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해야 하니 옆에서 봐도 현기증이 날 지경이랍니다. 이참에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는 출퇴근 아내의 고충을 좀 헤아려주었으면... ^^;
다행이 출근 시간은 빠르지 않아서 집에서 먹고 출근할 수 있도록 냉동밥과 국, 밑반찬을
항상 준비해둬요. 날도 추워지는데, 뱃속이 든든하면 좀 덜 피곤하겠죠?
지난 주말에도 출근했는데,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싶다네요. 8시 회의라는데, 7시에 전화를
했어요. 이런 이런. 30분 만에 차린 초스피드 저녁 식사 함 보실래요?

주메뉴는 도가니탕이에요. 제가 밤낮으로 끓여둔 도가니탕 보셨죠? 이게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휘리릭 소면 삶아 건져 놓고.

냉동실에 얼려둔 도가니 국물 끓여 도가니와 사태 넣어 끌여서 파 총총 썰어 소면과 함께
도가니탕 완성. 이거 진짜 진짜 맛있어요. 도가니도 사태도 듬뿍 듬뿍 넣어서 식당에서 먹는
도가니탕 하나 안 부러워요. (자화자찬 심하다 심해.)

주말에 장을 안봤더니 냉장고가 텅텅 비었어요. 마침 애호박 하나 있어 급하게 볶아 주고,
그 와중에 계란말이까지 휘리릭. 휘리릭 휘리릭. 이리하여 밥솥에 밥 앉혀서 상 차리는데까지
정확히 30분 걸렸어요. 저 요즘 프리님 밥상 따라하기중. 가짓수는 단촐해도 배열은 좀 비슷하죠? ㅎㅎ
근데 저 그릇들 죄다 백화점 내지는 마트 사은품이에요. 수저 받침이 제일 비싸요. ㅋ

나란히, 나란히-. 저 요즘 예술 좀 하는 듯.

저녁상 차리다 필 받아서 또 밑반찬 만들기 시작.
지난 주에 하려다 만 염장 미역을 꺼내어 소금기를 다 씻어 낸 후, 차가운 물에 담가 염분을 빼줘요.
반나절 씩 담가 두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너무 소금기를 다 빼주면 나중에 또 소금으로 간을 해줘야
하거든요. 제 동생이 어렸을 때 심장 수술 했다고 말씀 드렸죠?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저희 집은
짜게 안 먹었어요.
따로 소금 안 넣을 생각이라 중간 중간 맛을 봐서 살짝 간이 배어 있는 듯 하면 건져서 물기를 빼줘요.
전 대략 30분 정도 담가 놨어요.

캬~ 채 잘 썰었다. (자화자찬 작렬~)
당근과 양파는 미역 줄기와 잘 어울리도록 곱게 채 썰어줘요. 마지막 남은 양파와 당근이네요.
본의 아니게 추석 전 냉장고 털기중.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 미역줄기와 당근을 올리브유에 달달 볶아 주고, 마늘 다진 것, 국간장 두어
스푼을 넎어 달달 볶아요. 때깔 좋으라고 넣긴 했지만, 당근, 양파 없어도 맛있어요.
마지막에 참기름 넣어 한번 더 볶아 주구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제일 좋아하던 도시락 반찬이에요.
학교 다닐 때 이야기 하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르네요. 또 엄마 이야기 함 할까요? 흐흐.
엄마는 학교 선생님 사이에서도 유명했어요. 고 3때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저녁 따뜻한
도시락을 싸서 학교로 가져다 주셨거든요. 그런 어머니가 세분 계셔서 세분이 친해지셨어요.
혹 한 분이 도시락을 못 싸게 되면 전화하셔서 다른 분이 추가로 싸오거나, 급할 때는 버거킹이나
KFC에서 치킨을 사다 주곤 하셨죠.

단백질 밑반찬도 있어야 할 것 같아 냉동실을 뒤졌어요.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는 상비용이에요.
항상 저렇게 넣어서 한번 쓸 분량 만큼 비닐에 넣어두거든요. 반찬이 없을 때 김치 찌게 끓이거나,
볶음밥 하거나, 쇠고기 무국 끓이거나, 카레 할때 아주 요긴해요. 삼겹살 사둔지 2주 정도 된 것 같아
처리용으로 돼지불고기찜 하기로 결정.
다른 반에서 과목별 보충 수업하고 교실로 돌아가면 항상 엄마가 교실 문 앞에 서 계셨죠.
엄마가 젊고 이뻤던데다가 매일 한결 같이 교실 문을 지키고 계시니 저희 반 수업 들어오시지 않는
선생님들도 엄마를 알아 보셨어요. 감동하고, 고마워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런데, 전 그러지 못했죠...
못된 딸이었어요, 저...

