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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18개월 아이 도시락과 남편의 야참 메뉴

| 조회수 : 7,950 | 추천수 : 27
작성일 : 2006-04-13 01:16:43
아이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참 감사한 것 중에 하나가...
아침 도시락을 싸서 보내면 그 곳에서 먹여주신다는 거랍니다.
덕분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아이에게 아침을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좀 이르게 도시락 메뉴 걱정은 시작되었지만요.

막상 아이 도시락을 챙기다보니 매일 똑같은 반찬을 싸보내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오~래 공들여야 하는 반찬까지 해서 챙겨 보내기에는 시간이 허락치 않아 참 고민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아이가 크게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급히 하다보니 늘상 허술하지만, 요즘 도시락에 싸보내고 있는 메뉴를 올려봅니다.
혹시 아이 도시락 메뉴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심 조언해주세요~~~ ^^




김무침과 계란말이입니다.

도시락을 싸면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옛날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들이에요.
그 옛날에는 참 질린다고 생각했던 반찬들이 시간 지나니 어쩌면 이리도 그리운 맛으로 추억되는지...
특히나 김을 구워 잘게 부수고, 참기름과 간장을 조금씩 넣어 눅눅하지 않게 살짝 버무리고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는 김무침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끝낼 수 있으면서도 간간하게 먹기 좋아서
딱히 반찬거리가 없을 때 살짝 넣어주는 찬이랍니다.

음식에 있어 색감을 참 중요시하시던 엄마는 계란말이를 해주실 적에 안에 시금치를 넣어
참 예쁘게 말아주셨었는데, 저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말았습니다.
그래도 스뎅 후라이팬에서 찢어지지 않고 처음 성공한 계란말이인지라 아주 뿌듯했습니다. ^^





호박나물과 가자미구이입니다.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렸던 어느날 아침,
된장찌게에 넣고 남은 애호박이 냉장고 야채칸에 들어있다는 사실만 겨우 파악했습니다.
호박을 볶을 적에는 마른새우를 좀 넣어주거나 새우젓으로 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늘 빈곤한 저희집 냉장고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늘 넣고 볶다가 소금에 살짝 절여 늘어진 호박을 넣고 볶다가
파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이 먹을 반찬이라 절일 때 들어간 소금만으로도 간이 충분하더라구요.

그 사이에 얼른 그릴에 구운 생선살을 발라 옆에 넣어주구요.
가자미는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둘러서 굽는 것이 더 바삭하고 맛있던데, 게을러서 그릴을 썼습니다.





된장 마파두부와 동치미(-_-) 입니다.

점점 게으름이 늘어갑니다. 전날 밤에 반찬을 미리 해놓거나 준비라도 해놓으면 베스트인데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니 다음날 아침에 놀란 맘으로 일어나봤자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T.T

이 날도 딱히 넣을 반찬이 없어 잠깐 고민하다가 늘상 집에 준비해놓는 두부와
다행히 냉동실에 잠들어있던 갈은 쇠고기로 된장 마파두부를 하고, 나머지 한 개의 반찬은.....
동치미 무를 얇게 썰어 넣어줬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썰기만 하면 되니 시간은 얼추 맞았지만
너무 허술하게 준비한 듯 하여 양심에 찔리더군요.





광어전입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광어회는 양이 좀 넉넉한가 봅니다.
회를 무척이나 좋아하더 남편인데도 조금 남기더군요. 생선살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간단하게나마 전을 흉내내 보기로 했습니다. ^^;

그리고는 정말 아주 간단하게.... 생선살을 깨끗이 씻어서 소금 후추로 살짝 절여놨다가
밀가루 묻혀서 계란물 묻혀 지졌습니다. 겉모양은 대강 명절날 보던 그 전을 닮은 것도 같습니다. 헤헤.





황태포 무침입니다.

