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주부일기 입문기 (82덕분에)

| 조회수 : 2,321 | 추천수 : 19
작성일 : 2004-03-02 22:54:24
좋은 밤~ 첫인사드립니다.
82폐인이 된지 어연 사오개월....동안 눈팅만 하다 몇자 적습니다.
  

1. 오늘아침, ㅇㄱ과 지옥철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정성이라고 통조림 놔두고
생밤을 직접 까서(손 부르텼슴) 쪄서 졸여서 양갱을 만들다 잤더니(새벽2시) 늦잠을 자고야 말았습니다.
일찍 일어나 사무실에 나가고자 했던 업무에 대한 열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미친듯이 화장하고 챙겨입고 낑기는 지하철에서(휴일후 첫출근일이라선지 지하철은 말그대로 만원지옥이었고)
튕겨나올쯔음엔 터지지 않고 버텨준 몸에 감사할 지경이었죠.

늦,었,지,만, 새벽까지 공들인 양갱을 팽겨칠 수 없어 립스틱 한번 덜 바른 셈치고
그시간을 쪼개 초콜렛상자(30구짜리)에 양갱을 옮겨 담고
금이야옥이야 공중부양하여 핸드백보다 내 몸보다 귀하게 사람들 틈바구니를 버티는데

으흐....조그만조금만 버텨? 잉?....순간 들리는 소리! 뿌--욱!  
어깨에 멘 쇼핑백이 북- 찢기면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옆의 아저씨의 말 '어? 뭐 떨어졌네?'
어라!어쪄! 그러나, 고개돌릴 틈조차 없는 지옥철에서 엎드려 떨어진 물건을 줍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죠.
남은 양갱을 작은상자에 넣어 쇼핑백에 담았는데 사람들에 치이느라 그만 백이 찢어지고 만 거예요.
쇼핑백이 내 몸처럼 조금의 탄성이 있었더라면...ㅠ.ㅜ

사람들이 하나둘 "어? 뭐?" 술렁이다 이리저리 쓸리는 통에 이내 잠잠해졌다죠.
행여 옆의 아저씨 아가씨거 아니야? 물어볼까 가슴졸이다
-바바리코트에 나름대로는 차려입었는데 가방에서 양갱이 떨어졌다구 해봐요........ㅠ.ㅜ

아까운 양갱과 새벽까지 밤까서 조린 정성을 생각함 가슴이 미어질 일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오...오..오..그러나 상자가 깨져가면서 발밑에서 올라오는 양갱냄새...으으으으
다행이야 다행이야 그나마 상자에 넣어 봉한 게.....비닐팩이었다면 오......오오오오



2. 82폐인의 발단
넉달 남짓 됐을까요 주부아닌 주부생활을 한 게?
아마도...남친이 훈련소에 입대하던 때부터 시작된 거니 그정도 되는 거 같아요.
성탄절엔 전부터 약조했던 요리를 해주겠다 맘먹고 요리사이트를 헤짚고 다닌 게 발화선이니까요.
얼마 전엔 신림 작은집에 다녀오니 밤 11시, 낮에 충분히 잠을 잔 상태라 졸립지도 않고
책을 보자니 것도 시원찮고 해서 요리책을 들썩이다 결국 간장을 달였다죠.

맛간장? 이게 바로 그 유명하단 맛간장 음 조아~
그 길로 딴이 슈퍼에서 장봐다 사과넣고 레몬넣고 청주넣고 우르르~ 끓여 만들긴 했는데
자취생인 딴이가 써먹을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싶어요.--'
- 참고로 딴이는 미혼의 자취생직딩 얼마전부턴 덤으로 딸린 식구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답니다.


82cook을 안 후로, 매일 제집 드나들듯 드나들면서
가끔 이런 생각이 아니 드는 것도 아니랍니다.
이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면, 가령 책을 읽는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중국어공부를 한다든지
혹은 기타의 정서적 소양을 위해 시간을 들인다면 더 낫지는 않을까?


한 두달째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요리책을 꺼내 읽고 양념장과 드레싱을 고민하는 게
때론 뒤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이것도 자기계발인가?? ^^;;) 고민한만큼 맛이 나오지도 않는데
짬이 생길 적마다 양념코너나 마트를 기웃거리는 것도 우습고
남친이 뭐해? 물어보면 매번 '어, 요리책봐' '뭐 끓여'라고 말하는 것도 넘 주부스러워 멋쩍기도하구요.
(남친이 뭐해? 물어보면 당근 '니가 사준 책'이라 답한답니다. ㅋㅋㅋ 일밥과 칭쉬요.^^)

그러나, 그럼에도 당분간 요리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며 82cook을 더 열심히 보려고 해요.
왜냐구요? 요리사시험이라도 볼 거냐구요? 아님 더욱 매진해서 요리의 경지에 이를려구?
그도 아님 저희 집(제 동생들이죠) 말대로 식당차릴 거냐구요? (저희집 애들은 두녀석이 가재미 눈을 뜨고 --+
매일 가스렌지에 붙어있는 저를 째리며 야 그거하면 나중에 돈버냐? 식당차리냐? 묻는답니다.)    
아뇨. 저도 압니다. 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과 음식이란 것이 한두번 해봤다고 손에 익어서
그 맛이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 정도는요.


