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려 했는데, 김장을 앞두고 갈등하고 있는, 저 같은 초보 김장 데뷔자가 있을 것 같아
도움이 될까 해서 올려요.
매년 가을 두산베어스 덕분에 행복합니다. 올해는 특별히 사장님께서 야구장표 이벤트를
해주셔서 당첨된 직원들과 함께 응원을 갈 수 있었어요. 오비베어스 선수였던 외삼촌
때문에 원년부터 오비 팬이었던 저희 가족은 오비가 서울에 올라오면 어김없이 김밥 싸서
야구장을 찾았답니다. 아, 옛날에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할 때도 잠실 구장에 있었죠.
한대화가 쓰리런 홈런을 쳐 일본에게 극적으로 역전승 했던. 그때!

즐거운 야구장 풍경 함 올려 봅니다. 지정석인데, 삼성 쪽이어서 한명 빼고 두산팬이었던
우리, 처음엔 겁먹었으나 나중엔 눈에 뵈는 게 없었다지요. 오히려 '삼성 응원석에 앉아
삼성 응원도 함부로 못한 나는 뭐냐'고 후배가 투덜투덜. 다들 선글 꼈는데, 저만 민낯
이라 모자이크 처리. (이러면서 내가 모자이크인 거 다 알려준다. 흐~)

함께 가게 된 직원들이 다 이뻐하는 후배들이라 이번에는 제가 김밥을 쌌어요. 엄마 생각
나더라구요... 저희 중고등학교 들어간 후에는 아빠랑 두분만 야구장을 찾으셨는데, 둘이
가니 김밥도 안싸게 된다며, 자식 키워놓으니 외롭다고 눈 흘기던 기억이...^^
말이 외롭다이지, 저희 부모님은 두분이 금슬이 참 좋으셨어요. 영화도 자주 보러 가시고,
아빠 퇴근할때 맞춰 엄마 화실 닫고 한잔 하기도 하시고, 눈 오면 집에 있다가도 포장마차
찾아 야밤 데이트도 하시고.. 그래도 울엄마 이 세상 떠나시기 전 여자로서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멀리 있었지만 우애 돈독한 형제자매들도 있었고, 또 든든한 두 아들과
이렇게 엄마 쏙 빼닮은 딸도 있고... (발 뒤꿈치도 못 따라가면서 또 막 이런다. ㅋ)

김밥 인기 진짜 좋았어요! 김밥이라는 것이 어렸을 때 소풍가고 운동회하던 생각, 엄마가
집에서 말아주던 생각 등등 추억이 어울어져 더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덕분에 응원 초반
부터 분위기 훈훈~ 내년에도 꼭 플레이오프 진출해서 가을 야구 즐기게 되길. 허슬두!V4!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홍합탕이 제격이죠. 홍합을 깨끗이 씻어 물 넣고, 소금
약간 넣고 팔팔 끓이기만 하면 끝! 간단하면서도 맛도 깊고 폼나는 음식이잖아요. ^^

그래서 폼 제대로 잡아줬어요. ㅎㅎ 매콤한 낚지볶음 해서 와인 한잔~

요즘 카*베*가 여기저기 생기니 와플 별로 안 좋아하는 저도 와플에 자꾸 눈이 가기 시작
하네요 그래서 와플팬 덜컥 질렀어요. 버터를 녹여서 골고루 발라주구요.

반죽을 팬에 올려 살짝 눌러서 모양 잡아줬어요.

우박 설탕이 송송 박힌 벨기에 리에쥬 와플~! 여의도에서 유명한 벨기에와플 맛 그대로
라며 종종 남편이 와플 구으라고 압력을 넣습니다. 레시피는 다음에 할때 올릴게요. ^^

장터에 햇생강이 나왔다네요. 여기저기 감기 환자가 늘어가는 걸 보니 얼른 편강 만들어야
겠다 싶어 왕창 주문 했어요. 저게 1kg인가 2kg인가 가물가물.

일단 반만 깨끗이 씻었어요. 수세미로 구석구석 깨끗이 손질하면 이렇게 뽀얀 살을 드러
냅니다. 못생긴 생강이 이뻐졌죠? ^^

더 이뻐지라고 이리저리 각도 바꿔가며 동글동글 저며줬어요.채칼로 저몄구요, 꼭 목장갑
끼고 하세요~ 매운 맛 빼려고 우르르 한번 끓이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면 생강이 살짝
익어 나중에 불조절 하기가 애매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물 바꿔가며 하룻밤 담가 놨어요.
뿌옇게 올라오는 전분 바득바득 씻어 제거해주구요.

첨엔 물이 많이 나오니까 젓지 않고 그냥 놔두구요. (이젠 머 편강 도사라는. ㅋ)

이렇게 들러붙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열심히, 진심 열심히 저어줘야 합니다.
자세한 레시피는 다른 분들도 올렸고, 작년에도 올렸기 때문에 그냥 과정샷만. 이정도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올려요~

처음 해보시는 분은 이 과정에서 아마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좌절하실 거예요. 절대 실패
아니고, 이때 더 열심히 저어줘야 해요. 불은 조금 낮추구요. 너무 낮추면 시간만 길어져
팔 떨어지니 중불에서 조금 약하게. 강하면 편강이 타거든요.