주로 국을 끓이거나 국물을 내느라 냉동실에 항상 들어있던 황태포를 물에 불린 후에 꼭 짜서
기름을 살짝 두르고 팬에 볶으면서 소금간을 약간 했습니다. 가벼운 맛이 나더라구요.

예전에 엄마는 커다란 북어를 일일이 손으로 뜯어 만들어 주셨었는데,
게으른 딸네미는 잘게 뜯어진 황태포를 사서 씁니다. 엄마 생각을 하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까지는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얄팍한 이기심이 자꾸 앞서네요.





유부우동입니다.

도시락 반찬은 아니지만 비오는 날에 아이랑 같이 먹으니 맛있더라구요.
비록 허겁지겁 하다보니 유부는 짜지도 않아 퉁퉁 불어있고, 쑥갓은 쳐졌지만요.
면발을 쪼로록 삼키는 아이 모습이 귀여웠어요.





모처럼 밤에 아이와 함께 잠들지 않고 다음날 반찬을 준비해보려 꼬물거리고 있으면
남편이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먹을 것도 내놓으라구요.
이럴 때 상비되어 있는 통조림으로 골뱅이 무침을 해놓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언제나 빈곤한 냉장고인지라 파무침 말고는 여타 다른 야채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입니다.





어느 날도 또 신랑이 간식을 해달라 합니다.
아이 반찬을 하고 남은 닭고기 안심으로 키톡에서 무척이나 감명 깊게 보았던
소면으로 튀김옷을 한 치킨 텐더를 시도는 했습니다만....

슬프게도 왕창 타고 말았네요. 사진으로 보이는 검뎅이들이 민망합니다.
심지어 신랑은 바삭한 소면이 재미나긴 하지만 자기는 부드러운 순살이 더 좋다고 말해
저를 더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제 입맛에는 느끼한 튀김옷이나 빵가루보다 독특하고 맛났습니다.




아, 이제 끝이네요. 요건 이리저리 반찬을 만들며 간을 보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음료(?)입니다.
동치미 국물이지요.

엔지니어님 레시피로 만들어서 제법 잘 된 듯 하였으나...
심한 건망증으로 상온에서 이틀을 익혔더니 어찌나 톡 쏘며 신맛이 나는지
탄산 음료 못지 않아 반찬으로는 잘 못 놓고, 대신 제가 음료도 마시고 있습니다.
입이 짜서 자꾸 갈증이 날 때 마셔주면 좀 나아지는 것 같네요.


이제 자러 갈 시간이네요.
아이가 감기에 걸려 걱정인데, 잘 자고 있는지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_ _)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넉넉칸
    '06.4.13 1:35 AM

    동치미 국물 잘 마시고(^^) 갑니다*^^*

  • 2. 민트향
    '06.4.13 1:46 AM

    저는 어렸을때 엄마가 해주시던 반찬중에
    마늘종을 간장에 달달 볶아서 마지막에 고추가루 약간뿌린것과
    건새우 볶음이랑 두부로 만드는 동그랑땡 야채볶음...머 이런게 생각이 나네요~

    어머님들 도시락 싸기 힘들다고 다들 그러시던데... 벌써 도시락 싸서 보내시는 군요...
    하긴 학교 들어가면 (요즘은 다들 학교에서 급식하니깐요...) 싸고 싶어도 못할테니...
    특별히 고민 하시지 말고 집에서 드시는 반찬으로 싸서 보내시면 좋을것 같네요.
    아무리 밖에 맛난 음식이 천지여도 크고보면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만한거 없잖아요~

  • 3. yena
    '06.4.13 9:36 AM

    엉엉. 부럽습니다. 작년에는 선생님께서 국과 함께 보내주시라 말씀하셔서 아침을 보냈었는데,
    올해 선생님께선 다른 안싸온 친구들이 먹고 싶어한다고 불허하시네요. 맞는 말씀이죠. 뭐. ^^;
    아침 시간이 더 체계적으로 바뀌긴 했지만, 34개월 아이가 못일어날때면 안타깝고 그렇죠.

