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Jasmine Day 의 하늘 !
주말마다 비가 와서 걱정이었는데 ,
모임 당일에 맑고 푸른 하늘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
제가 가져갈 아이템은 요리백과에 나온 사라다로 결정 !
잔칫집에 가면 늘 먹던 메뉴라고 적혀있어서 오늘 모임과 잘 어울리는 메뉴라고 생각했죠 .
오늘 잔칫날 맞잖아요 ?!
조금을 덜더라도 사과가 들어갈 수 있게 사과 양은 레시피의 두 배로 !
큼직하게 썰어야 먹음직스럽다고 적혀있으니 시키는대로 해야죠 ~ 암요~
양파나 피클 중에 하나는 들어가야 개운하다는 팁이 있어서 둘 다 넣음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애들이 일어나자마자 배고프다고 해서ㅠㅠ
(우리집 생체 알람들)
과정 없이 완성컷으로 급 점프 ㅎㅎㅎ
드레싱도 아낌없이 듬뿍 넣어서 마요네즈가 과한 느낌인데 ,
맛은 뒤로 하고 넘치는 제 마음만을 알아주시길
계란 노른자를 체에 내려서 노랑 고명 장식으로 완성 !
큰 건 모임용 , 작은 건 가족용으로 ~
잔칫집 음식은 원래 나눠 먹는 거니까요 !^^
쟈스민 님 블로그를 보니까 자가비를 엄청 좋아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마트에서 자가비도 몇 개 샀습니다 .
자가비 패키지가 바뀌어서 한참 찾았네요.
혹여 실수로 감자의 전설을 잘못 사게 될까 봐 신경 곤두세우며 장을 봤답니다. ㅎㅎㅎ
배너가 일산호수공원의 나무들과 잘 어울려서 흡족했어요 .
( 초보 디자이너의 자뻑ㅎㅎㅎ )
사실 집에서 출발하면서 걱정했거든요 .
토요일은 가족 모두 일정이 있는 날이라 도와 줄 사람이 없고 , 참석을 약속한 옥당지(친언니 ) 도 일정이 생겨서 혼자 나섰거든요 .
일산호수공원 주차장이 만차면 어쩌나 잔뜩 걱정했는데 ,
순조로운 입차에 장애인석 바로 옆 빈자리 덕에 최적의 동선이라 어리둥절할 지경 !
주최자인데 늦을까봐 동당거리며 움직였는데 술술 풀려서 저도 모르게 하늘에 대고 “ 쟈스민 님 ,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 라고 인사했다니까요 .
도착해서 배너를 펼치고 돗자리를 까는데 슬슬 걱정이 올라오더라고요 .
일산호수공원이 넓은 건 알았지만 , 공원의 일부인 장미정원도 너무 너무 넓더라고요 . ㅠㅠ
막막한 기분으로 앉아 있는데 , 거짓말처럼 한 두 분씩 다가오는 거에요 .
그분들의 환한 얼굴과 미소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82 쿡에서 오셨나요 ?” 라고 물을 것도 없이 모두 알고 있다는 그 미소 !
이심전심의 미소가 이런 것일까 싶은 ...
그런 분들과 마주하게 되니 저절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서오세요 !!!”라고 외치며 90 도로 인사하게 되더군요 .
정말 순도 100% 의 반가움이었어요 !
그렇게 반가운 얼굴들과 자리를 깔고 앉았습니다.
장미정원을 30 분 동안 돌며 찾으셨다는 분 ,
쑥스러워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배너를 보고 달려오셨다는 분 ,
멀리 제주에서 날아오신 분들까지 ...
모두 모두 귀한 걸음 해주셨습니다 .
일단 반가우니까 1 차로 짠 !
아래 깔린 음식들 구경해볼까요 ?
전설의 레시피 “ 간설파마후깨참 !” 으로 완성한 쟈스민 님의 불고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
식어도 맛있는 정석 불고기 ~
영국 여왕이 티타임에 즐겼다는 오이 샌드위치도기억하시죠?
오이 샌드위치 찌찌뽕 !
비주얼 끝장의 오픈 샌드위치를 두 분이 만들어 오셨고요 .
쟈스민 님이 좋아했다던 반미 샌드위치도 있었어요 .
당시에는 반미 샌드위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텐데 , 음식에 관해서는 시대를 앞서갔던 힙한 그녀
제가 만든 잔칫집 사라다와 자가비가 있고요 .
직접 내린 아메리카노에 미니어처 파운드 케이크도 준비되었습니다 .
아 , 정말 디테일 쩌는 언니들 ...
( 멋있으면 다 언니야 )
본명이랑 나이 같은 건 모임이 끝났는데도 몰라요 .
닉네임 설명하고, 쟈스민 님에 대한 기억 조각을 맞춰보며 많이 웃었던 시간 .
쟈스민님 발인할 때 얼굴을 봤다며 서로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요 ,
장례식장에서 어느 분이 “ 무뼈닭발 님 , 이쪽으로 오세요 !” 라고 닉네임을 외치는 바람에 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는 웃픈 사연도 들었죠 .
주기적으로 자게에 올라오는 동안 , 귀티 , 명절 등등의 이슈를 이야기하다보니 오프라인 자게 느낌도 ?!
저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있었는데요 , 첫째 키울 때 자게에서 기저귀 이슈가 있었어요 .
손님을 초대했는데 , 집에 기저귀를 버리고 갔다며 매너가 아니라고 ~
그래서 당시에 아기 똥기저귀가 핫이슈였어요 .
“ 똥 기저귀는 좀 그렇다 , 오줌 기저귀까지만 인정 ”
“ 그럼 그걸 챙겨감 ? 그럴꺼면 손님 초대 왜 했음 ???”