이렇게 설탕 알갱이가 보이며 생강이 분리되기 시작하면 한 시름 놓고 가볍게 서로서로
분리해주는 느낌으로 휘휘 저어줘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죠? 같이 일하는 분들 사무실에 선물해 드렸어요. 다들 해달라고는
못하고, 하는 방법 알려달라고 갈때마다 이 분 저 분, 붙들고 물어 보십니다. 그만큼 맛도
좋고 기관지 보호에도 효과적이라는 뜻이겠죠?

저렇게 지퍼백에 넣어 남편 외출할때마다 챙겨 넣어줘요. 잠잘 때 숨소리가 고르지 못할
만큼 기관지가 약한 편인데, 몇년 전부터 유자차에 편강에 잘 챙겨줘서 그런지 요즘은
많이 좋아졌답니다.

아주 바쁜 주말이 아니면 주말엔 꼭 이렇게 육수를 내어놔요. 이 날은 해물탕 할 계획이라
바다친구들을 넣었군요. 기본 멸치+황태머리+다시마+양파_대파에 육지친구들은 표고버섯,
바다친구들은 건새우, 건홍합을 곁들여줘요.

진한 국물 우려놓고 해물탕만 해먹을 수 있나요? 이것은 무엇에 쓸 재료인고?

만두서 부터 아주 컬러푸드에 맛 들였나 봅니다. 당근즙 내어 주황 반죽, 백년초즙으로
핑크 반죽, 녹차가루로 초록 반죽. 모두 제빵기가 반죽했어요. 제빵기가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요.

하얀 반죽은 기본 수제비의 형색으로. 수제비는 사실 저런 못난이 모양이어야 정체성을
찾는 것이옵니다.

모냥 찾는 언니 만나면 이렇게 변한다지요. 동동 뜬 아이들은 애교로 봐주시고, 쫄깃한
못난이 수제비로 배 채우심 돼요. 흐~

김가루까지 솔솔 뿌려주면 진정 저렴하나 입맛 당기는 수제비 피날레.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인 줄 알았더니만, 1이 여럿 겹친다고 1등 한우 데이라네요.
아놔, 왜 자꾸 이벤트 만들어서 이벤트의 여왕 바쁜데 의무감 책임감 돋우나요.
한우 갈비 LA갈비 모냥으로 썰어 달래서 양념 재워 갈비 구웠어요. 전날 옆구리 찔러서
빼빼로 받아냈다고, 감사 인사로 와인 파뤼. 진정 엎드려 절 받기의 진수 아닌가요?

지난번 유자 10kg은 일찌감치 절단내고, 고흥 농원에 예약 주문한 유자 5kg 또 채치고
있어요. 유자가 큰 건 제 손바닥만해요. 제가 몸집은 작아도 손은 작은 편이 아닌대도.

강화도에서 텃밭을 가꾸고 계신 에스테틱 원장님이 지난 주말에 김장을 하신대요. 아시안
게임 때문에 도무지 시간 내기 힘든 때이긴 하나, 배추 주신다는데 어째요. 무모한 도전,
시.. 시.... 시작! 배추가 사랑스러워 죽는군요. 배추 무서운 줄도 모르고.. 10포기에요.

배추는 손질해서 전날 밤 절이기 시작. 신안에서 주문한 천일염을 물과 1:5로 섞은 후,
속까지 잘 끼얹어줘요. 배추 하나당 20분 정도씩 물에 적셔 주구요. 배추 반포기에 소금
한 주먹씩 쥐고 줄기(잎사귀 말고 밑동 쪽 줄기요~)쪽에 집중 투하. 아, 배추 절이기 전
손질 할때 반 내지 4분의 1쪽씩 갈라줘요. 4분의 1정도까지만 칼집을 낸 후 쭈아아악-
으아, 배추가 속이 꽉차 반 가를 때 진짜 힘들더군요.
11포기 주셨는데, 1포기는 배추국도 끓여먹고 배추전도 해먹으려고 놔뒀어요. 김치 담글
때는 밥 하기도 귀찮고 전 그냥 배추전으로 떼워요. 배째라 남편도 이 날 만큼은 맛난
수육과 겉저리를 기대하며 집을 비워 주십니다. 남편 시키라구요? 뒤치닥거리가 더 큰
일이라지요. ^^;

순서는 대략 이렇게 잡으면 될 것 같아요. 배추 절이는 동안 황태다시마육수 내어 여기에
찹쌀 넣어 찹쌀풀 쑤기. 육수 내고, 찹쌀풀 쑤는 동안 속 재료 손질하기.

