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높은 곳에 있는데
재주 없는 나의 손이 만들어내는 초콜릿들의 엉성함...
매해 못생긴 초콜릿들을 만들며 실망하고 후회하면서도
나는 왜 1년 뒤면 다시금 까먹고 이렇게 초콜릿을 만들고 있을까...
올해는 거창하게 만들겠다는 이런저런 욕심을 버리고
분수에 맞게, 내 손재주에 걸맞는 간편한 방법을 택했다.
특이하거나 거창한 몰드를 주문하는 일도 관두고
알록달록 초콜릿용 장식이나 그럴듯한 제과재료를 제과제빵전문 사이트에서 주문하는 일도 관두었다.

커버춰 초콜릿을 녹여 붓고 색초콜릿으로 장식한 초콜릿, 머랭쿠키, 커피땅콩을 한알씩 머리에 이고 있는 생크림과 에스프레소를 약간 넣은 가나슈.

유빈이의 친구들에게 나눠줄 초콜릿. 냉동실에 남아 있던 커버춰가 모자라 가게에서 가나초콜릿을 사다 녹였다. 커버춰와 가나초콜릿의 때깔이 다르긴 하다.
각각의 컵에 초콜릿을 세 알씩 넣는 일은 유빈이가 했다.

유치원 선생님들 것.

유치원 친구들 것.


초콜릿보다는 호두를 좋아하는 이모씨의 것.

달콤한 머랭쿠키...

이것도 이 모씨를 위한 패키지.
하루종일 호두를 까고 나니 손이 갈색으로 물들었다. 가뭄 때 논바닥처럼 갈라진 손가락의 주름이 호두물로 더 진하게 패었다. 왜 나는 사서 고생을 할까 우울했다. 덥썩 잡고 싶은 충동이 전혀 안 이는 거친 내 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