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달만에 왔어요. 어김없이 대문짝만한 사진들과 함께요.^^;;
그동안 연말도 있었고, 연초도 있었는데 저희는 해먹은 것도 별로 없고
그나마도 보잘 것 없는 상차림들 뿐이에요.
제가 살림이 너무 하기싫고, 괜시리 좀 우울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신랑도 저 일거리 줄여준다고 저녁에 맨날 감자, 고구마만 구워달래구요..
성의없는 상차림..아니 나름 성의있으려고 노력했으나 간단한 상차림들 나갑니다.
크리스마스 날 이었던 것 같아요. 클스마스에도 쉬지않고 일했던 신랑땜에 덩달아 저도 별로 기분이 안나서
그냥 닭한마리 사다가 교*치킨 만들고, 남아돌던 두부를 전분가루 묻혀 튀기듯 지져서 샐러드만들어 먹었어요.
이 샐러드는 단가에 비해^^;; 모양새도 괜찮고, 드레싱도 그냥 발사믹만 휘리릭 뿌려도 엄청 잘 어울리더라구요.
교*치킨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몇 시간동안 레시피를 찾았는데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하다가
결국 뭘로 해야할지 의욕도 상실하고 시간도 촉박해지지 뭐에요.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했는데..이게 왠일! 너무 짜더란 말이죠!
분명히 엄청 맛있는 레시피라고 하더니ㅠㅠ
밥이랑 먹으면 나름 먹을만 했을텐데 고기 먹을땐 밥을 잘 안먹는 신랑한테 쫌 마니 민망했어요...ㅠㅠ
요건 그래도 좀 성의를 보였던 날이네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나 다다음날이었나 암튼 격렬한 업무로 남들 노는 날 일하던 신랑이
드디어 휴가를 맞이하여 축하하는 의미로 고기 먹었어요.
아오...맛있겠따...근데 전 고기보다 왜 양파가 더 맛있는건지...저렴한 입맛...
저 고등학교때 같이 점심먹던 친구 중에 하나가 갈비집 딸이었어요. 엄청 맛있는 양념 고기를 싸오곤 했었는데
정작 자기는 잘 안먹어서 저희만 포식했던 행복한 기억이...^^
이 사진 보니 그때 그 고기가 생각나요..도시락통에 얌전히 담겨있던 갈비들...
이 날 갈비대 5개 넣고 된장찌개도 끓여먹었어요. 된장찌개도 고기가 들어가면 맛의 차원이 다르고..--;;
크리스마스날에 제이미 올리버 크리스마스 쿠킹 특집프로그램을 해 주길래 혼자 봤어요.
괜히 암것도 모르는 신랑이랑 같이 보면 재료도 구하기 힘든거 해달라고 하면 난감하잖아요.
정말 귀차니즘이 극에 달했는지 다른때는 제이미올리버 프로보면 요거조거 다 해보고 싶고
재료도 다 이뻐보이고 하더니만..그날은 그냥...어휴...살 엄청 찌겠군..이러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어요.
나름 신혼이지만 정말 10년된 부부같은 저희는 잘 안하는 케쳡으로 하트 그리기..
잘 안하니까 역시 잘 못하겠어요. 찌그러졌어요. 그래도 좋아했지요. 왜냐면....비엔나가 있잖아요!!!
제가 엄청 소식하는 편 이었는데 결혼하고 야곰야곰 위가 늘어났어요.
저 과일 깎은 양 좀 보세요. 사과도 2개는 깎은 듯. 저 정도 안깎으면 제 입으로 들어갈게 없어서...ㅠㅠ
저 날 호텔 부페에서 점심(겸 저녁) 먹는다고 아침엔 오트밀 먹었어요.
예전의 위였으면 어림없었을 양을 부페에서 먹고 그 담날 아침까지도 소화가 안되서
땅을 치고 후회했어요. 호텔부페라 먹을 것도 많았는데 사진은 못 찍겠더라구요.(소심쟁이....)
부페다녀와서 진짜 다이어트 하기로 결심했는데 유부초밥 유통기한이 다가오는 거에요.
할 수 없이 먹었어요...역시 유통기한 다가오는 두부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랑.
이 날은 유통기한 임박한 재료 없애려고 먹은 식탁이네요.
그렇게 외식과 성의없는 음식들로 연말연시를 보내고 오랫만에 밥을 차려주려니 뭘 해야할지 도통...
오징어한마리 볶고, 그 더럽다는 어묵도 볶아 대충 줬어요.
이 날이 식탁(그래봤자 아일랜드)에서 먹은 마지막 식사였던 듯.
이제부턴 한그릇 음식, 아니 한쟁반 식단 들이에요.
고구마, 감자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거실에서 티비 켜놓고 먹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하이킥을 보게 되어서 이후론 고구마가 아니어도 거실에 밥을 차리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계속 쟁반 음식들이에요..ㅋㅋ
굴국밥. 먹어본 적도 없는데 왠지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아서 만들었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수제비도 꼬옥 넣어달라해서 알겠다고 하고 쏙 빼고 끓여줘어 어찌나 미안하던지...
제가 요즘 이래요...김밥싸다 단무지 한줄만 넣고 한줄은 빼고.
드디어 저는 본격 다이어트 모드에 돌입. 저녁 6시 이후엔 물 한모금 안마셨는데 너무 배가 고픈거에요.
김치부침개도 먹고 싶고, 찜닭도 먹고싶고 ㅠㅠ
일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김치부침개도 부치고, 찜닭도 해서 먹었어요.
고구마만 먹더니 어느날 퇴근 전 술상 좀 부탁한다고 전화가 왔어요.
