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잠자리 되고 계신가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이런저런 신경쓸 일도 많고,
경제적인 지출도 만만치 않네요.^^
솔이엄마가 그동안 지낸 얘기, 살짝 풀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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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사랑하는 대학동기 친구가 큰 수술을 받았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뭐있습니까.
친구의 건강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최대한 힘들지 않게
밥해먹으라고,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면서 반찬을 몇 가지 만들어 갔어요.
몸이 약해진 친구는 마음까지 약해졌는지 저를 보고 막 울어서
저도 같이 붙들고 잠깐동안 울었었어요.
친구 반찬 만드는 김에 소고기 네근을 사서
저희집도 소고기 장조림을 저장해두고 먹었지요.
또 하는 김에 무생채도 만들고 동그랑땡도 만들고요.
4월말에 따뜻하고 청명한 날이 많았어요.
그래서 동네 동생들이랑 친구들이랑 동네 공원에서 밥먹자고 했어요.
저는 유부초밥을 만들고, 친정엄마가 만들어 주신 김치를 싸가지고 갔어요.
어떤 친구는 과일을 싸오고, 어떤 동생은 커피랑 컵라면을 준비해오고
다른 친구는 소떡소떡이랑 호떡이랑 샌드위치를 사왔더니
동네공원 피크닉 테이블이 가득 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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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시는 분은 아실 수 있는데
저희 친정아버지께서 18년째 뇌졸중으로 고생 중이세요.
아빠곁에서 병수발을 드시는 엄마는 더 고생이시구요.
엄마는 긴 세월동안 병수발을 하시다보니 손과 무릎 관절에 이상이 생겨서
얼마전부터 아버지께서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요양원에 계시게 되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
아버지가 처음 요양원에 가시던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다행히 아버지께서 계시는 요양원은 원장님도 좋으시고
요양사분들도 많으시고, 물리치료사님도 열심히 운동시켜주시고
아버지를 좋아하고 도와주시는 갑장 친구분도 생겨서
다행히도 아버지는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시고 계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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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주일에 한번씩 요양원으로 아버지를 뵈러 가서
짬뽕이랑 탕수육을 사드리고 같이 먹거나
카페에 모시고 가서 좋아하시는 카페라떼를 사드리고
예전부터 쭉 좋아하셨던 로또도 다섯장쯤 사드리고는
그 다음 주에 다시 요양원에 찾아가서 당첨번호를 맞춰드려요.
결과는 뭐 늘 꽝이지만요. ^^
어떤 날에는 갈비찜이랑 취나물 무침, 동그랑땡, 소세지볶음을
싸가지고 가서 요양원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도시락을 풀어놓고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제가 길가에 피어있는 민들레를 꺾어다가 두루마리 휴지에 꽂았더니
아버지가 '그 꽃 참 예쁘다' 하셨는데 그 말이 왜 그리 슬프던지...
아빠... 자꾸 그렇게 착하게 말하지 마....
그 옛날, 건강하셨던 아버지는 자식이나 부인을 그다지 챙기지 않았었는데
이제, 아픈 아버지는 뜨끈한 소갈비를 딸래미 먼저 먹으라고 건네주시네요.
친정엄마는, 남편을 요양원으로 보냈다는 죄스러운 마음에
고기 한점을 밥위에 더 얹어 놓습니다.
이날도 역시 로또 복권을 몇 장 샀는데,
그 복권도 역시 꽝이었어요.
그래도 다음주, 그 다음주에도 또 사드리려구요.
어버이날을 앞둔 주말에,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동생이 사는 청주에 내려가면서
대통령 별장이라는 청남대에 들렀습니다.
손주, 사위, 딸이 번갈아가며 아버지의 휠체어를 밀고
생각보다 길고 경사진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습니다.
오랜만에 나들이에 부모님도 좋아하시고 조카들도 즐거워하더라구요.
5월 8일 어버이날은 평일이라 제가 출근하는 날이었어요.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워서 간단하게 도시락을 쌌습니다.
동네 친구들이랑 갔던 동네 공원에서 부모님과 남편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려구요.
마침 광어회가 좀 남아있어서 광어회초밥도 쌌답니다. ^^
엄마가 좋아하시는 치킨을 사가지고 공원 벤치에 점심을 차렸어요.
작년에 저의 작은 아이가 선물한 카네이션도 챙겨 나갔구요.^^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친정부모님은 따뜻한 햇볕 아래서 한시간쯤
더 머물다가 집으로 들어가셨고 어버이날도 무사히 잘 지냈답니다.
어버이날 다음날,
엄마는 아버지를 목욕시키고 손톱을 깎고 말끔하게 이발을 시켜드렸어요.
그리고 저랑 남편, 엄마는 아버지를 다시 요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왔답니다.
한달에 한번, 아버지를 요양원에서 집으로 모셔오고
아버지는 이박삼일 정도 집에 머무르다 요양원으로 다시 가시는데
오늘따라 주인잃은 환자용 침대와 의자가
왜 이렇게 슬퍼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안되겠어요. 요즘 제가 좀 이상해요.
요즘은 아버지 생각때문에 자꾸 슬퍼지고 기운이 빠져요...
이번 주말에는 아버지랑 좀더 맛있는 걸 사먹어야겠어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딸이기도 하지만,
우리 솔이, 단이의 어버이기도 한 저는,
솔이가 포토샵으로 그린 카네이션을 받았습니다.
82님들도 사랑 많이 받으시고
사랑 많이 나누시면 좋겠어요.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