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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돌덩이표 닭튀김

| 조회수 : 4,045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3-06-13 23:19:37
저 오늘 이거 해 먹었어요. 후라이드 치킨..

오늘 휴가였거든요.
이른바 스뎅(스테인레스)휴가.. 다시 말해 철면피휴가라는 건데요..
주 5일 근무하면서 휴가를 금요일에 내면..
토,일 연짝으로 3일을 쉬겠다는 심산이니
회사에서 볼땐 이거 완전 스뎅이죠. 호호

아무튼 요샌 조울증 걸린 사람마냥
기분이 몹시 울적했다 개었다하면서
피곤하길레 그냥 쉬어 버렸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시체놀이 하는데..
백곰남편이 전화를 해서는
밤에 후라이드 치킨이랑 맥주 한잔 쫙 하재요.
그 말에 힘 받아서 갑자기 튀어 나가
닭 사오고 녹말 사오고..튀겨 낸 것이 위의 작품(?) 입니다.


백곰의 용량을 생각해서
닭 한 마리에 드럼스틱 4조각 짜리를 더 샀는데..
일밥을 들여다 보니
170도 쯤에서 '이거 너무 튀기는 거 아냐?'싶게 느긋이 튀기라길레..

또 그 말에 매우 집중하여
급한 마음 진정시키면서
닭을 죄 쓸어넣고 딴 일 봤죠.
일밥 사진에 있는 것처럼 가무잡잡 바삭해 보이는 닭의 변신을 기대하며.

그런데 너무 튀기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별로 안드는 어느 시점에 들여다보니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깐 오동통한 닭이었는데 갑자기 얘들이 피골이 상접했어요.
어라, 하면서 몇 개 건져 먹어보니 돌덩이로 변신해 있데요.

또 허걱하면서 나머지도 후닥닥 건져 내고 보니
원래 퉁퉁하던 드럼스틱 및 가슴부위만은 다행히 상태 양호.


맘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바구니에 닭튀김을 자리 배치했습니다.
피골 상접한 돌뎅이들은 제 쪽으로..살집이 붙은 다리통 및 가슴통은 남편쪽으로..
(남편 사랑의 극치...라면 오해고..구사리 먹을까봐 미리 조처하는 것임)

남편이 신이 나서 맥주 따르고 야, 맛잇겠다 하는 시점에 사진 한 방 날리고요.
시즈닝 솔트를 조금 뿌려 다리통 하나를 먹으며 즐거워 하는 남편을 보며
저는 돌덩이 닭튀김을 우드드득.. (우득 소리도 엄청 컸음)

반찬은 그냥 피클이랑 칠리 페퍼, 밥식이를 위한 김치와 밥..
딸기 드레싱을 한 샐러드가 전부였어요.
드레싱도 일밥의 강미중여사님표 ㅋㅋ
딸기에 마요네즈와 설탕을 넣은 것이었는데요, 아 맛있엇어요.

(저도 뭔갈 개발해서 새로이 알려 드려야 하는데
맨날 책보고 만들었다 망한 소식 아님 잘 먹었단 보고 뿐이네요. -_-)

어쨋든 저도 돌덩이만 씹다가 남편이 하나 쥐어 준 다리통 먹었구요..
배는 부르데요. ㅋㅋ



참..아까 다 먹고 부엌을 치우다가
냉장고에서 거의 찌꺼기만 남은 오미자차병을 꺼내어 닦았어요.

제가 몇 주전인가..남편의 ㅈㄹ보강용.. ㅋㅋ
사랑과 정열표 오미자차 만들고 의기양양 했던 일 있었죠.
페트병으로 두 통을 만들었었는데..

결국

한 통은 거의 제가 다 마신 것 같고..
나머지 한 통은..

이사 오면서 새 살림 꾸민지 얼마 안되다보니
그 즈음
집에 뭐 설치한다, 배달한다, 고친다..
들르는 아저씨들이 며칠 걸러 한 번씩 왔엇는데..

비데 설치하는 아저씨 한 잔
창문 고리 달아주는 아저씨 한 잔
베란다 문 고쳐 주는 아저씨 한 잔
일장연설 하러 온 관리실 아저씨 한잔.....-_-

우유랑 물 말고 마땅한 음료수도 없고 하여
한 잔씩...한 잔씩...

