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초장에 눈이 참 많았습니다.
눈이 많지 않고 단지 기습폭설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더니
연말까지 이어진 눈에 쬐끔은 긴장했던 겨울......
남들은 가족동반 해외여행을 꿈꾸는 시간에
당쇠의 팔자는 홀아비신세~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신 장인어른때문에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친정으로 향하고
같이 장인어른 장모님 찾아뵙고 건강상태를 살피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은
달구들 진지상땜시 미뤄야하는 안타까운 현실......
2014년도의 마지막 밤을 혼자 보내는 아쉬움에
뒤꼍에 나가 혼자 고기를 구워봅니다.
술안주로 먹을 삽겹살 여섯조각
+ 어미개 두조각 + 강아지 한조각~
호일깔고 삼겹살에 굵은소금 앞뒤로 팍팍 뿌려주고
석쇠에 얹어 보일러 잔불에 잠깐 올려두면
방송에 나오는 숯가마삼겹살 못지않은 즉석 술안주가 마련됩니다.
그렇게 구운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면서
한해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데......
웬지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텅~빈 집안에 들어서니
언젠가는 사랑하는 이들은 뒤로한채 떠나야하는
그런 슬픈 인간의 숙명~
화목보일러의 땔감을 마련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입니다.
멋드러졌던 소나무들과 어우러진 숲이
한순간의 산불로 숯덩이가 되어버린......
연시의 첫 밥상은 어릴적의 기억을 쫒아가 보았습니다.
따끈한 밥에 버터 한조각 넣고 외간장넣어 비벼먹는......
어쩌면 어릴적의 기억은 머릿속에 각인되는 모양입니다.
어떤 여름날~
마당에 밀거적 펴고 앉아 부모님과 함께 먹던
버터와 외간장의 맛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첫 제사상을 받는 날에는
아내가 해주던 음식들이 그리워 질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저 파래~
어디서 어떻게 구해오는지 모르지만
어릴적 먹던 그 부드럽고 향긋한......
아참~ 저 콩을 보니 이효리씨의 유기농콩사건이 떠오릅니다.
유기농인증~
그게 왜 필요할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웃기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죽 속이는 사람이 많으면 인증까지 받아야 할까 싶은......
그냥 먹어보면 다 아는데......
얼마전 지인들과 점심도시락을 먹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기농콩만 먹는다는 어떤분의 콩을 집어먹었는데
아니 이게 뭔 개맛이여~ 아무맛도 없는 무늬만 유기농?
제 밥그릇의 콩을 한톨씩 주면서
그 유명한 유기농콩과 맛을 비교해보라고 했습니다.
인증받은 유명한 콩과는 차원이 다른 감칠맛에
모두가 놀랍다는 표정입니다.
콩은 그저 콩답게 키워야 제 맛이 나거든요.
맨땅에 헤딩하게 말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그렇습니다.
조금은 척박하게 키워야 진국이 우러나는 인간으로 성장할거라는 믿음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시골 촌동네의 작은 초등학교~
방학식겸 학예회를 문예회관에서 개최했습니다.
거의 전교생이 석송챔버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어야만 하는
100명도 않되는 코딱지만한 학교지만
저는 강남의 저 스케쥴 빵빵한 아이가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3억이 넘는 양육비용을 지출하는 부모들을 보면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세상이 참 미쳤습니다.
저렇게 키워서 그 아이가 뭐가 되는가 하면
코끼리 발톱이 코끼리의 모든것인양 주접떠는
자칭 전문가가 됩니다.
심지어 공학박사가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을줄 모르는......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스스로 느끼고 즐길때 그게 진짜 공부가 되는 것이죠.
출세해서 대기업의 경영자가 되거나
판검사니 의사니 유명인가사 되면 뭐하겠습니까?
인간성이 쓰레기라면 말입니다.
잘못된 경영의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지 않고
슬그머니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겨
구조조정이라며 가장들의 밥줄마저 끊어놓는 인간말종들같은......
그런면에서 비춰본다면
저는 아이들이 다니는 이 시골학교가 너무 고맙습니다.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아니었다면
그저 성적표나 붙들고 흔들어 대는 선생님들이었다면
아이들이 언제 마음껏 음악을 즐기며
'우리' 라는 교향악단의 일원으로 연주를 해 볼 기회가 있겠습니까?
경쟁이 아닌 화합~
그것이 작은 챔버오케스트라가 아이들에게 주는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콩은 콩답게 키워야 하듯이
닭은 닭답게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도 개답게 크고 있거든요.
제가 견과(犬科)이다보니
닭밥이 아무리 구수한 냄새가 풍겨도 닭밥은 먹지 안습니다.
그저 저같은 견과류는 술이나 먹어야...... ^ ^
당쇠만 남겨두고 친정행을 하신것이 맘에 걸렸는지
아내가 동아(숭어새끼)를 사다가 숯불에 구워줍니다.
손수 소주한잔 따라 주시면서......
고향에서 갓잡은 동아는 김치에 싸서 통째로 회로 먹기도 하는데
저는 그게 별로라......
아이들이 집안에서 오두방정을 떨며 노는 사이에
모처럼 아내와 오붓하게 보내는 시간......
당신덕분에 행복하다느니
나때문에 미안하다느니
쬐끔 닭살이 돋아나는 말들이 오가는 사이에 내린 결론은
조금 힘들어도 우리는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자~
우리 아이들만이라도 호화스러운 비싼그릇에 가짜먹거리를 담지말고
싸구려 질그릇에라도 진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런 혜안을 키워주자~
오래전에는 正道經營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만
묵묵히 정도를 걷다보면 주변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그래서 (팔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농장 땅값이 5년새 최소 5배이상 올랐다는거~
무늬만 찬란한 가벼운 재테크니 해봐야
아이들이 아닌 엄마 화장빨용으로 아이들 과외시켜봐야~
2%대 예금금리 세후수익도 밑도는 실적이거나
거의 대부분이 엄마 벤츠나 비엠따블유에 실려오는 비정규직 떠돌이 박사님정도......
화목보일러 숯불구이를 먹다보면 그런 말이 떠오릅니다.
꿩먹고 알먹고 둥지털어 불도 때고......
불피워 난방하고
고기굽고 생선구워 맛나게 먹고
다 타고난 재는 퍼다가 밭에 뿌려 거름으로 쓰고......
거참~ 글쓰다말고 뒤꼍에서 잽싸게 삼겹살 구워 소주한잔 했더만
새벽부터 정신이 오락가락 하네요. ㅠ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을 생각말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삽시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