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보고 인상적이어서 카피해놓았던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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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나라를 망하게 하는 법 한 가지를 묻는다면 “어머니를 불행하게 하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간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어머니의 정신을 토대로 성장하고 어머니를 심리적 구심점으로 하는 삶을 평생 살아간다. 영아는 처음에 엄마가 곧 자기라고 느끼며 엄마의 모든 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엄마와 자기가 별개의 개체라는 것을 깨닫고 분리/개별화될 때는 엄마의 인정과 지지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걸음마를 배워 세상을 탐험하러 나가는 아기는 가끔 뒤돌아보며 엄마가 거기 있는지를 확인한다. 엄마가 보이지 않거나 안정된 지지나 호응이 없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더 나아가지 못한다. 친구나 장난감에 몰두해 놀다가도 아기는 주기적으로 엄마에게 돌아와 무릎에 걸터앉아 쉰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재충전하여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얻는다. 한 인간의 정체성은 자아와 엄마를 두 개의 축으로 하여 형성되며, 인간 정신은 99% 엄마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지금도 명절 때마다 귀성 차량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는 이유는 고향에 어머니가, 어머니의 무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아기를 양육하는 어머니가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억압당한다면 그것은 한 인간의 정신에 치명적 해악을 끼친다. 성인이 되어 겪는 정서적 장애들, 불안증/우울증/분열증/중독증/자신감 없음 등의 증세도 영/유아기에 어머니가 만든다는 게 심리학 상식이다.
최근 몇 차례 중국에 다녀오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모든 중국인들의 얼굴에 깃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낡은 옷을 입은 시장 상인도, 손등이 튼 구두 수선공도, 자존심 강하고 왜곡됨 없는 눈빛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보편적 자신감의 근원은 넓은 땅덩어리, 어마어마한 인구, 유구한 문화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중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가정 내 여성의 발언권과 가사 분담에서부터 전문 분야의 사회 참여까지, 중국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유럽권 나라들과 비슷해 보였다. 중국은 법적으로 부모의 성(姓) 중 어느 쪽을 사용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아파트 단지 내 승차장에서 여성 택시기사가 운전석 바깥으로 한쪽 다리를 내놓고 느긋하게 담배 피우는 광경도 자연스러웠다. 유엔의 인간개발 보고서로는 파악할 수 없는 관습과 일상에서 여성 존중의 분위기가 느껴졌고,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는 어머니들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중국인들을 키워내는 게 아닌가 싶었다. 자본주의 경제를 받아들인 이후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의 저력도 거기서 나올 것이다.
국가 발전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어머니/여성을 존중하는 국가만이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국민을 가질 수 있다. 그런 통계가 있다면 선진국 지표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틀림없이 비례할 것이다. 여성에게 성기 절제 수술을 시행하는 아프리카 국가나, 여성에게 차도르를 뒤집어 씌우는 아랍 국가들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원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오래된 여성 억압과 더 관련 있을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는 호주제 폐지, 양성 평등제 확립 등 민법 개정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과 함께 어머니/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따르기를 기대해본다.
(김형경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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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여성존중과 나라발전의 관계
토스트 조회수 : 881
작성일 : 2004-09-21 06:20:18
IP : 129.128.xxx.157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호주제폐지
'04.9.21 1:18 PM (211.244.xxx.158)이번에는 통과되겠죠?
삐그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관심을 기울여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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