    도시락 메뉴 너무 멋진데요. ^^ 골고루 먹는 아이 최고로 이쁩니다.
    저희 아이는 고기를 좋아해서 장조림이나 불고기를 반찬으로 싸주면 선생님께 자랑까지 하며
    먹었다더군요. 그래서 반찬이 부실할때면 선생님이 냉장고에서 몰래 장조림 훔쳐다가(?)먹여주시기도
    했다더군요.

    날이 따뜻해지면 식어도 괜찮은 된장국류, 어묵국도 찬대신 괜찮지 싶어요. 아침이니까 밥이랑
    잘 넘어가겠죠.
    동그랑땡 미리 부쳐두면 바쁠때 잘쓰이죠. 멸치볶음, 버섯류를 야채랑 간장조금과 볶는것도 좋구요.
    볶음야채류를 미리 준비해둬서 주먹밥을 해줘도 좋아하더군요.
    여하튼 18개월 아이가 저렇게 잘 먹는다니 부럽기도하고 대견합니다.
    저희 아이도 어제 저녁에 쑥국과 양배추쌈을 처음 먹어서 칭찬 많이 해줬거든요.

  • 4. 오렌지피코
    '06.4.13 12:14 PM

    이렇게 싸줘서 정말 다 먹어요?? 전 그것이 더 궁금합니다.
    제가 잘 못 키워 그런건지...우리 아들 놈은 야채 반찬 잘 안먹거든요. 최소한 소고기 장조림이라도 있어야 먹지...그리고 생선 구워 줘도 김치 같이 안주면 안먹고...ㅜ.ㅜ;;
    에궁...이렇게 골고루 잘 먹는 아이 너무 이쁘겠어요. 부러워라~~

  • 5. 에드
    '06.4.13 1:44 PM

    넉넉칸님, 많이 시어요. ㅡ.ㅜ

    민트향님, 저 마늘쫑 무지 좋아하는데... 예전에 건새우랑 같이 볶아주셨던 생각이 나네요.
    사실은 저도 아침에 한 반찬으로 도시락 싸보내고, 저녁에는 남은 반찬들로 밥을 먹어요.
    말씀처럼 거의 집반찬=도시락 반찬이죠 뭐. ^^;

    yena님, 에공. 선생님 말씀이 맞긴 하지만, 아이가 아침에 늦게 일어나 밥 먹을 시간이 빠듯하면
    정말 속상하지요. 아이가 요즘 감기에 걸려서 도시락 메뉴를 당분간 죽이랑 국 모드로 바꿀까 해요.
    동그랑땡은 저도 참 좋아하는 메뉴인데, 주말에 미리 만들어놓을까 봐요.

    오렌지피코님. 저렇게 싸주면 반찬은 조금씩 남길 것 같아요.
    혹시나 먹다가 모자랄까봐 평소 먹는 거에 비해 많이 넣어주거든요.
    근데 저희 애기는 익힌 야채나 생선, 두부에 비해 쇠고기 장조림을 잘 안먹어요.
    제가 잘못 익혀서 그런지 고기가 좀 질기게 느껴지나봐요.
    그래서 요즘은 갈은 고기를 이용해볼라구 노력 중이에요. ㅡ.ㅜ

  • 6. 밍밍
    '06.4.14 9:24 AM

    에드님.. ^^ 전 7개월 맘이라 이유식과 이렇게 전쟁을 하고 있다죠~ ㅋㅋ
    아이 재우다 같이 자버리기 일쑤여서 아침 6시,, 새벽 3시,,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이유식 만들고
    집정리하다 출근했더니 하루가 너무 길거 같아요~ ㅋㅋ

    나중에 저두 아이 반찬 참고할께요~ 이유식두 힘든디,, 반찬은 어이 할라나~~! ㅎㅎㅎ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느라 에드님두 밥 잘 못 드실거 같은디~ 잘 챙겨드시와요~ ^^
    낼이면 주말이니까 힘내시고~ 직장맘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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