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오늘 하루 어찌 지내셨어요?
오늘이 저희 큰아들의 스무번째 생일이라서
하루종일 그거 준비한다고 좀 바쁘게 보냈네요. ^^
요즘 시국이 시국이라 외식도 줄이고 식구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식구들 먹을 음식을 많~이 만들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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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봄이라는 계절에 살고 있는 거 마...맞죠? ㅜㅜ
코로나 때문에 일상도 봄도 빼앗긴 기분인 요즘...
친정엄마가 동네친구분들이랑 어딘가에서 민들레를 많이 따오셨어요.
데친 민들레에 다진마늘이랑, 초고추장, 참기름, 통깨를 넣고 무쳤는데
쌉쌀~~~~~~하니 입맛이 확 도는 맛이더라구요.
(엄마, 이렇게라도 봄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ㅠㅠ)
민들레 무침 받고! 알록달록한 월남쌈과 새우크래미탕도 만들었어요. ^^
엄마가 월남쌈을 좋아하시는데 오랜만에 만들었더니 너무 잘 드셔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마트에서 세일하는 쪽파를 한단 샀더니, 작은 아이가 해물파전이 먹고싶다네요.
물오징어 세 마리 사다가 노릇하게 해물파전을 부쳤어요.
(이러니 확찐!자가 되요 안되요....ㅜㅜ)
매끼 맛있는 것만 해먹을 수는 없잖아요.
대용량 짜장과 콩나물국을 끓여서 하루종일 먹입니다. ^^
엄마랑 우리 네 식구, 다섯이서 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다보면
슬그머니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이 날은 민물장어랑 LA갈비, 새우를 구워서
아버지 점심시간에 맞춰서 드시도록 도시락을 싸갔습니다.
원장님께서 사무실에 들어와서 화면으로라도 아버지를 뵙고 가라셨는데
지난번처럼 펑펑 울면서 진상(?)을 부릴까봐 반찬만 드리고 왔어요. ^^
식사하고 드시라고 한라봉이랑 방울토마토도 챙겼어요.
한 도시락은 우리 아버지께, 한 도시락은 울아빠 단짝인 태영할아버지께 전해달라고 했지요.
지난 토요일에는 전복버터구이랑 소고기 계란말이를 싸갔어요.
전복을 깨끗이 씻어서 찜기에 찌고, 이빨이랑 내장 빼줬어요.
버터에 저민 마늘을 볶다가 찐 전복을 함께 넣고
소금이랑 후추로 간해주면 고소하고 영양많은 전복구이가 된답니다.
전복 갯수가 열두개 정도 되는데,
울아버지도 드시고, 태영할아버지도 드시고, 요양사분도 하나 드시고 하겠지요?
아버지가 포도를 좋아하셔서, 과일은 딸기랑 포도를 써갔어요.
그리고 사무실에 들러서 용기내어 화면으로 보이는 아버지 모습을 뵙고 왔어요.
음... 쓸개코님 이 사진 보시면 또 눈물나실지도 모르는데...ㅠㅠ
이날 저는 사무실에서 cctv를 보고 있고, 복지사분께서 아버지를
카메라 있는 곳으로 모셔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라고 하셨는지,
아버지가 제 쪽으로 손도 흔드시는 모습을 보고 왔어요.
(눈물은 아무도 모르게 마스크 사이로 아주 쬐금만 흘리고 왔답니다.
혹시 부모님이나 시부모님, 어르신을 요양원에 모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생각보다 다 잘 지내고 계시니 걱정하지 마시자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오늘은 저희 큰 애 생일이라고 말씀드렸죠?
스무번째 생일이라 좀더 즐거운 생일로 기억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음식도 생일맞은 아이가 좋아하는 위주로 만들었답니다.
보쌈을 먹고싶다고 했는데, 연어초밥도 좋아하니 조금 만들었어요.
커피랑 월계수잎, 마늘이랑 양파, 된장 조금을 넣고 40분쯤 삶았더니
잡내도 없이 부드러운 수육이 되었습니다.
무는 도톰하게 채썰어서 소금과 설탕에 절였다가
물기를 꽉 짜서 고춧가루와 다진마늘, 액젓, 물엿, 쪽파를 넣어 무쳐서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먹도록 준비했어요.
식탁을 거실 중앙으로 옮겨놓고,
작은 아들이 풍선을 열심히 불어서 저랑 같이 거실 한쪽을 파티풍선으로 꾸몄어요.
스무살 생일맞은 저희 아이도 깜짝 놀라며 좋아했답니다.
(저 표정, 엄청 좋아하는 거 맞아요.....)
아빠와 엄마가 메세지와 함께 전한 생일 축하금입니다.
할머니와 이모한테도 생일선물로 금일봉을 받아서 부자가 되었네요. ㅎㅎㅎ
엄마가 요즘 치과치료를 받느라 고생이 많으세요.
그래서 동생과 제가 한달에 십만원씩 넣고 있는 가족계돈에서
'엄마 치과치료 기원 긴급 지원금'을 드렸답니다. ^^
엄마는 저희한테 항상 더 많이 주시고, 뭘 안받으려고 하시는데
딸들의 성의라고 하니 웃으면서 받으시더라구요.
나이가 드니 이제 저도, 주고받는 기쁨을 느낍니다.
토요일에 아버지 요양원에 다녀오고나서
엄마랑 커피도 한잔 마시고 아파트 단지를 천천히 산책했어요.
엄마와 저는 아파트 단지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을 쳐다보았어요.
엄마는 꽃이 너무 예쁘다며 감탄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주욱 걸어가시면서
"현숙아, 나 꽃길만 걷는다~" 하셨어요.
그런 엄마의 뒷모습이
아름답기도 애처롭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82식구님들,
모두 울엄마처럼
꽃길만 걸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