초간단 돼지 불고기찜, 시간 날때마다 항상 만들어 두고 먹는 만능양념장과 멸치 육수만 있으면 끝.
제가 공부를 좀 잘한 편이었거든요.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도 책을 놓지 않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가끔 늦으시면, 그래서 교실 문 앞에서 5~10분 씩 기다려야 하면 허겁지겁 뛰어오신
엄마에게서 도시락만 낚아 채고 교실로 휙 들어가곤 했답니다. 자주 그러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뒤에 뻘쭘하게 남은 엄마는 지나가며 인사하는 선생님들께 얼마나 민망하셨을까.
아니 그보다 딸에게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삼겹살이 폭 잠길 만큼 육수를 부어 바글 바글 끓여요.
그때 생각하니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왜 엄마 한테 받는 건 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성에 안 차면 토라지고 화내고 그랬을까요.
물론 그때도 돌아서면 죄송해서 마음이 아프곤 했어요. 한번은 휙 들어갔다가 죄송해서, 고맙다는
말씀 드리려고 다시 뛰쳐 나갔더니, 엄마는 이미 저만치 멀어져 터벅 터벅 계단을 내려 가시더군요.
엄마 뒷모습이 얼마나 쓸쓸하던지... 눈물이 핑 돌아 부를 수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 익으면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줘요. 다 졸이고 나서 자르면 자른 단면에 양념이 안
배니까 중간에 잘라 주는 게 좋아요. 삼겹살 구울 때 처럼. ^^
여기 82에도 중고등학교 다니는 딸아이 키우는 엄마분들 계시던데... 간혹 딸이 얄밉고 섭섭하게
굴때 많죠? 같은 여자라서 그런가봐요. 서로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아마 얄밉게 구는 딸도 저처럼
후회하고, 미안해 하고, 마음 아파하고 있을 거예요.
그래도 혹 딸이 섭섭하게 하면 만년초보 아줌마 이야기 들려주세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면 엄마
한테 받은 사랑 만큼이나 섭섭하게 해드린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쓰라리게 후회하게 된다고...

어느 정도 양념이 졸아들면 물엿을 넣어 줘요다. 그럼 이렇게 윤기 자르르 흐르는 돼지불고기찜 완성.
구이 보다 훨씬 부드러워요.
그러고 보니 이맘 때네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밤이 나오면... 엄마는 항상 도시락에 삶은 밤을
속껍질까지 까서 대여섯개 넣어주셨답니다. 제가 밤을 정말 정말 좋아하거든요. 밤 까먹을 시간
없다고, 여린 손목으로 밤 까는 거 힘들다고, 속껍질까지 까서 그렇게 넣어 주셨어요. 매일...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예~ 양배추 되시겠습니다. 역시 냉장고 상비 야채, 양배추도 해치우기로 결정. 양배추는 쪄서
돼지불고기찜과 같이 싸 먹으면 꿀맛이죠. 따로 쌈장이 필요 없다는.
성적이 떨어질 때면(참 열심히 공부했는데, 고 3 올라가면서 성적이 뚝뚝 떨어졌답니다. 긴
생머리를 커트하는 삭발 투혼에도 불구하고. 머리만 아까웠어요. 대학가면 미팅 해야 하는데,
왜 한치 앞을 못 보고.T.T) 도시락 통 한 켠에 편지를 써넣어 주기도 하셨죠.

찜기 꺼내기 귀찮아서 초콜렛 만드는 볼에 망 얹어 놓고 했더니, 잘 안 쪄진다. 글라스락도 엎어
보고, 냄비 뚜껑도 엎어보고. 저 요리 하면서 장난질 하는 게 취미예요. ㅋ
지금 생각나는 글귀는... '농부도 1년 내내 농사 지은 게 하루아침의 홍수로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다음 해를 위해 또 씨앗을 뿌리지 않니.'
엄마는 참 현명한 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엄마 마음에 상처 줬던 거, 이렇게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아픔이 가시질 않네요. 뒤늦게 철들었는데... 철든 딸에게 효도 함 맘껏 받고
가시지...

밥 차리면서 눈썹 휘날리며 볶은 애호박과 함께 밑반찬 4종 세트 완성.
저 위에 만능 양념장은요 요모조모 참 편리해요. 입맛 없을 때 동태찜을 해먹어도 좋아요.
제가 찜을 자주 하는 이유는요... 올려놓고 다른 반찬 하기에 좋거든요. ^^ 꾀만 늘어서.
과정샷 함 보실래요? (과정샷이라고 하니 저도 촘 고수 같다는. ㅋ)








흐흐, 사진만 올리니 영 별루죠?
제가 결혼 초부터 싸이나 블로그에 요리를 올린 이유는요, 제가 띄엄 띄엄 요리를 하다 보니
할때마다 레시피를 검색해야 해요. 그래서 제가 나중에 보고 다시 하려고 올린 거예요.
근데, 결혼 초에는 비교적 자세하게 올렸더라구요. 초보 티 팍팍 나지만 좀 귀여워요. 지금
처럼 잘난 척도 안하고, 지금보다 때깔도 훨 좋아요. 넌 도대체 그동안 머한거니?
대신 손들고 있으라고 할 순덕이도 없고. -_-

아구찜을 하고 싶었는데, 아구가 너무너무 징그러워서 손질할
자신이 없어 동태찜으로 대신. 동태찌게와는 또다른 맛이다.
재료 : 동태(토막내달라고 할것), 미나리, 콩나물, 청고추, 홍고추
반개씩, 녹말 한스푼, 멸치육수, 양념다대기
멸치육수 - 국멸치, 다시마, 표고버섯, 양파, 무우, 마늘, 파, 맛술을
넣고 푹 우려낸다. 양을 많이 하는 게 훨씬 맛이 좋으니,
한꺼번에 많이 해서 냉동실에 얼려뒀다 쓰면 좋음.
양념다대기 - 고춧가루 2 : 다진마늘 1 : 맛술 1 : 물 1 : 후추가루,
소금 약간. 다시마, 새우, 표고 간 가루 약간.
콩나물과 미나리는 깨끗이 손질해 씻고 시작~
1. 기름을 약간 둘러 동태를 볶는다.
2. 겉이 좀 익으면 양념다대기 한스푼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3. 동태가 잠길 정도로 육수를 붓고 끓인다.
4. 어느 정도 끓으면 콩나물을 듬뿍 넣고 뚜껑을 덮어 끓인다.
5. 콩나물이 푹 익으면, 미나리를 넣고, 녹말 갠 물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다.
(참, 홍고추, 청고추 어슷썬 건 4와 함께 넣는다.)
6. 소금 약간 넣어 간을 보고 접시에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