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시험이 끝난 날의 개운함도 분명 있었습니다.
어제 새벽 4시에 일어나.. 혹시 빠졌을지도 모를 방송 준비물 다시 점검하고 샤워하고...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선 시각이... 6시 20분....
집 떠나기 직전..남편에게...하소연을 했어요.
가장 걱정스러웠거든요.
"여보.. 만약 말야... 머리속이 하애지고 아무 말도 안 떠오르면 어떡해야 하지?"
그런 저를 보면서 남편은 이렇게 말했어요.
"오늘 하는 내용에 관해서 출연자중에 니가 최고야. 너만큼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널 믿어 봐"
...
참 부부란 게 그래요.
어떨 땐...전혀... 쌩판... 남같을 수도 있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또 다른 든든한 나이기도 한 존재..
그런데 든든하게..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면서 시작한 하루였고.... 방송국에 도착해서 메이컵을 하고 사전 점검을 할 때도 침착하니 자신감 만땅이었건만..... 생방송이란 시간 다툼이라는 것을...잘 몰랐던 초보는 앞에 들어오는 싸인들...
앞을 보고 말하라는 것...
그리고... 뭐라 뭐라 싸인을 보내긴 하는데 점점 얼어붙고......
19분쯤 나가야 할 방송 대본이.... 40분에 나가자... 제작팀 총 비상이 걸리고......
중간 중간 생략하고... 21번으로 바로 갑시다.... 허걱.... 21번이 뭐지... 대본 쳐다보니... 에겅 또 나네....
나름 줄거리를 있던 방송이 시간부족으로 속속 잘려나가고....
클로징 멘트도 생략되고...
다음 월욜 예고로 끝이 났습니다.....
방송 끝나자 마자 맨 처음에 든 생각은... 어이없게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그리고 아무도 이 방송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부질없는 희망들이었습니다.
대충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총 출연자들.... 제작팀과 티타임을 가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사실 방송 내용이 너무 많아서 2부로 나누어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평가도 내려지고...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저의 첫 방송 출연기는요...
많이 창피하고 많이 아쉬운 첫 경험이지만 그런 것들조차 제 인생에서 귀한 추억이 될 것이기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밀린 일들도 정리하느라 어제 하루가 바빴습니다.
오늘은 또한 큰 딸 아이의 생일....
첫 출산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병원에 입원해서 하루 왼종일 시달리다.... 저녁 9시 7분에 아이의 울음을 들을 수 있었던 날입니다.
그렇게 우리곁으로 온 아이는.... 이쁘고 .... 야무지게 자라서... 내년쯤이면 우리 부부의 곁을 떠날 것이기에 올해 생일은... 제 곁에서 차려먹는 마지막 생일상이 되겠지요.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미역을 담그고... 찰밥을 할 팥도 삶아내고....
아이가 좋아하는 연근도 졸여놓고.... 나름 밑준비를 해 놓고 자느라고 늦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1시에요~~~
연근 조림에 쓸 다시 국물 5컵도 만들고....

연근 570g도 껍질을 벗겨서.... 물에 담궈 놓구요.

다시 국물 5컵을 붓고 얇게 썬 연근을 넣어 삶아주다가...1차 조림장에 졸입니다...
미림 1/3컵, 간장 1/4컵을 넣어서요.

바글 바글 끓으면 2차로 다진 마늘 1큰술, 청양고추 2개 다진 것을 넣고...생강술 한큰술을 넣어서 계속 끓여주다가..

국물이 반 이상 졸아들면 그 때 엿장 1/2컵을 붓고 윤기나게 졸여주고요...

국물이 자작자작해질 때까지 윤기나게 졸여주세요. 그냥 이상태로도 좋구요...
더 윤기가 나길 원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되어갈 무렵에.... 물엿 1/4컵을 더 붓고 바짝 윤기나게 졸여주셔도 좋아요.

고기에 관한 절대미각을 가진 큰 딸아이... 입만 대어도 한우인지 수입고기인지
기가 막히게 잘 알아맞추는 통에 한우고기로... 버섯불고기를 재웁니다.
키친 타올로 핏기를 제거한 불고기감 150g을....
다시 정종 2큰술과 설탕 1큰술로 재웠다가 체에 받쳐서 핏물을 2차로 빼내고요...


