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장이 시이모님댁 벼수확하려 모든 기계를 총동원하여 떠나면서
어머님까지 모셔 가셨다.(?)
실상은 여동생과 하루 이야기도하고 놀다가 오십사하는 마음이지만
항상 어른들 뒷 일이 많음을 아는 촌장이 아낙을 배려하는 마음도
없음이 있지않나하는 마음도 든다.
오늘 하루 휴가를 받은 셈이다.
아버님은 아침 일찍 드시고 뒷동산에 도토리 주우려 가셨고,
집에있는 굵직 굵직한 기계들과 함께 떠나고 보니 집이 휑하다.
이래저래 바쁘다보니 눈길 한 번 제대로 준 적이 없는 장독간 국화도
봉오리가 봉긋하니 16세 가슴마냥 부풀어 올라있고..
하늘은 왜 이다지도 푸르고 맑은지..
일단 집안 청소를 했다.
요즘 한창 입안에 맴도는 추가열의<나 같은건 없는건가요 >를 한껏 틀어놓고 가을맞이 대청소를 했다.
청소를 하다보니 이런 날도 흔하지 않은데 이러고 있는 내가 어쩔 수없어 보였다.
대강 청소를 끝내고 보고싶은 이들에게 전화를 했다.
어른들이 계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어떨 땐 하지 못할 때가 있어 오늘은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친정엄마하고도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엄마는 항상 나에게 이른다.
<어른들께 잘하라고..그게 내 자식 잘 되는 길이라고..>
항상 하시는 엄마의 이 말씀이 날 옥죄는 말인 줄 엄마는 모르나보다.
혼자 기분 내고 있으니 오전이 후딱 가버린다.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아버님이 내려 오시지않는다.
혹시나 밥 먹고 있다가 어른 들어오시면 그렇고하여 일단 기다려본다.
2시나 되니 아버님께서 도토리를 두어 되박 주워 들어 오신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이 주우려다니는지 이젠 도토리도 없다시다며...>
점심을 드리고 나도 한 술 뜨고..
설거지를하고 거실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너무나 푸르려 손을 한 번 담그고 싶어진다.
그러면 일에 그을린 내 손도 파란 하늘이 될 것같은데..
차 한잔이 생각 나
올 해 만든 아카시아꽃잎차를 끓인다.
아버님도 한 잔 드리려니 곤히 주무신다.

올 5월에 산골짜기 가다랭이 논에 벼를 심을 때,
난 5월의 향이 진동하는 산골짜기에서 아카시아꽃을 따다 말렸다.
그리고 봉오리가 아직 펴지않은것은 아카시아꽃잎효소를 만들었다.

꽃봉오리가 사알짝 피어 납니다.

날씨가 쌀쌀한 10월에 해마다 5월을 집안으로 불러 들인다.
아카시아꽃잎이 은은하게 흩날린다.
산골짜기에서 촌장과 모심고 아카시아꽃 따던 5월이 거실에 내린다.


그렇게 쌀쌀한 10월의 중간에서 난 따뜻한 봄 날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