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산후조리 도와주시던 어머니께서는 명절준비때문에 내려가시고,
오늘 큰아들넘이랑 남편도 시댁에 내려가고,
이제 17일된 작은아들넘이랑 저만 집을 지키고 있네요.
심심한지라 어젯밤 있었던 우리집 해프닝을 적어봅니다.
우리집 여섯살 되신 큰아들넘이 제일 좋아하는 빵중 하나가 바로 달팽이빵이랍니다. (=롤케익)
산후조리한답시고 2주 넘게 손에 물도 안묻히고 있으니, 넘 심심하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저기 레서피 검색하다 인블루님의 롤케익이 있길래 어제 시도를 해보았어요.
http://coolinblue.com/tt/board/ttboard.cgi?act=read&db=cook&s_mode=def&s_titl...
처음 시작은 아~주 좋았습니다.
엄마가 달팽이빵 만들어 준다고 신난 큰아들넘이랑 같이 노른자도 깨고 뭐 하여튼 기타등등~
작은넘은 잘~자고 있고..
그러다 흰자로 머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아들을 시켰어요...이렇게 저으라고 시범 몇번 보여주고요...ㅎㅎ
그런데 만들어질 기미가 안보이더라구요. 머랭만드는게 이리 힘든줄 몰랐거든요...ㅋㅋ
그래서 TV보는 남편을 불러다가 시켰습니다.
5분...군말 없이 젓습니다...10분...조금씩 궁시렁 거리기 시작합니다....15분..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전동드릴을 가져오더군요. 그리고 휘핑기를 스카치 테입으로 연결--;;; 하여 휘핑하더군요.
스스로 감탄에 칭찬을 연발하며, 선풍기로도 될까? 하며 신나게 휘핑하던 도중,
그것도 1분여 남짓....전동드릴이 충전이 다 되어 사망하셨습니다...--;;;..신나서 떠들던 남편, 다시 조용해 지며..
다시 노가다 모드로...또다시 10분...20분.....30분.....
아무리 저어도 걸쭉한 액체상태...빳빳한 머랭은 그림자도 없습니다.
하는수 없이 키톡및 요리물음표 검색시작........디딩...--;;;;
노른자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머랭은 없답니다...ㅠ.ㅠ...
노른자 젓던 휘핑기, 씻지도 않고 흰자 젓기 시작했는데....ㅠ.ㅠ..
인불루님은 왜 그런 말씀을 안하셨던 걸까요...ㅠ.ㅠ..(너무 당연한거라 그러셨겠죠?)
이미 시간은 한시간을 넘어가고....
냉장고에 남아있던 계란 세개를 다시 깼습니다....
넘 속상해 툴툴거리며 노른자를 건져내던중....다시 디딩....--;;;; 노른자 한개가 깨지더니,
흰자와 사정없이 섞여 버렸습니다...ㅠ.ㅠ..
그걸 조용히 바라보던 남편, "그동안 잘~ 놀았따~, 이제 그만 치아라~ㅋㅋㅋ"
암말없이 째려보니 히히덕거리며 옷을 챙겨 입고는 계란 사다 주더이다...고마워 남편~ ㅋ
그리고 다시 머랭만들기에 도전! 하려는 찰나, 둘째아들넘이 깼습니다...ㅠ.ㅠ..
모유수유하는 넘이라 반드시 엄마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남편에게 머랭을 부탁해! 한마디 하고는 방으로 고고!
누워서 가만히들으니 계란깨는 소리, 휘핑하는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창고문을 열고 부시럭부시럭~
큰아들넘은 아빠 따라다니며, 뭐해~ 이거 뭐야~ 조잘거리고 있고...
간신히 작은아들넘 재워놓고 궁금한 마음에 작은방에 가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졌더란 말입니다!!!

무슨 사진인지 잘 모르시겠다구요?
그럼 좀 더 확대해서 한번 살펴볼까요?

웃겨서 쓰러지면서 사진을 찍느라 다 흔들렸어요.
보이시죠?
분해된 선풍기...
선풍기 모터에 매달린 휘핑기...
무엇보다...머랭그릇을 꼭 감싸안은 두발...
조금더 확대!

힘이 꼿꼿하게 들어간채로 그릇을 꼭 감싸안은 두 발...
남편아, 미안해~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지난 한시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이번엔 5분만에 완성된 머랭!

남편이 만든 자동 휘핑기 확대샷!
엄마가 쓰러질듯 웃는걸 보고 엄마는 웃음쟁이라며 혼자 신나서 뒤에서 춤추는 큰아들넘의 분홍 내복도 함께!

자동 휘핑기는 이렇게 제 할일을 다하고 다시 해체...

완성된 감격의 코믹머랭 한장 더!

머랭이 올려진 식탁 전체샷! 환상적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요. ㅎㅎㅎ
무엇보다 저기 저 실패한 달걀의 잔해....가 인상적이죠.
그리하여 어제밤 저녁 메뉴는 계란말이였답니다. ㅎㅎ

대충 구워진 롤케익 시트
노른자 무늬를 굽기전에 내야 하는데, 굽다가 생각이 나서 중간에 꺼내서 해봤더니 저리 되었답니다.
굽기전에 했어도 비슷했을 것이기에 별로 아쉬움은 없습니다...ㅎㅎㅎ

원래 의도하였던 데코와 비교사진!
(인블루님 홈피에서 살짝 빌려왔습니다. 혹시 문제가 되면 내릴께요. )

그래도 좀 식힌 다음에 생크림 예쁘게 발라 잘 말아 보려고 했는데...
둘째가 또 깨는 바람에 수유를 하고 있었더니 부엌에서 들리는 목소리...
"이거 어떻게 하면 되냐? 생크림 발라서 말면 되냐?"
먹고 싶어하는 큰넘 목소리도 들리고, 귀찮기도 하고 그러길래,
그래...예쁘게 잘해야해! 하고 다시 재워놓고 나갔더니,
이런 모습으로 마침내 탄생하신 롤케익!

역시 인블루님과의 비교샷 또한장!

맛이 없어서 모두들 한쪽씩만 맛보고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ㅋㅋ
그 긴긴 여정을 마친 결과가 맛이 없으니 좀 아쉽기는 한데, 하여튼 엉뚱한 남편덕에 너무너무 웃었어요.
오늘아침에도 자꾸 어제저녁에 보았던, 머랭그릇을 꼭 쥐고 있던 앙증맞은 발이 떠올라서,
혼자서 깔깔거리며 몇번이고 웃었습니다.
사진찍으며 82에 올릴꺼라고 했더니, 우리 남편, 절대 올리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더라구요.
미안해, 남편아, 둘째가 너무 잘자고 있고, 난 너무 심심했을 뿐이고....
마지막으로 우리 둘째샷 한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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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질문한개 드릴께요. 롤케익 실패의 원인이 궁금해서요.
일단 빵은 달콤하고 괜찮은데, 아무리 오래 구워도 반죽의 축축한 느낌이 남아있어요.
뭐랄까...덜 익은 느낌이랄까요?
인블루님은 11분 구으셨다는데, 저는 덜익은거 같아서 윗단 아랫단 번갈아가며 20분은 구워준듯 합니다.
그런데 왜 그럴까요? 머랭을 너무 지나치게 내어서 일까요? 고수 선배님들,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