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어 주시는 분, 위로해 주시는 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시는 분들까지..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내적인 몸살을 조금 앓는 것 같아요...^~^
단지 지난 시간들일 뿐이고, 나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려니
생각하는데도....그 때의 상채기와 딱지의 흔적들이 저를 쫌 괴롭힙니다...^^
기억을 끄집어 내어 쏟아 놓고 나면
그것이 더 또렷하고 선명해져서...
모든 신경 세포가 모두 쭈뼛거리고 선 듯...
앉지도, 눕지도 못하게 합니다...
어차피 헤치고 지나온 시간들인데도...
나는 기억들을 직면하고 서서...
그것들을 보듬고, 토닥이고, 끌어 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 말씀처럼,
참 가난한 시대에 살았던 우리네 삶이 다 거기서 거기일텐데요...
이곳에서 덜 복잡한 생활을 하다보니...
님들을 대신해서 생각나는 대로 우리네 이야기 이어가 볼께요...^^

겉절이가 너무 예뻐서....^^

준비 땅~입니다...^^


닭불고기 양념을 먼저 볶다가 야채들을 넣고 후다닥~ 한 번 더 볶아 줍니다...


다른 친구들 보다 일년을 늦게 졸업한 저는...
고3을 졸업하는 해에 20살이 되어 있었습니다...
학교 매점일을 하면서도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학교 매점을 하며 알뜰하게 모아놓은 27만원이라는 돈이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대학을 갈수 있다고 믿었댔습니다...
하지만 학교 입학금과 책값등 최소한 76만원 이상은 있어야 했고..
서울가서 살려면 집도 얻어야 했고...생활비도 있어야 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광업소에서 일하시면서 4남매 뒷바라지를 하셨는데..
아버지는 몇년 째 아무 연락이 없으셨습니다...ㅠ.ㅠ
맏이인 나를 향한 교육열이며 치맛바람 대단하시던 엄마였지만...
생활이 고단하면 그런것도 다 사치에 지나지 않는가 봅니다...
오늘은 계란찜을 얌전하게 해 보기로....^^
정말 얌전하지요....? 부부가 게스트로 묵고 있어서 하나씩 주었습니다...^^
유학중인 부부라...한국에서 보내 온 밑반찬 조금 꺼내 놓았습니다..
닭불고기 후라이팬에 구워 주었습니다..
닭겨자채 입니다..
엄마는 제게 대학가기를 포기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시골에서 4명만이 서울로 대학을 지원했는데, 저도 포함...
제 여고시절의 믿음을 돌보아 주고, 꿈을 심어 주시던...
다비 수녀님이 자신에게 들어온 헌금 30만원을 다 주신다고 했지만..
엄마는 서울에 살림을 낼 여력이 없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는 고등학교라도 졸업 했으니
(엄마는 내가 공부를 잘하는것을 대단해 하셨지만) 그만하면 됐다고.....
동생들도 최소한 고등학교라도 나와야 하지 않냐면서....
가지 두반장 조림입니다...
앗~ 짠듯 싶어서 호두랑 양파 더 넣어서 맛나게 조렸어요...
엄마는 내가 취직해 벌어 올 십 몇만원의 월급이 더 급하실 정도로...
생활에 지쳐 계셨고, 고단해 하셨습니다...
대학을 진학 못한 소식을 들으신
담임선생님은 안타까와 하시면서...전문대라도 가라고 하셨습니다....
이 점수면 장학생으로 갈 수 있다면서...여기 저기 알아봐 주셨습니다...
원주의 한 전문대에서 장학생으로 오라고 했다며
월요일 까지는 꼭 가라고 하셨지만..전 가지 못했습니다...
엄마의 하루가, 한달이 얼마나 힘들고 고생스러운지를 아니까...
그리고 동생들이
고2였고 중3이였고..중1이였습니다.....
호박을 매일 쳐다 보고 있습니다...뭘 , 어찌 만들어야 할지...두고 두고...고민 중...
베이비 옥수수 한 봉 샀길래...베이컨으로 같이 말아 두었어요...
양배추 넣은 닭갈비..?^^
저는 그때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것을 배워야 했습니다...
나는 엄마에게 있어 맏딸이요...동생들에게는 언니, 누나였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야만 했지요...ㅜ.ㅜ
쉽지 않은 일이였고...많이 울었습니다...
이럴수도 있는거구나....!!
현실은 이렇게 우리를 비참하게 하고....
실망을 주고....우울하게 하고...기죽게 했습니다..
양파와 버섯 살짝 볶아서 접시에 깔았구요....
닭다리 조린 것 얹어 냈어요...
사람이 마음으로 계획해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이
하나님 이신걸 깨닫는 첫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것도.....
이건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우겨서 전문대라도 갈껄....
간호대라도 갈껄....별 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여전히 그땐 그것이 최선일 수 밖에 없었고...
제 인생의 계획과 자신감이 무너지는....
일생의 중요한 시기였던것 같습니다....
사실은 처음으로 유부초밥을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사먹어 봤지만....
직접 만들어 본적은 없었어요...
한인차가 왔을 때 하나 사 놓았던 것 꺼내서..
초밥으로 서운할 것 같아 훈제 연어도 꺼내놓았습니다...
버섯이랑 속재료를 좀 더 보충하기로 했어요..
에고~ 아끼고 굴리던 연어가 상했어요...
냉동고에 있던 새우를 얼른 해동시켜 그릴에 살짝 구웠습니다
유부에 넣고 남은 밥은 김으로 말고...
새우가 밥에 안 붙어있어서 김으로 허리를 묶어 줬습니다...^^
호박으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호박을 후라이팬에 구워서 그릴에 다시 굽는건데요...
아삭하게 먹어야 했어요..
오랫만에 외식...줄리아네서 맛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뭔가 특별한 삶을 꿈꾸었지만 평범한 처자가 된 저는
20살에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서울와서 처음 알게 된것은 우물안 개구리가 무엇인지..