느타리 버섯 120g은 연한 소금물에 살짝 간을 해서 물기를 짜낸 다음에.... 고추장 반 작은술, 간장 반 작은술, 다진 파 반작은 술, 다진 마늘 1/4작은술, 깨소금 한 큰술, 참기름 약간에 버무려서 재워 놓고요.

불고기 150g도 다진 파, 마늘, 간장, 깨소금, 참기름..갖은 양념으로 버무려서 재운 다음에...

2가지를 합쳐서 냉장고에서 밤새 숙성시켜 놓았다가 아침에 구었습니다. 이렇게 밤새 재울 필요는 없는데 시간관계상 그렇게 되었네요..

콩나물도 무칠 건데요.. 특별한 생일상의 콩나물이므로 특별한 방법으로 무쳐볼려고요..
우선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건진 다음에 차갑게 식혀서 (뜨거운 물에서... 빼낸 콩나물을..갑자기 차가운 물 또는 얼음물에 담구면 아삭아삭한 콩나물로 만들 수 있는 것 아시죠?) 냉장 보관해 놓았다가.. 아침에 꺼내서 무쳤어요.
영양부추 조금, 당근채 조금하고요...맛소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요...
특별한 양념 한가지 추가요~~~

바로 새우가루요. 새우가루는 보관하다 보면 좀 쩐내가 납니다. 그래서 바로 바로 조금씩 필요할 때 갈아서 쓰는 것이 좋아요.
건 새우 5~6 마리를 렌지에 1분만 돌렸다 식혀서 미니 믹서기에 바로 윙~~ 하고 갈아서 넣어주면 되구요.

살살 버무려 주면 알록달록한 특별한 콩나물 아삭무침입니다.
좀 귀찮긴 해서... 특별한 날만 먹을 수 있는 콩나물 아삭무침입니다... ㅎㅎㅎㅎ

전은 부추해물전하고 감자전 2가지를 부쳤고요..
느타리버섯볶음...
그리고 칠리소스에 버무린 깐소새우....
우리집 딸들이 좋아하는 해파리무침...
이 해파리가 요즘 바다의 문제아라면서요~~~ 많이 많이 드셔주세요~~~


아 그리고 가지된장구이를 한 것을 가쓰오부시에 뿌려 먹는 가지반찬도 하고요.

담백 깔끔해서 우리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그린빈스볶음...
그냥 향신기름에 맛소금, 깨소금으로만 볶는 간단하지만 재료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맛이라 더 좋아요.

이렇게 각각의 반찬들이 준비되고요...


딸아..생일 축하 꽃이란다.... 당근꽃^^

아이가 좋아하는 렌지꽈리고추찜


전체적인 모습은요...


앗.. 해파리냉채 소스 빠졌네요... ㅎㅎㅎㅎ

이렇게 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딸 아이의 생일상을 차려서 맛있게 온 가족이 먹었습니다...

어제..사온 레몬을 얇게 편으로 잘라서 설탕에 재워두기도 하고요...

며칠 있다가 레몬 차 타서 먹으면 맛이 좋을 것 같지요..
레몬처럼 상큼한 주말... 여러분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 참..그리고 밥상위의 사각그릇...쪽지로 문의가 많이 와서 그냥 공개할래요... ㅋㅋ
저 그릇 요즘 이마트에 새롭게 깔린 쓰임이라는 브랜드의 아주 착한 가격의 그릇입니다...
처음 딱 보는 순간... 아 이거 사야지 하고 바로 산 그릇입니다... 저 그릇 하나당 아주 착한 가격인 1990원입니다..
허걱이지요? 이러다..우리 82쿡님들 식탁에 저 그릇 쫙 깔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방송... 성원에 부응하지 못하고 좀 미흡했지만 그냥 이쁘게 용서해주시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그냥 밍지걱거릴래요... 잘하진 못했지만 그냥 눈감아 주실거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