싱크대 앞에 냉장고 앞에 설 때마다
전에 없이 엄마 마음을 헤아려보고 이런 거 였구나 이런 거였는데 너무 늦게 알았구나하는 때늦은 후회와
그리고 별의별 소스를 사모으며(굴소스,두반장,시즈닝솔트,미향,계피,파슬리...가정용저울 등등)
재료들이이 하나하나 어울려 내는 맛들이 너무 신기하다는 것과.
음식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내손으로 뭔가가 되는구나 제 손으로 뭔가가 된다는 거에
저는 요즘 거의 미쳐갑니다....^^


가내수공업 병이라면 병인.....맛과 모양은 둘째치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는 재미와 희열!
그래서 당분간 딴이의 시장탐방과 마트탐방은 계속될 겁니다. 그리고 머잖아 공구상자도 살 지 몰라요.^^
- 날 풀리면 경동시장과 방산시장에 가볼려구요. 아직은 해삼과 멍게도 잘 구분못하고
청주가 청하인 줄만 알고 슈퍼에서 냉큼 들고오고,  찌개를 끓이다 가스불 넘치기 일쑤지만
해보고 싶은 때까지만 해보려구요. 미혼인 제게 아직은 버거운 주부냄새(?)가 너무 나지만, 해보고 싶은 때까지만. 해보려 합니다.



^^;;;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나
    '04.3.2 11:01 PM

    청주대신 청하 써도 되는데...^^
    저도 미혼이지만..
    요즘 생활을 보자면,,,완전히 가정주부네요....
    흑.,.,남의 일 같지 않아요...ㅡ,ㅡ;;

  • 2. 김혜경
    '04.3.2 11:14 PM

    흐미..아까운 양갱...

    청하, 청주 맞구요...,딴이님의 주부일기...기다립니다.

  • 3. Fermata
    '04.3.2 11:18 PM

    아우~
    저 그때 그 지하철에 있었잖아요~!!!!!

    아침부터 양갱 냄개 이리 폴폴 풍기나 했는데~!!!!!!!
    바로 딴이님이셨군요~!!!




    라고 리플 남기면 놀라시겠죠? ^^;
    헤헤. 농담이어요.. -.-;;

    입문 환영하여요. ^-^

  • 4. 밴댕이
    '04.3.2 11:41 PM

    미혼이 ㅇㄱ이라...
    흠...82 하향평준화의 장래를 어둡게 하실분이군여.
    지켜보갔시요.

  • 5. 솜사탕
    '04.3.3 1:29 AM

    양갱.... 넘 아까와요.... ㅠ.ㅠ
    혹시 화장실가서 우시진 않으셨는지요.

    암튼, 저도 환영해요!! 함께 재미나게 만들어 보아요! 정말 만든다는것이 좋지요.
    저의 스트레스 해소법중 하나랍니다!

  • 6. 소도둑&애기
    '04.3.3 9:25 AM

    앗.. 청하를 청주 대신 쓸 수 있다구요? 야호! 또 하나 배우네요
    실은 청주가 포장단위가 너무 크잖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갈때마다 조금씩 갖다 쓰곤 했는데 마침 그게 똑 떨어져서 큰병을 하나 살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답니다.
    감사감사 ㅋ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211 요리+@ 4 june 2004.03.04 2,110 15
3210 모로코 식당에서의 특별한 점심. 6 june 2004.03.04 2,558 13
3209 김치콩가루국 ???? 9 두사니 2004.03.03 5,381 25
3208 야채샐러드 10 강금희 2004.03.03 3,528 14
3207 염소치즈를... 7 ellenlee 2004.03.03 2,216 17
3206 후다닥 돼지볶음~~ 11 쭈니맘 2004.03.03 3,640 67
3205 No Fat 族 5 글로리아 2004.03.03 3,067 12
3204 오늘의 도시락 27 솜사탕 2004.03.03 5,896 8
3203 도전 양념통닭!!! 7 june 2004.03.03 3,501 48
3202 꽁치 생강조림 10 jasmine 2004.03.02 5,209 7
3201 밥통 케이크 6 자연 2004.03.02 2,986 18
3200 주부일기 입문기 (82덕분에) 6 딴이 2004.03.02 2,321 19
3199 이만원짜리(!) 김치찌게 7 뽀로로 2004.03.02 3,386 6
3198 소머즈님과 다른 굴국수 5 포카혼타스 2004.03.02 2,323 6
3197 너덜너덜 팥떡 12 밴댕이 2004.03.02 3,936 2
3196 계란덮밥 & 초코칩 파운드케이크 6 어쭈 2004.03.02 2,798 4
3195 콩나물밥이요~ 8 아침편지 2004.03.02 2,243 9
3194 표고버섯 콩나물밥 11 june 2004.03.02 3,128 5
3193 제 도시락 보실래요? 20 솜사탕 2004.03.02 6,473 6
3192 샤브 여왕이 꽃빵 여왕 되던 날... 10 샤브 여왕 2004.03.02 3,384 5
3191 펭네 저녁상 - 바베큐 립, 새송이 고추장구이 12 깜찌기 펭 2004.03.02 4,461 18
3190 검은 봉다리 속에..... 18 치즈 2004.03.01 3,612 4
3189 치킨샐러드 6 로로빈 2004.03.01 3,337 9
3188 신김치지짐, 감자국,꽁치찌개, 카레 14 jasmine 2004.03.01 8,954 13
3187 며칠동안의 디저트 8 푸른하늘 2004.03.01 3,135 11
3186 마늘스파게티 2 김윤곤 2004.03.01 2,497 10
3185 지금 막 죽인 소세지... 13 아침편지 2004.03.01 3,200 5
3184 청나라소스가 들어간 돼지고기 주물럭 8 sca 2004.03.01 2,30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