이런 식으로 댓글에서 박 터지게 싸우고 있었죠 .
그럴 때 제가 갓난쟁이를 데리고 쟈스민 님 댁으로 놀러 간거죠 .
당연히 기저귀를 갈게 되었고 ,
꽁꽁 뭉친 기저귀를 들고 “ 이건 집으로 가져갈게요 !” 라고 했더니
쟈스민 님이 기저귀를 낚아채면서 “ 이걸 왜 갖고 가 !!! 자게에 나오는대로 하면 아무데도 가지 말고 집에서 숨만 쉬고 살아야 해 !!!” 라고ㅋㅋㅋ
예상 못한 기저귀 리액션에 둘이 빵 터져서 얼굴 마주 보고 한참을 웃었더랬죠 .
82 쿡을 하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
미국산 소고기 반대 집회도 나갔고 ,
돌쟁이를 두고 남편과 사별한 안타까운 사연에 합심해서 집을 얻어줬던 일도 있었고요 .
82 쿡 아줌마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을 떠올리며 또 한번 짠!
여러분은 언제 가입하셨나요 ?
가입일과 포인트를 인증하며 누가 누가 높은지 자랑하다가
“ 근데 이거 포인트 어디다 쓸 수 있어요 ?”
“ 아무데도 못 써요 , 이렇게 얘기할 때 기분만 좋은 거에요 .” 라고 말해서 빵 터지고 ...
그러다가 “ 우린 도토리 키재기이고 , 쟈스민 님이 제일 높을꺼야 !” 라는 말에 모두 수긍
그녀의 요리 팁과 온기를 담은 글들을 기리며 하늘에 짠 !
딥한 이야기들로 현장에서 맥주 수혈 !
그리고 쟈스민 님의 자녀분들이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살고 있다는 흐뭇한 안부도 전해 들을 수 있었어요 .
장례식 끝나고 쟈스민 님과 지인으로 가깝게 지내고 계시는 박하맘 님께 따로 연락을 드린 적이 있거든요 .
나중에 쟈스민 님 자녀 분들이 결혼하게 될 때 필요하면 한복 입고 달려갈 테니 얼마든지 연락 주시라고요 ...
언젠가 쟈스민 님이 본가 식구가 적고 , 그나마 있는 가족들이 다 외국에 있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났거든요 .
가족이 뭐 별건 가요,
걱정하고 염려하고 잘 되기를 바라며 응원하면 가족이죠 .
82 쿡 이모들의 오지랖 발동 !
결혼식에 저랑 같이 한복 입으실 분 ?
소나무 아래니까 우린 송원결의(松園結義 )!
자녀 분들이 독립하며 쟈스민 님 부엌 살림 정리를 지인인 박하맘 님께 부탁했다고 해요 .
센스 만점의 살림들이 창고에 가득하다는데 ,
그녀의 부엌 살림이 무척 궁금해지네요 .
쟈스민 장터에 관심 있으세요 ?
제주에서 두 분이나 오셨으니 ,
내년 기일에는 제주 바당에서 쟈스민의 주방 컬렉션을 열어 볼까요 ?
우리는 그렇게 소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서 ‘ 우리가 기억하는 쟈스민'을 진하게 떠올렸습니다 .
제가 모임의 주최자로 첫 발언을 했는데요 ,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라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옮겨 봅니다 .
“ 시간이 지나면서 쟈스민 님이 절절하게 그립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
그리고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
왜 그렇게 다들 그리워하는 걸까 ...
생각해보니 요리를 한다는 게 굉장히 이타적인 행위더라고요 .
나 혼자 먹겠다고 애써서 음식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
식구들 먹이려고 지지고 볶고 동당거리며 애쓰며 살고있는 건데 ,
쟈스민 님은 내 식구를 넘어서 남의 집 밥상까지 챙겨주는 분이었어요 .
‘ 이렇게 해보세요 ’, ‘ 이렇게 하면 더 맛있어요 ’ 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주었죠 .
쟈스민 님 덕분에 좀 더 맛있고 윤택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고, 그런 그녀의 마음이 너무 따수워서 지금까지도 그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
‘ 간설파마후깨참 ’ 은 정말 마법 같은 주문이었어요 .
여기에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더하는 변주로 거의 모든 양념을 커버할 수 있었거든요 .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
여기 모여주신 분들이 저에게는 또 다른 쟈스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제가 82 쿡에서 밥차한다고 언니들 돈도 땡겨쓰고 , 대선 후보 지지에 필리버스터 포스팅 등등 이런저런 일들로 참 많이 찧고 까불었는데요 .
그럴 때마다 모금에 참여해주시고 , 모여주시고 , 댓글로 응원해주시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이 저에게는 또 다른 쟈스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
그런 마음을 기려보려고 이렇게 모임을 주최했습니다 .
저도 마흔이 넘어가며 죽음 이후를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
그린 님이 근조 화환에 적은 ‘ 경진아 , 먼저 가있어 . 나중에 만나 ’ 라는 문구가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어요 .
그런 마음으로 다음 생 (!) 에도 이 모임을 주최해 볼테니까 거기서도 다시 모여보도록 해요 : )
아는 얼굴들이 더 많아지면 다음 생을 기약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네요.
다음 생에 어떤 모습으로라도 다시 만나길 바라고 , 그때 쟈스민 님도 함께 하기를 빌어봅니다 !”
모임의 미션인 얼굴 없는 단체 사진 !
쟈스민 님과 연관된 물건을 들고 이렇게 즐거운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
집에서 짐 정리하면서 보니까 쓰레기는 가져가고 , 남은 맥주는 싸주셨네요 .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 같으니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