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면식도 없는 분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런 헤어짐은 두고두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혹시 이 가방 생각나시나요?
오래 전 자스민님이 소고기를 판매하셨는데 그때 이 가방에 담아서 배송이 됐습니다.
당시 남편이 멀리 떨어져서 생활할 때라 반찬을 담아 갈 가방이 마땅찮았는데
이 가방이 그동안 톡톡한 역할을 했답니다.
직사각형의 가방이라 어떤 그릇을 담아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았고
크기도 엄청 커서 일주일치 식량이 다 들어가고도 남았습니다.
요새도 남편은 이 가방에 반찬을 담아서 월요일 아침에 떠납니다.
아마도 이 가방이 있는 한 저는 자스민님을 잊을 수는 없겠지요.
남편이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올 봄만큼 멍게비빔밥을 많이 먹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날 따뜻해지면 멍게는 피하는데 어찌된 셈인지 올해는 봄이 지나 여름이 오려는 지금까지도
멍게비빔밥을 먹고 있습니다.
오이무침입니다.
간장 1, 참기름1, 고춧가루 1, 마늘, 깨소금 조금씩
양념은 미리 섞어서 불렸다가 오이와 양파 썰어서 무칩니다.
당연히 자스민님 레시피고요.
얼마 전 밥상이지만 떡국이 있어요.
아들이 원하는 음식이라 더운 날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끼미를 만들어야 한답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끼미까지 만들어 넣었습니다.
닭봉조림
이것도 히트레시피에 있을 겁니다.
제대로 배운 레시피는 추억 마냥 문득문득 튀어나와서 빛을 발하지요.
어느 날은 국수를 먹고요..
일명 고갈비
고등어 구워서 양념 발라 다시 굽지요.
달달하고 매콤하고 술안주로 제격이지만 반찬으로 먹어도 아주 맛있습니다.
추억의 음식인 간장계란밥
우리나라 아이들이 어릴 때 모두 먹었을 것이라 생각되는 밥이지요.
장성한 딸아이가 한번씩 그립다며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면 음식은 추억으로도 먹나 봅니다.
봄에는 냉잇국
겨울에는 밀푀유나베
한번씩 먹어줘야 계절이 지나가는 음식인 것 같아요.
식구들이 김밥을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들어가지 않은 딱 기본적인 맛을 좋아합니다.
손만 보면은 거의 30년 동안 김밥 말고 있는 장인 같지 않나요?
저도 손이 좀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은 굴밥도 먹었네요.
한접시 식사,이런 게 유행할 때가 있었잖아요?
저도 이렇게 담았다가 남편한테
이게 뭐냐고.. 뭐하러 이런 짓을 하냐고
싫은 소리 듣고 고개 숙이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잔치도 아닌데 잡채까지 만든 날도 있고요
머핀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주 정성이 뻗친 날에는 연잎밥도 만들었네요.
봄이 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여름으로 건너뛴 날
너무 더워서 메밀소바 만들었습니다.
비빔밥 재료를 만들어 식탁 위에 쫙 깔아놓고
각자 원하는 만큼 넣어서 먹으면 참 편합니다.
자스민님이 김치에 멸치 몇 마리 던져넣고 들기름에 지진 음식을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자주 해먹던 음식이기는 하지만 맛이 잘 안 나던 때라
댓글에 생각보다 맛 내기가 어렵더라 이렇게 적었고요.
이에 자스민님이 쪽지를 주셨어요. 본인이 만들어 주겠다며 주소를 달라고 하셨습니다.
살짝 놀라운 상황이기는 했지만 키톡에서 자주 보던 분의 음식이라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해서
슬쩍 주소를 넣어드렸습니다.
얼마 후 정말 김치찜을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당시 키톡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분이 입덧으로 고생한다며 그 분 주려고 만드는 김에 넉넉하게 만들었다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납니다.
보내온 주소로 과일을 답례로 보냈더니 상냥한 목소리로 82쿡 회원은 다 가족이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셔서 사이트에 참 애정이 많으시구나 놀랐던 생각도 납니다.
그동안 올려주신 레시피가 참으로 간단하고 쉬워서
요리에 재미를 붙이고 살림에 흥미를 갖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자스민님.
앞으로도 오이를 무치고 김치를 지지고 무슨 음식을 해야 하나 답답할 때마다
자스민님을 기억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이 고마웠습니다.
*수정했더니 사진이 몽땅 날아가 우째우째 다시 올렸습니다.
뭔가 어색하게 올라간 것 같은데 수정은 더이상 못하겠어요.
감안하고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