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끌미끌한 애들은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울 어머님 추어탕 끓이실 때마다 안타까워 그러신지
"비린내도 안나고 니가 좋아하는 시래기도 많이 들어가고 매운고추도 갈고
들깨에다 쌀까지 갈아 넣고 끓여 칼칼하니 맛있다~ 먹어봐라~."
몇 번이고 그러시더군요.
그러던 작년 가을인가? 언제 인가는 모르지만
아주 맘먹고
"그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먹어보자~."ㅎㅎㅎ
뭐 그런 심정으로 먹었답니다.
오잉?
내가 좋아하는 시래기~
으음~괜찮아~ 좋아~
어라 비린내도 안나네?
하면서 한 그릇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시 먹으려 하면
그 미끌미끌이 생각나고 요상한 생각이 떠올라서
먹을 수가 없더라구요.
쌀 불려 한 줌 갈고 들깨 갈고 매운 홍고추 생강넣고 갈아
채에 탁탁 걸러내고 얼갈이시래기 넉넉히 삶아 먹기 좋게 썰어 넣고
팔~팔 끓이는 것을 보면 분명 영양음식이 맞긴 맞습니다.
ㅎㅎ제가 안먹는다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아버님 생신 모임때 두 번째로 먹긴 먹었습니다만
혹시? 누가 밥 먹으로 가면서
"추어탕 집 가자!" 하면 잠시 뒤로 빠질 것 같습니다. ^^
왜 그럴까요?
내가 먹어야 그 음식도 잘 하게 된다는데
이번에는 어머님이랑 시장가서 같이 사오고
같이 만들고 했으니 제가 많이 변하긴 변했나 봅니다.
이번에 해먹은 추어탕 입니다.
왔다갔다 하느라 정신없어 중간 중간 사진을 많이 빼 먹었지만
그래도 대충 순서는 잡을 수 있도록 담아 놨더라구요.^^
살아있는 미꾸라지들이 꿈틀 꿈틀 정신 없을때
뚜껑 있는 너른 그릇에 담고 왕소금을 쫘악~~뿌려주고 얼른 뚜껑을 닫습니다.
그러면 폴짝 펄쩍 훌러덩 방방 뒤집어 지고 난리 법석 그런 전쟁이 없다지요~
그리곤 얘네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힘이 없을 때쯤 고무장갑 끼고 죽어라 문지르고
또 문지르고 씻어내고 냄새를 제거하기 위하여
방아잎을 넣고 푹~~삶아 냅니다.
그리고 믹서에 넣고 윙~~갈아 줍니다.
원래는 돌확독에 넣고 돌로 싹싹 갈아야 제 맛이지만
비도 오고 팔도 아프고 힘도 들고 해서 그냥 믹서에 갈아 버렸지요.
물론 물도 넉넉히 넣어 줘야 잘 갈아집니다.
매운 홍고추랑 생강 들깨 불린 쌀도 함께 갈아 줍니다.
물을 받히면서 자주 자주 갈아줘야 하니 갈다가 판나겠더라요.
고추랑 쌀이랑 들깨랑 생강 모두 갈아 놓은 것을 담아 놓으니
진한 국물이 나왔습니다.
여기에 미꾸라지 갈아 놓은 것을 섞고 얼갈이 우거지를 자잘하게 썰어 넣으니
이렇게 솥으로 하나 나오더라구요.
이제부터 팔팔 끓이면서 불을 줄여 중불에서 계속 끓여줘야 합니다.
아주 오래도록 시나브로 말이죠.
간마늘도 넉넉히 넣어줘야 하고 싱거우면 소금을 넣고 마무리 합니다.
그 큰 솥으로 한가득 끓여 온 가족이 아주 넉넉히 먹었답니다.
저는 딱 한 번 먹고는 안먹었는데
앞으로 자주 먹게 되겠지요?
추어탕 많이들 좋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