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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친구에게 거푸 괴롭힘을 당했을 때 저는 이렇게 했습니다.

삐삐 조회수 : 900
작성일 : 2003-08-16 12:34:39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몇 번 같은 일로 화가 나 들어오더군요.
같은 반 아이인데 더러 괴롭힌다고 두 세번은 그럴 수 있다고 위로만 해주고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그 일이 잊어 버릴때 쯤 토요일 오후 였습니다.  보통 12시 20분이면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날은 1시가 넘도록 도착하지 않아 내심 걱정하던 차에
녀석은 퉁퉁 불은 얼굴에 눈물까지 빼며 현관을 들어섰습니다.
순간 불이 머리 꼭대기로 당겨 지는 게
앞이 캄캄 해지더군요.

녀석이 동급생보다 많이 작은 게 늘 녀석을 주눅 들게 하고 양면성을 갖게 합니다.
집안에서는 더없이 활기차고 개구장이인데, 밖에만 나서면 틱 장애를 겪는 소심한
아이로 변하게 됩니다.

그 날 사건의 전말은 양쪽 다 판이하더라구요.
저희 집 녀석은 녀석이 학교에서도 책상 밑을 통해 다리로 종종 시비를 걸어왔고
그날만 해도 기분을 상하게 해 몸을 슬쩍 밀었더니
갑자기 목을 휘감아 졸랐다고 대성통곡을 하는 겁니다.

저도 화나면 꼭지가 돌도록 한성질 하는 편이라 내내 꾹꾹 참았던 걸 풀어버리기로 작정하고
학급 비상연락망을 뒤져 아이 집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러 이러한 일이 있는데 우리 집 아이의 말을 100% 믿지는 않는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서 전화를 한번 달라고 우리 아이의 잘못이 있다면 따금하게 혼내고 싶다고....
잠시 후 전화가 걸려 왔는데, 아이 엄마가 아닌 녀석이었습니다.

좀 막막하더군요.  녀석에게 어른은 그야말로 두려움의 존재 아니겠습니까?  
피래미 싸움이 잉어가 나서기도 그렇고.  그래서 녀석에게 정말 누가 먼저 잘못했고 어떻게
해야 될 지 우리 집 아이와 따질 건 따지고 사과할 건 사과하라고 전화를 건네 줬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제가 수화기를 열고 저희 집 아들에게 냅다 소리질렀습니다.

"00야, 전화받어 니가 잘못한 게 있으면 확실하게 사과하고 다음부터 잘 지내야 돼?  알았어?
그리고 어떤 놈이든 함부로 건드리면 앞으로 죽지 않을 정도로 패줘.  힘이 달리며 소리라도
지르고 신고 있던 실내화라도 벗어서 패주란 말야!  힘이 딸리면 엄마한테 말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밀었다고 목을 졸라?  목 조르면 어떻게 되는 지 알기는 아는 거냐 너네?"

녀석 아마 수화기 너머로 벌벌 떨었을 겁니다.  물론 녀석에게 직접 혼내는 형식이 아니라 우리집
아이를 빗대 엄포를 놓은 거죠.

그 일이 있은 다음부터 녀석의 짓궂은 행동은 일단락 됐습니다.  무조건 내 아이만 참으라고 하기도
그렇고 어느 선에서는 개입이 되어야 하는데 부작용 없이 접근하는 법이 어렵더군요.
자칫 잘못 말한 한마디가 상처가 되고 이웃간에 왠수로 몰고 가니까요.
실제 두고 두고 얼굴 돌리고 돌아서서 인신공격하는 이웃 많이 봅니다.

다들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는 지 궁금하네요.




IP : 211.107.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cymom
    '03.8.16 8:22 PM (218.48.xxx.36)

    ...자주 써먹으면 좋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저도 제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 쎈 아이의 엄마-어쩌다보니 친하게 되서..-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일단 자주 괴롭히는 그 아이-아마도 본인의 잘못을 알고는 있을겁니다-와
    주위에 다른 아이들 없이 단둘이 있을 기회를 어찌어찌하여 만든 다음
    그 아이의 두 팔을 꽉잡고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면서 말하는 겁니다.
    "너, 누구누구 자꾸 괴롭힌다며" 이때 아이의 팔을 꽉 잡고 있어야 합니다,
    도망 못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 엄마의 의지가 이 정도로 강하다는 것도 보여줘야 하거든요.
    "너 아줌마가 그래서 매우 화도 나고 속도 상하거든? 다음에 또 그런 일 있으면 아줌마가 혼내줄거야!~+어쩌구 저쩌구...!!"
    주위에 본 아이들도 없고 그래서 아이 자존심도 안상할거구.
    본인 자신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알기때문에 효과 만점이라는데...
    글쎄요^^자주써먹으면 안되겠지만, 가끔 정 안되겠다 싶을때는 괜찮을 것 같은데...이것도 저학년 얘기지...고학년한테는 어떨까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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