100세대가 좀 안되요.
어떤친구인지 이름만 대면 한국으로 유학간 친구...바로 알수도 있지요..과야낄 살았던 친구라면 더더욱...
여기서 지금 몇몇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가있지요.(주로 여학생들)
3개국어를 한다고 한국분들이 다들 부러워라 하시는데 ...대신 한국말이 많이 딸려서 한국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해요.
저도 딸들에게 한국말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어렵다면서 자꾸 피하기만 하내요...ㅠㅠ11. bingo
'05.9.20 10:07 AM송편이 꼭 짱구같이 예쁘게 빚어졌네요.
여름나라님 야무진 손 끝에 새삼 감탄 또 감탄합니다.12. jules
'05.9.20 10:32 AM색도 예쁘고, 전혀 불량식품같지않아요-
13. 영선맘
'05.9.20 5:59 PM여름나라님, 타국에서 그래도 명절 기분 내시며 송편도 맹그시구..
저도 시집 오기전엔 송편이구 만두구 아주 정말 허리 끊어지게 만들곤 했는데, 시집와선 제사도 안지내구.. 송편 구경도 못하네요.. 만두도 사다먹구..살짜쿵 그때가 그리워 지기도 해요.. 정말 명절 분위기 안나거든요..
아무튼 존경스럽습니다..14. 유진맘
'05.9.20 11:23 PM모양이 너무 예뻐요. 저는 왜 송편이 만두처럼 빚어지는거죠?
15. 김혜란
'05.9.21 9:56 AM정말 이쁜 송편이네요. 외로운 명절이셨군요.여름나라님..
16. 여름나라
'05.9.27 6:42 AMbingo님..울 이쁜 짱구를 기억해주시구...캄사해요~~^^*
jules님..이쁘게 봐주시내요..고맙습니당~^^*
영선맘님..그래도 명절은 좀 분주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살짝 들지요..그치요..?
유진맘님..저도 이쁘게는 잘 안되어서 색으로 혼란을 주는중입니다...^^*
김혜란님..명절이라 생각하니..괜시리 더 외로운 느낌이 들더라구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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