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도시락을 싸서 보내면 그 곳에서 먹여주신다는 거랍니다.
덕분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아이에게 아침을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좀 이르게 도시락 메뉴 걱정은 시작되었지만요.
막상 아이 도시락을 챙기다보니 매일 똑같은 반찬을 싸보내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오~래 공들여야 하는 반찬까지 해서 챙겨 보내기에는 시간이 허락치 않아 참 고민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아이가 크게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급히 하다보니 늘상 허술하지만, 요즘 도시락에 싸보내고 있는 메뉴를 올려봅니다.
혹시 아이 도시락 메뉴로 좋은 아이디어 있으심 조언해주세요~~~ ^^

김무침과 계란말이입니다.
도시락을 싸면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옛날 친정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들이에요.
그 옛날에는 참 질린다고 생각했던 반찬들이 시간 지나니 어쩌면 이리도 그리운 맛으로 추억되는지...
특히나 김을 구워 잘게 부수고, 참기름과 간장을 조금씩 넣어 눅눅하지 않게 살짝 버무리고
깨소금으로 마무리하는 김무침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끝낼 수 있으면서도 간간하게 먹기 좋아서
딱히 반찬거리가 없을 때 살짝 넣어주는 찬이랍니다.
음식에 있어 색감을 참 중요시하시던 엄마는 계란말이를 해주실 적에 안에 시금치를 넣어
참 예쁘게 말아주셨었는데, 저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말았습니다.
그래도 스뎅 후라이팬에서 찢어지지 않고 처음 성공한 계란말이인지라 아주 뿌듯했습니다. ^^

호박나물과 가자미구이입니다.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렸던 어느날 아침,
된장찌게에 넣고 남은 애호박이 냉장고 야채칸에 들어있다는 사실만 겨우 파악했습니다.
호박을 볶을 적에는 마른새우를 좀 넣어주거나 새우젓으로 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늘 빈곤한 저희집 냉장고에 그런 것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마늘 넣고 볶다가 소금에 살짝 절여 늘어진 호박을 넣고 볶다가
파와 참기름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아이 먹을 반찬이라 절일 때 들어간 소금만으로도 간이 충분하더라구요.
그 사이에 얼른 그릴에 구운 생선살을 발라 옆에 넣어주구요.
가자미는 팬에 기름을 충분히 둘러서 굽는 것이 더 바삭하고 맛있던데, 게을러서 그릴을 썼습니다.

된장 마파두부와 동치미(-_-) 입니다.
점점 게으름이 늘어갑니다. 전날 밤에 반찬을 미리 해놓거나 준비라도 해놓으면 베스트인데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니 다음날 아침에 놀란 맘으로 일어나봤자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T.T
이 날도 딱히 넣을 반찬이 없어 잠깐 고민하다가 늘상 집에 준비해놓는 두부와
다행히 냉동실에 잠들어있던 갈은 쇠고기로 된장 마파두부를 하고, 나머지 한 개의 반찬은.....
동치미 무를 얇게 썰어 넣어줬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썰기만 하면 되니 시간은 얼추 맞았지만
너무 허술하게 준비한 듯 하여 양심에 찔리더군요.

광어전입니다.
코스트코에서 파는 광어회는 양이 좀 넉넉한가 봅니다.
회를 무척이나 좋아하더 남편인데도 조금 남기더군요. 생선살로 무엇을 할까 하다가....
간단하게나마 전을 흉내내 보기로 했습니다. ^^;
그리고는 정말 아주 간단하게.... 생선살을 깨끗이 씻어서 소금 후추로 살짝 절여놨다가
밀가루 묻혀서 계란물 묻혀 지졌습니다. 겉모양은 대강 명절날 보던 그 전을 닮은 것도 같습니다. 헤헤.

황태포 무침입니다.
주로 국을 끓이거나 국물을 내느라 냉동실에 항상 들어있던 황태포를 물에 불린 후에 꼭 짜서
기름을 살짝 두르고 팬에 볶으면서 소금간을 약간 했습니다. 가벼운 맛이 나더라구요.
예전에 엄마는 커다란 북어를 일일이 손으로 뜯어 만들어 주셨었는데,
게으른 딸네미는 잘게 뜯어진 황태포를 사서 씁니다. 엄마 생각을 하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까지는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얄팍한 이기심이 자꾸 앞서네요.

유부우동입니다.
도시락 반찬은 아니지만 비오는 날에 아이랑 같이 먹으니 맛있더라구요.
비록 허겁지겁 하다보니 유부는 짜지도 않아 퉁퉁 불어있고, 쑥갓은 쳐졌지만요.
면발을 쪼로록 삼키는 아이 모습이 귀여웠어요.

모처럼 밤에 아이와 함께 잠들지 않고 다음날 반찬을 준비해보려 꼬물거리고 있으면
남편이 불평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먹을 것도 내놓으라구요.
이럴 때 상비되어 있는 통조림으로 골뱅이 무침을 해놓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언제나 빈곤한 냉장고인지라 파무침 말고는 여타 다른 야채가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입니다.

어느 날도 또 신랑이 간식을 해달라 합니다.
아이 반찬을 하고 남은 닭고기 안심으로 키톡에서 무척이나 감명 깊게 보았던
소면으로 튀김옷을 한 치킨 텐더를 시도는 했습니다만....
슬프게도 왕창 타고 말았네요. 사진으로 보이는 검뎅이들이 민망합니다.
심지어 신랑은 바삭한 소면이 재미나긴 하지만 자기는 부드러운 순살이 더 좋다고 말해
저를 더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제 입맛에는 느끼한 튀김옷이나 빵가루보다 독특하고 맛났습니다.

아, 이제 끝이네요. 요건 이리저리 반찬을 만들며 간을 보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음료(?)입니다.
동치미 국물이지요.
엔지니어님 레시피로 만들어서 제법 잘 된 듯 하였으나...
심한 건망증으로 상온에서 이틀을 익혔더니 어찌나 톡 쏘며 신맛이 나는지
탄산 음료 못지 않아 반찬으로는 잘 못 놓고, 대신 제가 음료도 마시고 있습니다.
입이 짜서 자꾸 갈증이 날 때 마셔주면 좀 나아지는 것 같네요.
이제 자러 갈 시간이네요.
아이가 감기에 걸려 걱정인데, 잘 자고 있는지 살펴봐야 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