시간도 없고 재료도 없었지만 비에나와 계란말이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울 남편. ㅋㅋ
그 전날 먹으려고 구운 감자랑 비엔나를 올리브유에 볶다가 바질 좀 뿌리고,
밥을 너무 안먹인거 같아서 참치를 마요네즈에 살짝 버무리고 밥만 초밥틀에 찍어서 올려줬어요.
저게 저래뵈도 밥 한그릇인데 다 먹네요. 쳇! 밥맛 없다더니...
시원은 부산소주래요. 병이 예뻐서 골랐다고 하지만 저 병이 양이 더 많아서라는 거...모르는 척 해줬어요.
계란말이는 진짜 많이 해 봤는데 요렇게 모양 얌전하게 나온 적은 첨인 것 같아서 기념으로 한장 더^^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김밥"이럽니다...
"괜히 물어봤어....괜히 물어봤어..ㅠㅠ"
재료만 준비되면 엄청 간단한 메뉴지만 재료 준비하기가 귀찮을 땐 진짜 "괜히 물어봤다"고 엄청 후회해요.
잡곡밥 딱 한 그릇 있길래 밥 조금만 넣어서 대충 말았더니 모양이 참...빠지네요..
참치마요랑 치즈, 레튜스 넣고 그릴에 누른 샌드위치랑 계란후라이, 그리고 커피.
아침 메뉴였어요.
저 키톡에서 본 것 같은데...중국집 볶음밥 따라잡기...노니님이 올리시지 않았나요?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어서 제 맘대로 볶았어요.
새우랑 대파 듬뿍넣고, 양파랑 양배추만 넣은 짜장소스. 역시 한 쟁반.
떡만두국. 좀 미안해서 떡갈비도 꺼내서 구워봤지만 역시 한 쟁반.
집에 딱 한권있는 요리책(혜경 샘....죄송해요..ㅠㅠ) 뒤적이다 발견한 규동
소고기, 버섯, 양파 넣고, 간장, 생강가루, 올리고당 넣은 소스에 끓여 밥에 부어주면 끝.
쯔유가 없어도 규동이 되네요. 날계란 노른자가 생명이라고 써있던데 이쁘게 놓으려다 터뜨렸어요.ㅠㅠ
요즘대세 파스타. 바지락 사다 봉골레 스파게티.
맹렬 다이어트 중인 저는 담날 점심 곤약국수로 해먹었어요.
별로....권해드리고 싶지 않아요..파래곤약이라 그런지 데쳐서 아무리 씻어도 바다의 향이 제대로...ㅠㅠ
일요일 이른 저녁으로 봉골레 스파게티 해주고 1박2일 보는데 감성돔 회가 나오면서
회가 먹고 싶었어요...평소 같으면 그리 재빠른 스타일이 아닌 신랑이 요즘 다이어트한다고
너무 안먹어서 죽을 거 같아보인다는 제 입에서 "먹고싶다"는 말이 나오니
재까닥 일어나서 단골횟집에서 가져온 회에요. 2만원 어치라는데 엄청 푸짐하고
완전 쫄깃쫄깃...진짜...부산으로 이사오길 잘 한거 같아요!
다이어트 중이지만 신랑의 성의에 감복해서 열심히 먹고 한주먹 남은 회.
다음 날 회덮밥으로 탄생시켜 다시 한 쟁반.
새싹을 한팩 다 올렸더니 너무 푸짐해져서 비빌 수가 없대요..
비벼주기까지 해야하다니...--+
아 참! 그리고 저도 시장에서 밤 샀어요. 혜경 샘 말씀처럼 껍질까주는 기계에 돌려서 파시는 분이 계시길래.
저도 쌀뜨물에 2시간정도 담궜다가...약식...할까 했는데 그냥 몇개 집어먹고 냉동실에 넣어버렸어요.
귀찮아서요.....
제가 그렇게도 우울하고, 귀찮고, 의욕이 안생기고 그랬던 이유가 있거든요....
저희 결혼한지 1년하고 2개월 접어드는데...따지고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주변에서 아기를 너무 기다리셨어요...
저도 하던 일 그만두고 친구하나 없는 곳에서 지내려니 얼른 아기가 갖고 싶기도하고...
연말연시니 서울에 계신 형님도 돌쟁이 조카 데리고 한 번 오시고,
서울에 사는 남편 친구부부도 백일쟁이 데리고 한번 오고..
그렇게 자꾸 이쁜 애기들은 보고, 저는 손발이 너무 차서 한방의료원에 침맞으러 다니고, 약도 지어먹고
하니...안그러려고 해도 자꾸 나쁜생각만 드는거에요..
그러던 저희에게 드디어...아기천사가 와줬어요..^^
아직 너무 초기라 여기저기 얘기하면 안될 것 같은 마음이지만
타지에서 신혼살림 꾸리는데 너무 큰 힘이 되어준 82쿡, 특히 키톡에 너무 얘기하고 싶어서요!
저희 엄마가 저를 나으셨을 때 엄청난 환희를 느끼셨다고,
저도 분명 그럴꺼라고...아기 태명은 "환희"로 지어주셨어요. 아기 생기기 한참 전부터요^^
한의원 샘이 제가 너무 긴장을 잘하는 성격이라고 자궁이 불안할 수 있다고 걱정하셨었는데
이젠 정말로 마음 편히 갖고, 좋은 생각만 해서 우리 환희에게 따뜻한 보금자리 만들어주려구요.
설레발 치는거 아닌가 좀 걱정도 되지만...저..축하해주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