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어울리는 조합입니다..
부대찌개는 제가 결혼 초기, 해도해도 실패하는 메뉴였어요.
어느날은 빅마마 선생님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말씀하신대로, 재료 준비하고 맹물에 약간의 청주를 탄 것으로 국물을 잡아서 했는데, 제가 해본 중에서 제일 맹숭맹숭한 부대찌개가 되었더랬지요.
여러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정착한 방법은 제대로된 육수가 있을 때만 끓인다, 입니다.
저는 사골국물, 우족, 도가니탕 등등 소 뼈를 푹 고은 국물이 있어야만!! 부대찌개를 끓여요.
밑국물만 제대로 있으면 그 다음에는 별로 어려울 게 없어요.
재료는 김치, 양파, 대파, 햄, 떡, 스팸, 불린당면, 두부
양념장은 고추장 1, 다진마늘 2, 고춧가루 2 비율로 넣고, 여기에 국간장 생강가루 약간씩 넣어줘요.
(저희는 두식구 먹는 양으로 할 때는 밥숟가락 사용하면 딱 맞아요)
냄비에 재료를 가지런히 돌려 담고 - 바글바글 끓인 뒤에는 사실 왕창 뒤섞입니다. 대충 넣어도 결과는 똑같은데, 어쩐지 부대찌개는 가지런히 담아줘야 할 것 같아요.

육수 붓고 끓이다가 나중에 양념장 넣고 같이 끓이면 완성.

소세지는 콘킹 쓰고, 꼭 스팸을 사용해요.
런천미트가 닭고기로 만든거라 더 담백해서 좋아하지만, 부대찌개에는 스팸이 더 낫더라구요.
재료 더 추가하시려면 돼지고기가 쇠고기 갈아서 넣어줘도 좋고
치즈 한장 나중에 넣어도 좋지요.
콩 통조림이 꼭 들어가야 맛이 난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별 차이 모르겠더라구요.
이정도로 준비해서 끓이면 특별한 재료 필요한 것 없고, 어지간한 찌개 끓이는 것보다 품은 덜 들고 결과물은 훌륭해요.
사골국물부터 끓이려면 힘들지 않냐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요.
전 그냥, 냉동실에 얼려 놓은 거 썼는데...
얼마전에는 코스트코에서 연어 한 팩 사서,
샐러드도 해먹고, 스테이크고 해먹어야지 했는데,
막상 해먹은 건.. 구워서 데리야끼 소스에 살짝 졸인 것 뿐이네요.



후라이팬에 앞뒤로 적당히 구워서 데리야끼 소스 살짝 뿌렸어요.
데리야끼 소스가 설탕이 들어간 거라, 워낙 잘 타길래,
연어 굽고 난 뒤에 불은 끄고 소스 투하.. 잠시 후에 불 약하게 해서 살짝 졸이는 척만 했네요.
서너번 해먹고, 혼자 점심에도 해먹고 그랬어요.
아, 지금도 먹고싶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그러면서 열심히 먹었는데,
남편은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을 마구 날려주더군요. -- 그러니 맛있다는 말을 다 믿으시면 안되겠지요.
딱 한조각 굽는데 큰 후라이팬 꺼내기가 싫어서, 아주 작은 전골냄비를 후라이팬 삼아 구워먹었어요.
저만한 냄비, 신혼 때는 고등어조림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작아서 못쓰고 있네요.
애들은 어려서 밥을 많이 먹는 것도 아닌데, 어쩐지 음식하는 양이 늘었어요.
데리야끼 소스는 하는 방법이 여기저기 나오는데
저는 간장1컵, 맛술1/2컵, 청주 1/2컵, 설탕 5큰술, 생강 손톱만한 것 편 썰어 넣고, 레몬 1/2개 넣으라는..데
레몬이 없어서 레몬차에서 레몬 몇조각 건지고 설탕 좀 줄여서 끓였어요.
양이 절반으로 줄도록 약불에서 졸이면 돼요.
데리야끼 소스 만들어서 애들, 닭고기나 소고기 구워서 살짝 졸여줘도 잘 먹어요.
얼마전 차이윈 님께서 추천해주신 카스테라 레시피 아주 좋아요.
(생각난 김에 다시 가서 추천 한방 눌러드리고 돌아옵니다)
저는 안해본 레시피가 없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대충 해서 대충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안해본 레시피가 없으시다는 분께서 "강력추천" 하신다길래
강력+통밀 절반씩 한번 해보고,
통밀로만 한번 해봤거든요.
모양이 제대로 잡히고 맛도 좋네요.
통밀로만 한 게 제 입에는 더 잘 맞아요.
그런데, 저는, 왜, 왜, 왜, 가운데가 확 터지는 걸까요.
두번 다 똑같이..
약간 시간이 긴 듯 해서 다음에는 시간을 좀 줄여볼 생각이에요.
나무틀만 있으면 저도 예쁘게 될 것 같은 이 기분...
(저는 파이렉스에 구웠어요.)
차이윈님, 레시피 정말 좋아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글에 함께 있었던 사워크림 들어간 케익 레시피도 좀 공개해주시면.. 안될까요? (굽신굽신)
냉장고에 사워크림이 유통기한 간당간당 기다리고 있답니다.
정말 안어울리는 음식을 한 상에 올린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고구마 길쭉하게 잘라서 튀김이랑, 또 고구마 튀기는 길에 맛탕도 하고,
그리고 주문한 굴이 택배로 왔길래 굴 튀김도 한 20개 하고
그리고 칠리새우도 같이 튀겨서 소스 버무려 먹었어요.
그날의 사진은 밥상이 흡사 난민촌 같아서, 차마 공개를 못합니다.
그런데 더 절망적이었던 것은, 그날 저희집의 5살 된 아들은 그 많은 메뉴를 다 두고 <라면>을 먹겠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컵라면 한개 물 부어줬더랬지요.
어제, 자게에서 아들 키우려면 말이 필요없고 차라리 발이 필요하다고들 하셨지요?
저도 곧 그런 날이 오겠구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