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니 밥꽃마중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새해인사로 깨꽃 올립니다.
새해에 깨로 강정 해 먹지요.
추운 겨울 식물성지방을 보충하는 우리의 좋은 풍습입니다.
우리도 가마솥에서 조청을 고다가
마지막에 조청을 다 떠내자마자 가마솥에 깨를 부어요.
가마솥을 깨로 닦아내면
바로 강정.
이 일은 숨도 제대로 못 쉴만큼 바쁜 일거든요.
조청을 떠낼 때는 첫국자와 두번째 국자의 조청농도가 다를 정도라
빨리 떠내고
숨도 안 쉬고 바로 깨를 들이부은 뒤
장작불을 조절해가며 가마솥에 남은 조청에 깨를 골고루 입히고
바로 떠내서 쟁반에 앉쳐야 해요.
그리고는 냉큼 가마솥에 물을 붓고 씻어내야 하지요.
중간중간 장작불 조절해가며....
매운 연기에 눈물 흘려가며....
그래서 사진이 없어요.
그저 상상만 하셔야 해요.
저는 저대로 내가 왜 이짓 하고 있나? 내년에는 다신 안 해 했거든요.
그런데 며칠 지나 새해가 되니 이렇게 주절거리고 있네요.
우리가 양념으로 쓰고 기름을 짜서 먹기도 하는 깨.
참깨와 들깨 두 가지가 있지요.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좀 달라요.
이번에는 참깨.
참깨는 참깨과에요.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듯
북아프리카 사막지대가 원산이라
덥고 가문 곳에서 잘 돼요.
우리나라 날씨에서는 봄에 싹 내기가 어려워요.
싹만 손가락만큼 자라면 그 다음부터는 절로 자라는데
싹이 잘 서지 못해요.
너무 여려
조금만 가물면 말라죽고
소나기만 와도 빗방울에 꺾여 죽고.....
우리처럼 비닐멀칭을 안 하는 농가에서 깨 싹 세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랍니다.
그래서 참깨농사는 지어도 참기름은 못 짜서 먹어요.
참깨꽃은 입술처럼 생겼다고 입술꽃이에요.
참깨가 자라면서 아래서부터 꽃이 달리기 시작해
자라는대로 위로 계속 이어 달린답니다.
그래서 참깨를 벨 때가 되어도 피는 꽃도 있지요.
우리는 참깨의 씨앗을 먹는 거에요.
나중에 핀 꽃은 씨가 안 들었으니 먹을 게 없구요.
혹시 꽃이 핀 참깨밭을 보신 적이 있나요?
벌들은 윙윙 날아다니고
고운 꽃잎은 바닥에 떨어져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갈 수 있는 참깨밭을.....
이건 동네 참깨밭 사진이에요. 농사선수의 밭이랍니다. 꽃잎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가 보기. 농부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