속재료는 배추 10포기에 잔마늘 35~40개, 생강 5톨, 양파 큰거 2개, 쪽파1단, 무우 4개.
그리고, 액젓은 까나리액젓 2컵, 생새우액젓 2컵, 매실엑기스 1컵 정도 넣어줬어요.
정도라고 하는 건 제가 정확한 계량을 한건 아니고 배추 3포기 씩 두번 담아 보면서
대충 감으로 잡았기 때문에. ^^; 무우는 대략 5cm 두께로 자른 후 채칼에 둥근 면이
아닌, 5cm두께를 잡고 쓱쓱 갈아주면 일정한 길이와 두께로 썰어져요. 쪽파도 같은 길이
로 썰어주고.
찹쌀풀 식는 동안 무우랑 쪽파 채썰면 시간이 얼추 되더라구요.

쌀*부에서 주문한 태양초 고추가루 900g 정도. 태양초 고추가루에, 천일염에, 시어머님이
직접 담가주신 매실엑기스에 생새우젓. 이것만으로도 정말 훌륭하지요? 복 받았어요, 저.
(마트에서 파는 김장용 무우 한단 사서 네개 채썰어 놓고 나머지는 김치 속에 찔러넣어
석박지 만들려고 잘라놨어요. 첨 하면서 어디선 본 건 다 따라해요. 흐흐)

재료가 훌륭하니 김치속 때깔도 참 곱습니다. ^^

게다가 무려 농약도 안치고 지인이 직접 재배해주신 배추 아닙니까!
저렇게 늘어놓고 아시안게임 보면서 세월아 네월아 김치 속 넣었어요. 고수님들, 배추
절이기만 하면 김장 끝이라는 말 다시는 하지 말아주셔요. 수십 포기 하심서 얼마나
배추 절이는 게 고되었음 배추 속 넣는 것도 힘들구만 이걸 일도 아니라고 하셨을까.
엉엉 울면서 존경하는 마음 품고 차곡차곡 넣었다지요.
우리가 다섯 식구라 엄마는 매번 김장을 40포기 이상씩 하셨는데, 당췌 혼자 그걸 어찌
하셨대요? 네, 저 김장하는 날 다 끝나면 엄마가 쓱쓱 말아서 입에 쏙 넣어주는 겉저리
먹으려고 집에 기어 들어왔던 딸이랍니다. 이제 와 급 반성. T.T
근데, 엄마는... 김장할 때, 전 부칠 때 절대 저 집에 못있게 하셨어요. 주로 남동생
한테 거들어달라고 시키시고.. 시집가면 평생 할텐데, 쉴수 있을 때 쉬라고...
그러고도 '넌 제사 없는 집에 시집 보낼거다, 김장 같은 거 하지 말고 김치는 사다
먹어라' 하셨으니 참 울엄마는 모순덩어리. 엄마가 그러셨어도 전 몇 광주리나 부치고,
이제 김장까지 하는 딸은 청개구리. ^^;
김치냉장고 칸을 비워줘야 해서 남은 유자가 다음 작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벌써 유자 15kg을 채쳤네요.

꾹꾹 눌러 담았더니, 10리터 들이 김냉통이 세개 나오고 조금 남네요.
저 김냉통 하나는 이번에 새로 샀고, 나머지 두개는 셤니 거예요. 김치 갖고 와서 반납
안하고 쟁여놓고 있었다죠. 명절 때마다 '왜 반찬통이랑 김치통은 사도 사도 없어지냐.'
하시며 휙 저를 째리신답니다. 그래도, 직장 다니면서 입에 풀칠한다고 김치는 갖고가도
김치통은 반납 못하는 게으른 며느리를 이해해주시죠. 김치통에 쌀 넣어둬라 하심서.

머리를 있는대로 굴려 속재료 양을 잡았더니 글쎄 겉저리할 속 말고는 보쌈해 먹을 속도
없이 똑 떨어졌네요. 짝짝!
그저께 김장하고는 넘 기력이 없어 차마 못해먹고, 어제 퇴근하고 냉동실에 있는 삼겹살
꺼내 수육해 먹었어요. 남편이 김치가 넘넘 맛있다며,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보내라 하고,
일하다가도 김치 생각난다고 하도 칭찬을 해서 수육 마무리를 패스할 수 없었어요.
칭찬은 맞벌이도 저녁 차리게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제 손은 찹쌀풀 쑤누라 이 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남편이 밤 11시가 넘어 택시타고 병원 근처까지 가서 화상 흉터 제거용 패치를
사와 응급 처치한 덕분에 꽤 심한 상처였는데, 조금씩 아물고 있어요.
저 원래 아프거나 상처 입어도 약도 안 먹고, 안 바르거든요. 그런데, 저 패치 보면
가운데 하얗게 올라오는 거 있죠?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상처 부위만 하얗게 변하더라구요.
치유되는 과정이죠.
상처 입으면 그렇게 약도 먹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더 좋아지고 회복이 빨라지나봐요.
시간이 약이다, 자연스럽게 극복해라... 이렇게 놔둬선 안되는 거 같아요.
몸에 난 상처도 그렇고 마음에 생긴 상처도. 또 내 마음의 상처도 그렇고, 타인의 상처도
치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나봐요. 쿨하게 굴어라, 연연하지 마라, 이렇게
잊으라 강요하지만 말구요. 빨리 극복하고, 흉터 남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