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리 지진아라는 거 주변에서는 잘 몰라요.
남편 쪽 사람들에게는 국가 기밀~
손님초대를 하면 82cook을 켜 놓고 며칠 전부터 씨름을 하거든요.
그리고 또 며칠 앓죠.
그래도 본 것은 있어가지고 대충이 안된다는 사실.
좋게 말하면 발전 가능성이 많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사서 고생하는 꼴이죠!
칭찬이 자자~하면 별거 아니라는 듯이 우아하게 미소만 날려요.
그런데 사실 대꾸할 힘도 없다는 거...
립서비스라는 거 알아도 기분은 째지죠.
모두 그 맛에 요리 하나 봐요.
그렇게 잘난 척을 해도 시장만 가면 초보티가 나요.
제철도 모르고 한 여름에 미역쌈을 사러 가지를 않나...
감자 400g만 달라고 말하지를 않나...(재래시장에서요)
kg이라는 단위가 제게는 너무 어마어마 했거든요.
시장에만 가면 이렇게 금방 탄로나요.
이번에 꽁치이까를 주문하면서도 그랬어요.
3kg이면 엄청 많을 줄 알고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면서 인심을 썼어요.
엄마와 언니에게 전화해서 도착하면 주겠노라고 큰 소리 탕탕 쳤죠.
오빠 회사 사람도 부르고,
옆집 아주머니도 좀 드리고,
아! 관리 아저씨도 한 판 쪄드려야지...
그랬는데,
그게... 얼마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아무도 몰래 조용히 손질 했어요.
누가 알까봐 입 다물고 조용히...
계획대로 하려면 한 30kg은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어부현종님의 물건(?)들...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목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3주 간의 기다림을 상쇄시켜 줄 맛이더군요.

포장이 너무 깔끔하죠?
얼음 팩 두 개 사이에 오징어 봉지가 들어있어요.
받아놓고도 오후에나 손질 할 수 있었는데 그 때까지도 얼음이 쌩쌩~
그러니까 이틀 정도 거뜬했다는 말!

스텐바가지로 하나 나왔어요.
세어보니 62마리...
싱싱함이 보이시려나?

3주도 기다렸는데 남편 퇴근할 때까지는 못 기다리겠더라구요.
그래서 먼저 한 판 쪘어요.
왼쪽에는 립글로스예요. 크기 비교 하시라고...
정말 작죠?
내장 째로 먹는데 내장이 정말 고소해요.
게 쪘을 때 게딱지 안의 내장 맛과 정말 비슷하더라구요.
초고추장이 필요 없었어요.
적당히 간간하면서 고소한 맛!

오징어를 다섯 마리나(!) 먹어치웠네요.ㅋㅋ
내장이 너무 맛있어서 괜히 손질했다 싶었어요.
남편이 돌아왔길래 혹시나 하고 통째로 쪄 줬더니 역시나...
씻어 먹더군요. -.-;
저희 남편은 음식에 대한 저항감이 심해요.
좀 애들 입맛 같은 면이 있죠.
SF느낌 나는 이런 내장류는 더해요.
밖에서 대구탕을 시키면 저희 남편은 살만... 저는 알과 이리 같은 내장만...
좋은 면도 있지만, 가끔은 이 맛있는 걸 모르다니... 싶어서 안타까워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데 말이죠.
이번에는 안타까운 느낌을 넘어서 살짝 얄미운 생각까지 들었어요.
꽁치이까를 보내셨다는 소식에
기다리다가 목 빠질 뻔 했다고 엄살을 부리니 어부 현종님께서 현답을 주시네요.
"바다 일이란 다 그런거예요
사람이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 하나입니다
오늘 받으셔서 맛있게드세요
그리고 느긋하게 기달지지않으면 보낼 재간이 없지요" 이렇게요.
여기저기 많이 드나들기는 했는데, 키톡은 처음이네요.
(쑥스~^^; 고수님이 워낙 많아서 망설였는데 평균의 하향화를 위해 열심히 참여하렵니다)
82cook에 드나들면서 초보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어요.
두어 시간 걸리던 요리 시간도 반으로 줄었구요.
이것저것 할 줄 아는 것도 생겼습니다.
요리와 더불어 인생도 배우고 있어요.
덕분에 하나하나 배워갑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도 편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