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사먹을까 하고
죽집을 찾다 죽집 대신 들어간 식탁 4개 짜리 조그만 백반 집,
청국장을 시켰다.
젊은? 것이 혼자 저녁 밥 먹는게 측은해 보였던지
'물은 셀프'라면서도 물 갖다 주며 "반찬 뭐 좀 더 줄까?" 주인 할머니 묻더라.
집에 들어오며 두부 하나 샀다.
냉장고에 두부 넣어두며 김치는 내 놓았다.
밤새 실온에 조금이라도 더 익어 신 맛 제대로 내 주길 바라며.
오늘 아침, 두부는 깍둑썰고 김치는 가위로 적당히 잘라
다시마 한 조각 넣고 끓였다.
김치가 익어가며 김치국 냄새가 날 즈음,
다시마 조각은 건져내고 청국장 두어술 듬뿍 넣었다.
파라도 좀 넣을까 하다 말았다.
청국장은 신김치와 두부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어머니는 청국장을 잘 띄우셨다.
아랫목에서 고릿한 냄새를 풍기던 담요에 켜켜히 싸진 청국장 시루,
실처럼 하얗게 곰팡이를 달고 늘어지던 콩알들, 절구에 빻을 때 끈적끈적 달라붙으며 늘어지는 청국장 실에
힘들다는 말보다 "잘 띄워졌다"고 말씀하시던 어머니.
남들은 찌개로 먹는 청국장을 국처럼 말아먹는 작은 애가,
복중에 입덧이 심해 물 한모금 못 넘겼는데
어느 날 이웃집 청국장 냄새에 입맛이 돌더란다.
그리곤 친정엄마 해주신 청국장은 먹을 만해 그것만 드셨다며
"작은애가 그래서 청국장에 환장한다." 말씀하시던 어머니가 한껏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오늘 아침
오후에 |
조회수 : 9,101 |
추천수 : 157
작성일 : 2010-04-20 12: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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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하백
'10.4.20 1:06 PM짧은 수필한편을 읽은 느낌이에요^^
2. 팜므 파탄
'10.4.20 1:13 PM펌이 아니고 직접 쓰신 글인가요?
아웅~
묵직하게 밀려오는 이 감동.
저도 청국장 참 좋아해서 항상 띄워 먹습니다.3. 오후에
'10.4.20 4:32 PM - 삭제된댓글-->하백님 : 느낌이 좋으셨다니 감사
-->팜므파탄님 : 예 펌글 아닙니다. 청국장은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중 하나죠...4. susan
'10.4.21 9:43 AM요즘 청국장은.. 그 고릿내가 덜한 거 같아요..
옛날.. 그 꼬릿꼬릿한 엄마가 띄워주던 청국장... 그리워요..
이상하게 청국장 전문점에 가도 그렇고, 제가 집에서 직접 띄워봐도 그렇고..
냄새가 거의 안나는 거 같아요..
고릿내 나면서 싸~한 맛이 나는... 구수한 청국장..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5. 구헌
'10.4.21 10:09 AM허걱~밥숟가락으로 푹 떠먹고싶어요...^^
그런데요...양은냄비가 사진에보이는 인덕션?전자레인지??에도 잘 끓나요??
전 스텐냄비로 모두 바꿨어요..알미늄냄비가 안끓어서요^^6. 현슬린
'10.4.21 2:25 PM저도 글에 감동^^
우왕~ 저도 청국장 해 먹고 싶어지네요~7. 오후에
'10.4.22 8:50 AM - 삭제된댓글-->susan님 : 온 동네 진동하던 그 냄새나는 청국장 저도 좋아합니다.
-->구헌님 : 양은은 알미늄이 아니니데요... 잘 끓던데요. 전기렌지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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