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쳤기에 고추를 따러 고추밭에 갔어요.
얼마전에 그 밭에 망을 쳤어요. 김양식장에서 쓰고 버린 중고망을 구해 고라니 방지를 위해서요. 그 밭에 반은 감자심었던 자리인데 이제부터 김장거리를 기를 예정이에요. 그런데 고라니가 무청을 그렇게나 좋아하니.....
김장김치를 먹으려면 단디 예방을 해야 할 테니까요.
아직 낯선 망 속에 들어앉아 고추를 따기 시작했어요. 하나둘 붉어가는 고추. 혹시 병은 안 들었나? 이게 가장 걱정이었지요. 그런데 뭐가 이상해요. 밭 두둑이 사라졌여요. 그래서 일어나 둘러보니 감자 심었던 자리가 다 파헤쳐져 미처 못 캔 감자알이 다 드러나고, 저기 땅콩은 다 뽑혀있는 거에요!(고추 앞으로 땅콩을 심었어요.)
아, 멧돼지가 다녀갔구나! 어디로 들어왔나? 한바퀴 돌아보니 맷돼지가 땅을 파고 들어왔더군요.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와요. 남편이 우산들고 마중을 왔어요. 아이고 고마워라할 짬도 없이 '여보여보 이리 와봐.' 하면서 그 현장을 보여주었지요. 이렇게 올해 땅콩은 아직 알도 덜 여문채로 땅에서 나와 버렸답니다. 맷돼지가 남겨놓은 땅콩알을 주섬주섬 챙겨 와 보니 왜 남겼는지 알겠더라구요. 껍질은 있지만 속에 알이 없어요. 지금 한창 알이 들 때인데.... 그래서 올해 땅콩의 추억을 땅콩꽃으로 남겨볼랍니다.
이 노란 꽃이 땅콩꽃. 실제는 주황에 가까운 노랑입니다. 땅콩은 키가 작지만 노랑꽃이라 눈에 잘 띄지요. 게다가 꽃을 주욱 위로 올려서 피어요.
이 노란꽃이 지고나면
동그라미 한 자리에서 씨방자루가 아래로 길게 자랍니다. 땅에 닿을 때까지 일주일이 걸린다던가 열흘이 걸린다든가.....
이렇게 말이지요. 이 씨방자루가 땅 속을 들어가 그 속에서 씨방자루 끝이 부풀어 땅콩알이 열리는 거지요.
땅 속에 열린다고 땅콩.
이제 땅콩꽃을 자세히 보실래요?
땅콩 어떻게 드세요?
추석 무렵 햇땅콩이 나오면 껍질째 삶거나 쪄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볶아먹는 땅콩과 달리 속도 편하구요. 태국에 가니 삶은땅콩에 소금을 넣어 간간하게 먹던데 그것도 좋더라구요.
또 날땅콩을 거칠게 빻아 쌈장에 넣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아요. 물론 입맛에 맞으신다면 날땅콩을 그냥 드셔도 좋구요. 땅콩 중엔 우도 땅콩이 가장 맛있는데 자잘한 그 땅콩의 맛. 우도에 가시면 꼭 드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