어떤걸 의미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골에서는 아버지들의 직업이 다 같았었는데...(광부)...
서울 오니까 정말 여러가지의 직업이 있고....
이사람들은 뭐해서 먹고 사나..? 하는 호기심으로
멋진 서울 생활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정보도 없고, 시골에서 서울로 취직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였습니다...ㅡ.ㅡ;;;
처음 나의 서울생활은 다비수녀님의 소개로
크고 멋진 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대형약국을 운영하시던 사장님이 암에 걸리셨고
열살짜리 아들도 암에 걸려...
좀 우환이 있는 어두운 집안이였습니다..
저와 동갑내기 딸은 얼굴이 하얗고 이쁜 대학생이였습니다.....
쥐포와 호두를 고추장 양념에 볶았어요...
요기도 담아 보고...
호박죽 쑤었는데요...게스트를 위해서는 디저트로 요만큼~
호박죽 좋아하는 저는 이~만큼...저녁 대용으로 먹었습니다...
장충체육관 뒤쪽의 신당동...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크고 좋은 집의
부엌방에서 저는 살게되었습니다....
나는 그 집에서 빨래하고 설겆이 하고...청소하고..
유리창 닦고...화분에 물주고...잔디 뽑고...
그 집의 사모님을 도와 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20살짜리가 무슨일을 싹싹할 수 있었을까마는
각자의 볼일을 보러 다 나간 시간에..
나는 이방 저방 쓸고 닦고...집도 지키고....
쌀도 씻어 놓고...빨래널고, 개고 그렇게 몇개월을 보냈습니다...
중국마켓에서 튀긴 두부를 사서 조려 봤어요...
내집이 아니니 마음대로 늦잠을 잘수도 없고...
웬 아침잠은 그리 많은지ㅠ.ㅠ...
아침 일찍 일어나 싹싹하게 일을 잘하면 좋으련만...
그집 딸과 밤새 수다 떨고...아침까지 늦잠자고...zzz
제 주제파악을 못했던 철부지라...ㅜ.ㅜ..
사모님 속을 많이 썩혀드렸습니다....
마음씨 좋았던 사모님은 일할 애를 데려다 놨지만...
당신 딸 같은 애이고 보니 맘이 짠해서 인지...
싫은 소리 한 번 안하시고...
철 없는 저를 거두셨댔습니다...
매일 감자 볶음만 먹던 집에선 구경도 못해 본...
우엉조림이나...장 조림...
그리고 연근 조림같은 반찬이 얼마나 맛있어 보이던지...
아무도 눈치는 안 주지만...괜히 눈치를 보며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김치 종류만 먹어야 했습니다....
암 환자가 둘씩이나 있으니
반찬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듯 했습니다...
아끼고 아끼던 노가리....^^
푹 불려서 푹 조렸습니다.... 한국에서 가져 왔던 것 중 마지막이라...아쉬움이 ㅠ.ㅠ...
한국 떠난 후 8년만에 처음 해 먹어 본 연근 조림입니다..
추억과 아픔이 많은 음식입니다...
연어를 올리브오일로 구운후에 맛간장으로 조렸어요..
코슷코에서 줄리아네랑 같이 산 연어 한팩을 반씩 나누었습니다...
쇠고기 불고기 해 놓았던것 갖은 야채와 당면넣고 볶았어요....
멸치, 다시마 듬뿍 넣고 육수 내서 냉장고에 쟁겨 놓았어요...
멸치 육수로 된장국도 끓이구요....
사람이 아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큰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보고 느끼고 배워가고 있었습니다.....
몇달 후에 멀쩡해 보이는 애가 집에 있으니...사장님이 안됐는지...
약국에 나가서 경리일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남대문에 있는 대형약국에 나가니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차도 많고...사람도 많고...^^
어리버리 직장 생활이 시작 되었습니다...
말씨도 촌스럽고, 순진하기도 했고....강원도 사람 티를 팍팍내며...
어색하고 수줍게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는데...
약사님들은 태백에서 왔다고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용띠임)났다며...
놀리기도 하셨습니다...^~^
아이들의 성화로 감자 핏자 만들어야 했습니다..^^
양상치, 새우, 토마토, 등 겨자소스 냈어요...
하나는 가지요리구요...하나는 감자입니다....
사모님은 내가 집에 머물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아쉽고, 집은 크고 하니...
순천향 의대생 7명을 팀으로 하숙을 쳤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상차리고 설겆이 하고...
또 저녁에 들어가서는 저녁상 차리고 설겆이를 했습니다....
얼마나 좋은 분들이였는지...잊을 수 없는 분들이십니다...
꼭 함께 기도해 주시고...대학생이던 딸은 내게 재밌는 미팅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조금도 내가 그 집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느끼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13만원 정도의 월급을 주셨는데..나는 10만원을 엄마께 보내드리고 ...
사장님댁에 있으니...3만원으로 서울생활을 했습니다 ....
회수권 한달치 사고...책한권 사고...그 기억밖에 없지만.....
오늘의 하일라이트 홍합 되겠습니다..^^
요리프로그램에서 본건데요..엄청 매운 소스로 마지막에 볶아낸겁니다..
추석이기도 하고 이웃 줄리아네 아빠도 가시고 해서 차린 점심 상차림 입니다..
홍합 매운찜....숙주의 아삭한 맛과 홍합의 매콤함이 거의 환상적이였습니다...
나는 뭘 위해...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내가 꿈꾸는 특별한 삶이라는 것은 어떤것인지.....
조그만 부엌방에서 저는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과 함께...
서울생활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