결국 저는 사랑과 정열표 오미자차 만들어서
남의 집 남편들 기운만 푹푹 샘솟게 한 모양입니다.
(한 잔 마시고서야 어디 효력이 있을까마는..하하)

..잘 했죠?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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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6.13 11:28 PM

    냠냠님 날짜 수정하셨네요??
    너무 오래 튀기셨죠? 닭. 다 제 잘못입니다. 몇도에서 몇분간..이런식으로 레시피를 퍼뜨려야하는 건데, 낮은 온도에서 느긋하게...제가 봐도 참 한심한 레시핍니다. 죄송...
    담에는요. 소금을 넣었을 때 1,2초후 촤악 소리가 날때 넣으시구요, 닭이 기름위쪽으로 동동 뜨면서 작은 기포가 닭 주위에 있을 때 건져내세요...담에 꼭 성공기 부탁드립니다.

  • 2. 김수연
    '03.6.13 11:31 PM

    암튼,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시는군요.

    그런데, 닭에 수분이 좀 많았나봐요? 허옇게 튀겨진걸 보니...
    맛있겠는걸요?

  • 3. 김새봄
    '03.6.13 11:37 PM

    냠냠님 글 언제 또 올라오나 기대를 했었는데 오늘 소원 풀었군요.
    저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꿀꿀바다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기분이 이런날은 왜 뭐만 먹으면 화장실이 날 자꾸 부르죠?
    그렇다고 무게에는 변화가 없구만서도 아무래도 인간성의 문제인가요?)

    그래도 사진속에 닭 무지 맛있어 보입니다.

  • 4. jade1830
    '03.6.13 11:38 PM

    거~참 !
    거품 오른 맥주를 보니 한잔 생각이 슥 나는 구먼요
    근데 컵이 우리집꺼랑 유사 해보인다
    혹시 보덤껀가유

  • 5. 신유현
    '03.6.14 12:31 AM

    보덤 코로나맥주잔인가요? 우리신랑은 그잔 되게 좋아하거든요. 우리집은 손님용까지 해서 12개를 갖추고 있답니다. *^^*
    저도 혜경님식으로 닭튀겨봤는데 약간 하앟게 나오던데 닭에 수분이 많으면 하얗게 되나요? 전 사진대로 안나와서 왜그럴까하고 말았거든요. 전 바삭해서 좋던데...
    임신중만 아니면 맥주한잔하고 자면 딱 좋을텐데...ㅡㅡ;;

  • 6. 냠냠주부
    '03.6.14 12:46 AM

    네.. 보덤이어요. 근데 6개중 이미 2개를 깨먹고 나머지 4개를 신주단지 모시듯 올려놨다가
    오늘 맥주 마실려구 내렸답니다.
    대체 언제까지 그릇으로 부메랑을 날릴 것인지..ㅋㅋ

  • 7. 꽃게
    '03.6.14 8:46 AM

    냠냠님 팬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임지세요.ㅋㅋㅋㅋㅋ

  • 8. 채여니
    '03.6.14 9:39 AM

    그릇들이 아기자기한게 넘 이뻐요
    제 친구들이 아직 결혼도 안한 처녀가 그릇욕심 많다고해서.
    전. 감히. 살 엄두도 못내는데.. 부럽네요

  • 9. 나혜경
    '03.6.14 11:34 AM

    다들 눈 좋으시네요.
    저는 맥주라고 눈으로 읽으면서도 허연게 왜 밀크라고 생각 했을꼬..

  • 10. 옥시크린
    '03.6.14 2:21 PM

    그릇들이 아기자기, 맥주잔도 깔끔!!
    냠냠주부님도 이러실 꺼 같군요.. 호호
    닭튀김, 제 눈엔 맛있어 보이는데요??

  • 11. jasmine
    '03.6.14 3:30 PM

    냠냠주부님!!!! 얼굴 올려주세요(백곰도요)!!!!! 회원 탈퇴하면 어쩌나...........ㅎㅎㅎ

  • 12. 냠냠주부
    '03.6.14 5:05 PM

    히히히히!!

  • 13. 푸우
    '03.6.14 9:47 PM

    우리 집에 있는 컵이랑 똑같네요..되게 튼튼해서 잘 안깨질것 같아서 샀는데...^^*
    저두 냠냠주부님 얼굴 보고 싶어요!!
    얼굴 올려주세요!!

  • 14. orange
    '03.6.15 8:15 AM

    오미자차 얘기에서 결국 못 참고.... ^^
    일욜 새벽에 혼자 푸하하... 암만 봐도 그림이 영 아니네요...
    책임지세요.. 냠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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