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약을 받으러 남편과 함께
새벽부터 일어나 부리나케 아침을 챙겨 먹고
동대문에 있는 마리아 병원으로.
아침 일찍 진료를 받고
또 회사 가서 하루종일 버텨내려면
그래도 잘 먹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브로콜리 치즈스프 두 봉을 털어서 끓이고 나서 치즈 솔솔 갈아 얹고.
일하느라 밤 샌 남편은 책상에서
저는 식탁에서 각자의 아침을 넘겼습니다.
성금요일 아침이지만,
어쨌거나 살아야 겠으니까 먹습니다.
이런 날일 수록,
찬 물에 밥 말아먹으면 괜히 서러울 것 같아서
최대한 나는 소중하니까, 버전으로. ^^

다음주부터 십여일 동안
내 손으로 놓을 주사기와 약물을 받아서 가방에 넣는데
멈칫,
여보, 이거 당신이 놔줄거야?
그 정도는 스스로 해야지.
주사가 뭐 대수야.
우쒸.
올 봄, 갈 길이 멉니다.

주말 아침이면
주중에 회사다니면서 칙칙하게 먹고 산 것 만회하려고
기를 쓰고 상을 차리는 편입니다.
주말에만 차려입는 신데렐라 식탁이라고나 할까요,
저희집 식탁 말이죠.
네이버 똥글이님 댁에서 본
에그 베네딕트 라던가...
원래는 잉글리쉬 머핀 위에 훈제햄, 수란, 그리고 소스를 얹어서 먹는 건데
발효공정이 있는 잉글리쉬 머핀은
깨고 나서도 침대에서 한참을 뭉개느라 못하고요,
버터 7큰술과 계란 노른자 3개가 들어가는 소스도
엄두가 안나서, 포기하고.
식빵 사서, 냉동실에 남아있는 베이컨 넣고
대충 만든 버전입니다.
끓는 물에 데치는 수란을 한번 해본다는데 의의를 두었다는... ^^

1. 식빵을 토스터에 굽고요 (원래는 잉글리쉬 머핀을 반을 갈라 굽고요.. 입니다)
2. 물을 끓여 베이컨을 데치고요 (원래는 훈제햄을 데치고요, 입니다. ㅠ.ㅠ )
3. 물에 데친 베이컨은 후라이팬에 마저 굽고
4. 그 사이 다시 올린 끓는 물에 식초 한스푼을 넣고 나서 계란 노른자가 터지지 않도록 하여 끓는 물에 계란을 넣습니다.
5. 그러면 계란이 익으면서 떠올라서 살짝 반숙이 됩니다. 망으로 건져서 따뜻한 물이 담긴 그릇에 넣어두고요.
6. 소스는 똥글이님이 올리신 소스가 엄두가 안나고 손도 많이 가는 것 같아
계란 노른자의 영원한 친구 케찹과 마요네즈, 씨겨자, 꿀을 적당량 섞어서 새콤달콤느끼매콤~ 하게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기침한 제 감기 물려 받은 남편은
레몬맛 허브차를 주고요
저는 네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 한잔.
오늘 아침 남편이 잠에서 깨자마자
인삼차를 찾으면서
감기가 왔다고 합니다.
제가 이번 주 내내 콜록 거렸거든요.
어머, 당신이 옮은거야?
내가 얘기 안했던가? 감기의 메카니즘.
아니, 잘 몰라.
감기에 걸리면, 감기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지.
그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있다가
밖으로 튀어나와. 그리고 다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그래서 감기는 약을 먹으나 안먹으나 일주일이고,
한 사람이 다 나을 때쯤에 다른 사람이 옮는 거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쨌거나 좀 미안해지네요.

계란 흰자를 살짝 벌려서 반숙된 노른자에
빵도 찍어 먹고, 베이컨도 찍어 먹고.
그냥 토스트 보다는 조금 손이 가지만,
먹고 나니 든든해서
청소도 다른 주말 보다 꼼꼼히 하고
오랜만에 재봉틀 꺼내서
꽃무늬로 현관앞 신발장 위도 장식하고,
막 그랬습니다.
요즘 야근이 잦아 못보고 지나는 줄 알았는데,
시댁에 가서 시엄니한테
엄니, 시험관 아기 하기로 했어요, 하고
저간의 사정들을 보고하러 나서는데,
집 앞에 벚꽃길이 만개했습니다.
내일은
사진좀 찍고
부활절 기념 꽃놀이라도 할까봐요,
어쨌거나, 나는 소중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