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온라인 친정에 방문한 발상의 전환입니다.
오늘은 82cook에서 활동했던 쟈스민 님을 추억하고 싶어서 들렀어요.
쟈스민 님만의 레시피를 담은 요리백과는 초보주부인 저에게 한 줄기 빛이었어요 .
맛도 맛이었지만 , 그녀만의 유머와 센스가 모두를 사로잡았죠 .
생각해보면 82 쿡의 친정 언니 같은 분이었어요 .
누구든 쉽고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생활 요리를 알려줬거든요 .
복잡한 레시피에 기가 질릴 때 ‘ 다들 여기 모여봐봐요 ’ 하며 간단 버전을 알려주었고 ,
화려하고 값비싼 식기에 기가 죽을 때 ‘ 나는 이렇게 먹는다우 ’ 하며 자폭 버전을 올리기도 했죠 .
82쿡에 올라 온 ‘ 한 분이라도 ( 모르신다면 )’ 시리즈는 요리의 기본서이며 요리 자존감을 향상시켜주는 심리 교본이기도 했습니다 .
등교하는 딸을 위한 한 입 메뉴로 '요리는 먹는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는 본질을 알려주었죠.
아빠의 팔에 걸려 있던 첫째는 쟈스민님의 레시피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8 개월 만에 낳아서 불안해하던 초보엄마에게 괜찮다고 다독이며 “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는 것 ”이라 고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었습니다 .
저는 쟈스민 님의 레시피 중에 대표작으로 불고기를 첫째로 꼽고 싶습니다 .
‘ 간설파마후깨참'이라는 마법 같은 주문은 필승의 요리 전략이었고 , 양념에 대한 기본을 일깨워주는 교본이기도 했으니까요 .
작았던 첫째는 랜선 이모인 쟈스민님의 요리 비책 덕에 맛있고 행복한 삼시 세끼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힘 빼고 쉽게 쉽게 가자는 가르침 덕분에 요리와 더 친해질 수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
앙증맞은 것을 사랑하던 쟈스민님은 미니어처 마니아였는데요 ,
미니 핫도그는 그녀의 취향을 반영한 히트작이었죠 .
' 소시지 두 번 죽이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던 글은 간식 타임을 책임지며 82 쿡의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
요리백과에 실린 미니 핫도그 사진을 보며 쟈스민 님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
‘ 육아 실미도'에 갇힌 사람으로 82 쿡에 글을 쓰며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 쟈스민 님이 쪽지를 주셨어요.
아이 키우느라 애쓰는 저에게 밥 한 끼 해주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를 해주신 거에요 .
몸 둘 바를 몰랐으나 흠모하던 분이라 아이를 들쳐업고 일산 집으로 향했죠 .
82 쿡 스타를 만난다는 생각에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
모니터에서만 보던 음식들이 눈앞에 차려졌는데 , 초면에 어려운 줄도 모르고 진짜 마음껏 먹었어요.
편하게 먹으라고 아이도 안고 봐주셨거든요 . ㅎㅎㅎ
저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을 먹었습니다 .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아이를 맡겨놓고 , 친정에 온 것처럼 마음 편히 한 끼를 먹었습니다 .
여유와 포만감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죠 .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어느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
엄마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쟈스민 님 덕분에 동동거리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
그 기억 덕분에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고 ,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손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죠 .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쟈스민 님의 레시피로 배우곤 했습니다 .
쟈스민 님의 요리백과를 출간했을 때 둘째 임신 중이었는데 ,
친필 사인 책을 선물로 주시며 순산을 기원해주기도 하셨죠 .
그렇게 아이 둘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고 있을 때 거짓말처럼 쟈스민 님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
82
쿡 그린 님의 근조화환에 멍해졌던
2019
년
5
월
18
일의 기억
아쉬움에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
장례식 이후에 아드님이 남긴 감사의 글에 또다시 먹먹해졌습니다 .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6&num=2775458&page=36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질 줄 알았는데,
불고기 양념을 재거나 미니 핫도그를 만들 때마다 쟈스민 님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4 월의 봄날 ,
그녀를 만나러 갔습니다 .
사람을 사랑하고 , 요리를 좋아하던 쟈스민 님이
막내처럼 예뻐하던 사랑이와 함께 잠들어있었습니다.
그녀의 취향을 반영한 미니어처 아메리카노와 베이글을 보니 슬며시 웃음 지어지더군요 .
"쟈스민 님 , 저 왔어요 .
생전에 알려주신 레시피로 아이들 잘 키우고 있습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새댁에게 손 내밀어주시고 , 다독여주셔서 감사했어요 .
보물처럼 여기시던 두 남매 걱정 마시고 편히 쉬세요 .
82 쿡 회원님들과 함께 이모의 마음으로 잘 돌보겠습니다 .”
쟈스민 님 댁에 방문했을 때 에밀앙리 스푼 접시를 선물로 주셨는데
,
지금까지도 여전히 잘 쓰고 있어요 .
스푼 받침으로만 쓰기 아까워서 아이들 간식 접시로도 활용하고 있답니다 .
쓸 때마다 쟈스민 님의 푸근한 마음이 느껴져서 따뜻해지는 느낌이에요 .
순산을 빌어주시던 둘째는 육회와 낙지탕탕이도 즐기는 미식가로...
역시 82 쿡의 아들답죠 ?^^
아빠 팔뚝에 매달려 있던 첫째는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무럭무럭 자랐답니다
.
화창한 봄날 ,
쟈스민 님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이 글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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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쟈스민 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분들을 위해 5 주기를 맞아 추모 모임을 제안해봅니다 .
그녀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
' 내가 기억하는 쟈스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
쟈스민 님이 잠들어 계신 추모공원은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그녀가 살았던 일산에서 모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저도 일산을 잘 아는 게 아니라서 아래에 대략적으로 적어두긴 했는데 ,
디테일한 부분은 일산 주민분들의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
< 쟈스민의 5 주기 추모 모임 >
일시 : 24 년 5 월 18 일 13 시
장소 : 일산 호수공원 ( 장미원 장미터널 근처 )
준비물 : 쟈스민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 , 돗자리
( 참가자 본인이 먹고 , 옆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을 정도의 분량 )
* 변동 사항은 모임 전에 정리해서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
쟈스민 님을 기억하는 82쿡 회원님들
모두 초면이겠지만,
구면인 것처럼 반갑게 인사하며 추억을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요?
쟈스민 님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을 기다리겠습니다~
82쿡의 친정 동생 발상의 전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