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주말 내내 병든 닭 마냥 헤롱거리며 보냈는데, 오늘 아침부터 슬슬 큰 아들놈이 콧물이 찔끔 거리고 기침을 콜록거리는듯 하더니, 급기야 저도 하루종일 머리가 무겁고 목이 따끔거리구요..ㅠ.ㅠ;
가장 걱정인것은 아직은 너무 어린 작은 아이에게까지 옮기지 않았으면 싶은것과, 저는 정말 아프지 않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아시다 시피 애 엄마는 절대, 절대 아파서는 안되잖아요..아프다고 맘대로 앓을수 있는 형편도 못되거니와, 애들 돌보는것은 또 누가 하라구요..ㅠ.ㅠ;;
오늘 낮에, 아무래도 자꾸 게으름을 떨어서는 더 일어날수 없을것 같아 남편과 애들을 떨궈놓고 혼자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장보는 내내 무거운 머리와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질질 끌고 다니다 시피 했지만은, 그래도 저녁거리를 비롯하여 살건 다 사고 돌아왔습니다.
원래 <감기 바이러스는 상밑으로 도망가는 법>이라고, 이럴때일수록 잘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오늘 메뉴는 마침 행사상품으로 집어온 산낙지+ 삼겹살의 만남이었습니다.
물 좋은 산 낙지 몇마리 집어와 한마리는 데쳐서 큰 아이 먹이고, 또 한마리는 회로 초장 찍어 에피타이저로 먹어주시고,
또 남은 것은 고추장 양념을 한 삼겹살과 함께 볶아 일명 낙+삼 불고기로...

삼겹살 300그람에 양파 반개, 양배추잎 한장, 대파 반대, 당근 1/4개와 함께, 양념으로 청주 밥수저로 2, 마늘 2, 생강1, 고추장 3, 설탕2, 참치액젓1, 깨소금 1, 참기름 1를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팬에 깔고,
이 위에 버섯 한줌과 미나리 한줌, 깻잎 몇장, 떡 조금 올리고,
마지막으로 낙지 큰놈으로 한마리를 얹어 불에 올립니다.

뚜껑을 덮지 않으니 지가 살았다고 꿈틀거리더니..

급기야 과감히 탈출을 시도합니다....
집게로 도로 잡아 넣고 할수 없이 이 다음부터는 뚜껑을 덮고 한참 두었습니다... -.,-;

에지간히 익었을때 뚜껑을 열고 뒤적여 마저 익혀 먹기 시작합니다. 소주 한잔 반주로 곁들여서요.
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자주 먹고 싶지만은, 남편은 매운것을 아주 질색하기때문에 나름 생각해서 덜맵게 한다고 했는데도 연신 땀을 흘리면서 먹습니다. 저는 생각같아서는 이 양념에 고춧가루도 한수저 듬뿍 넣었으면 햇습니다만....--;
예전에는 아구찜, 닭갈비, 그리고 낙지볶음과 오삼불고기... 뭐 이런 음식은 대표 외식메뉴라고 생각이 되어서,
집에서 저런걸 만든다고 하면 오히려 의아해 했던적이 있었지요.
자고로 집밥 다운 집밥은 구수한 보글보글 된장찌개에 담백한 밑반찬이 최고요..
저런 음식이야 널린게 음식점인데 그냥 나가서 한끼 사먹고 오면 그만이지 굳이 만들필요야 없지 않느냐, 뭐 이런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런것까지도 집에서 해 먹어야 하는 이유를 이젠 알겠습니다.
애 둘을 끼고 나가서 외식을 하는일이 어디 보통 일이어야 말이지요..

하여간, 이런 음식을 먹을때면 꼭 빠지지 않는 마무리는 바로 밥 볶아 먹기지요.
남은 양념에 밥, 김치 쫑쫑 썬것 조금, 그리고 김부순것과 참기름을 넣고 센불로 올려 마구마구 볶아 줍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밥 볶아 먹기의 포인트는 바로 김치와 참기름인것 같습니다.
김치가 빠져서는 절대로 그 맛이 안나지요.

자, 아~~ 하세요. ^^
이렇게 자알~~ 먹었으니, "감기야, 썩 물럿거랏!!"
모두들 주말 마루리 잘 하시고 다시 한주도 건강하게 보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