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곰(熊)과 여자임에는 틀림없어요.
곰이 겨울잠을 저듯, 저 겨울이면 무지 게을러져요. 워낙도 게으르지만 더 심해집니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요.
그럼, 너 여름에는 왜 게으르냐 하면...음 답이 궁색해지기는 하지만,
암튼 해짧은 겨울에는 심지어 밥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런데 스멀스멀 봄기운이 돌면서, 제 몸도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양이에요.
며칠전 열무김치님께서 리빙데코에 올려주신, 코바늘로 뜬 과자며 달걀프라이이며, 그 놀라운 뜨개질의 세계를 보고는,
정신이 확 들었어요.
저도 너무너무 뜨고싶어요.
저번에 한 뜨개방 쇼윈도우에 뽀로로와 뽀로로의 여자친구 패티를 떠서 진열해놓은 것을 보았어요.
한번 떠보고 싶어서 물어보니 뽀로로와 패티 한쌍 뜨는데, 재료비 강습료 도안료 합쳐서 15만원이래요. 근데 그 뽀로로가 별로 크지도 않아요.
15만원이면 다른 장난감을 사겠다 싶어서 포기했더랬어요.
그러던 차에 열무김치님의 작품들을 보니 너무 해보고 싶은거에요.
그래서 어제밤에 잠 안자고,
우선 서점 사이트에 들어가서 책 한권 주문하고,
그 책에 실려있는 마카롱이랑 캔디, 그리고 바구니 뜨려고 털실사이트에 들어가서 털실 주문하고,
그리고 유튜브에서 딸기뜨기, 과자뜨기 등등 찾아 두었어요.
이러다보니, 그동안 팽개쳐두었던 레이스 뜨기, 광목에 놓던 자수 등등이 눈에 들어오는거에요.
특히나, 집에 물수건용 작은 하얀수건이 몇장있어요.
물수건 쓸 일이 없어서, 이걸로 주방용 수건이나 만들어써야겠다 마음 먹은 건 그 언제인지 기억도 안날만큼 까마득한데요,
팽개쳐져있던 이 수건이 눈에 들어오는 거에요.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하면서 엄두를 내지 못했던 변명을 하자면,
두꺼운 수건을 형편없는 제 재봉솜씨로는 할 수 없을 거라 지레 겁을 먹었던 거에요.
그런데 어제밤에는...'그까짓거, 누구 줄 것도 아니고 내가 쓸건데 손으로 쑹덩쑹덩 꽤매면 어때' 싶은 배짱이 생기는 거에요.
그래서 앞치마나 만들까 하고 사놓았던 헝겊 좀 잘라내고,
우리 딸아이 인형 옷이랑 이불 만들어줄때 사놓았던 레이스이니 거의 30년 다되어오는 레이스를 꺼냈어요.
그리곤 손으로 쑹덩쑹덩 박음질해서 하나 완성했습니다.
매달아놓을 때 쓸 끈은 없어서 포장재끈 잘라 달구요. ^^
오늘 세장 더 완성해서 이렇게 네장이 되었습니다.
접어놓은 것은 가까이서 보면 눈을 뜨고 볼 수도 없는 지경입니다, 비뚤빼뚤, 울퉁불퉁..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쓸거니까요.
(요기서 왜 바람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하는 동요가 음성지원되는 건지...ㅠㅠ..)
그런데 왜 멀쩡한 수건으로 저 지경으로 만들었냐구요? 그냥 쓰면 되지??, 하실 분들이 계실텐데요,
기장이 짧아서, 좀 길게 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당. ^^
점심 먹기 전에 한장 완성하고, 점심 먹고나서 두장 더 완성하니...ㅋㅋ...좀 피곤하네요...졸려요, 낮잠이 저를 부릅니다. ^^
점심은 메로 한토막 조려서 상에 올렸어요.
메로가 비싼 생선이라는데 전 그렇게 메로가 맛있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그런데 누가 딱 요렇게 한토막을 줬어요, 먹어보라고.
어제 밤에 냉장실에 넣어 해동시킨 메로를 오늘 점심에 조렸습니다.
냄비에 맛간장 넣고, 거기에 찬물을 부어 짠지 안짠지 간을 본 다음, 물론 간봤을때 안짜야하지요.
요기에다 생강가루와 후춧가루만 넣어서 조렸어요.
메로가 원래 기름진 생선이 탓에, 물엿도 기름도 아무 것도 안넣었는데 저렇게 반지르르 먹음직스런 윤기가 나네요.
맛은요...아, 저 메로가 맛있는 생선이라는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양이 적어서 그런건지, 원래 맛있는 생선이라 그런건지, 아님 조리가 잘된 것지,ㅋㅋ, 암튼 맛있네요.
둘이 먹기에는 양이 부족해서 약간 아쉬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쉬워야해요, 그래야 더 맛있게 느껴지잖아요.
메로 덕분에,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상이 차려졌습니다.
한마리 남아있던 전복까지 버터에 볶아서 남편만 줬습니다.
요렇게 정성껏 차려줬으니, 저녁은 대충 줘도 되겠죠??ㅋㅋ
어제는 제법 쌀쌀하더니, 오늘은 포근한 모양이네요.
포근한 토요일 오후, 즐거운 시간 되세요. ^^